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이번 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미 고위 인사들 간의 협의도 있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8일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이었죠. 김 위원장의 올해 생일도 조용히 지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왜 아직까지 큰 명절로서 기념하지 않는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8일 생일을 맞았지만 북한은 김 위원장의 생일을 조용히 보냈습니다. 노동신문이나 중앙텔레비젼 등 북한 선전 매체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과 관련한 기사나 방송을 전혀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생일 전날 새해 첫 시찰로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습니다. 생일 당일에 내부적인 행사가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 특이동향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월 8일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35번째 생일을 중국에서 맞았습니다. 지난 해 생일 당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 환영 만찬을 베풀었으나 북한 매체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집권 이후 9년이 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김일성 국가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은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 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은 2014년에 처음으로 공개된 바 있는데요. 중앙통신이 지난 2014년 1월 9일 보도를 통해 당시 방북한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원수님의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8일 농구경기를 조직했다"라는 발언을 전하면서 김 위원장의 생일이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은 1974년 4월 15일,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은 1982년 2월 16일에 각각 공휴일로 지정됐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 공휴일로 지정됐을 당시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는 40세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 자신의 나이가 36세에 불과하고 부친인 김정일 위원장도 생일을 40세가 되면서 기념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저는 평가합니다.
목용재 : 김정은 위원장 생일을 맞아 북한이 도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꽤 있었는데요. 결국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이틀 앞둔 지난 6일 민간항공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 정찰기 리벳 조인트(RC-135W)가 한국 상공 9.4km를 비행했습니다. 미 공군의 주력 통신 감청 정찰기인 RC-135W는 미사일 발사 전 지상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미사일의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에도 한국 상공에서 이 정찰기의 비행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이번 정찰 비행은 미국이 북한의 도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적대 정책을 비난하며 머지 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미 국방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을 계기로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해왔습니다. 저는 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의 억제력 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대북 입장에 따라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한 발언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북한이 비록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와 '전략무기"를 언급하며 2018년에 시작된 미북대화의 틀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세웠지만 '미국의 대북 전략 변화에 따라'라는 조건을 붙인 것을 보면 연초부터 미사일을 쏘는 도발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2017년 말의 '화염과 분노' 시절로 미북관계가 환원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목용재 : 이번 주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뉴스가 있었는데요. 미국과 이란의 '강 대 강' 대치입니다. 이런 상황을 북한 당국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지난 3일 미군이 무인 드론기인 'MQ-9 리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특수부대인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격해 제거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의 이번 드론 공습으로 이라크의 친 이란 민병대를 이끄는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도 사망했습니다. 이날 솔레이마니는 비행기로 이라크에 도착한 후 알무한디스와 함께 차량으로 공항을 떠났는데 미군의 드론기가 대전차 무기인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솔레이마니 등이 사망했습니다. 공습 작전 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인 수백 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 솔레이마니에 대해 결단력 있는 방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8일 새벽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에 지대지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습니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이뤄진 공격이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숨지게 한 미국을 향한 보복 작전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전면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데요. 김정일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 씨가 쓴 책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후지모토에게 미국 위성이 자신을 따라다녀 먼 길을 갈 때에 구름이 낀 날이나 밤에만 이동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북한 지도부가 얼마나 미국이나 미국의 위성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미국이 무인 드론기로 이란군의 실세를 정밀 타격했다는 사실은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을 24시간 들여다 보고 있으며 유사시 김정은 위원장만 골라 공격해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핀셋 공격이라고 하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현재 이란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내놨습니다. 주요 내용은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과 남북관계 발전이었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한국 방문을 재차 제안하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비무장지대(DMZ) 일대의 국제평화지대화, 군사분계선의 접경 지역들 사이의 협력,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스포츠 교류 등 5대 남북 협력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미북협상 교착의 장기화로 위축된 남북관계의 공간을 넓혀 남북관계도 개선하고 이것이 미북관계 개선에도 기여하게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남북 긴장 완화 문제와 비핵화 문제는 대결이 아닌 대화와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찬성합니다. 그러나 지난해 7월부터 북한이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고 심지어 한국과 마주앉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에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의 제의를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목용재 : 새해 들어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간의 협의도 이어지고 있죠?
고영환 : 정의용 한국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7일 워싱턴에 도착한 후 다음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또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한미일 3국 간 안보 고위급 협의도 열렸습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과는 별도의 양자 협의도 진행했습니다. 이번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북 대화 재개, 남북관계 진전, 한미·한미일 동맹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협의와는 별도로 김건 한국 외교부 차관보와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 3일 워싱턴 미 국무부에서 차관보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 4일 "한미 차관보는 한미관계와 동맹 현안, 양국과 관련된 지역 정세 등 상호 관심사 전반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한국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 협력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저변을 확대하고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른바 '새로운 길' 선택, 미 공군에 의한 이란 군부 실세 제거 등으로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국 사이의 협의들이 심도있게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목용재 : 미국 정부는 이번에 이란의 군부 실세를 군사적인 조치로 제거했지만 대북정책의 기조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고 합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북한이 이번 미국의 조치를 보고 미국의 핵 비확산 의지를 재확인했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번 사건과 관련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이 궁금해집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