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얼마 전, 그러니까 지난 8일은 김정은 당 총비서 생일이었죠. 올해도 큰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갔는데요. 김 총비서는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르게 집권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자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지난 8일이 김정은 당 총비서의 생일이었는데요. 특별한 동향은 없었습니까?
고영환 :김정은 당 총비서의 39번째 생일이었던 지난 8일은 아무런 행사가 없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중앙TV, 중앙방송, 노동신문 등 그 어떤 북한 매체도 김정은 총비서 생일과 관련한 기사를 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난 8일자 노동신문은 1면 기사에서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야말로 우리 공화국 강대성의 상징이시고 나라와 민족의 운명의 위대한 수호자"라면서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신념화하고 열화 같은 애국심을 체질화한 정신력의 강자들인 우리 인민은 이 땅 위에 기어이 국가 부흥의 새시대를 안아오고야 말 것"이라고 함으로써 김 총비서 생일에 대한 간접적인 언급을 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선전선동매체들도 조용하였고 미사일 발사 같은 대남, 대미 도발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70발에 달하는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지난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는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고 '강 대 강' 대남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북한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동향을 보인 것입니다. 한국의 여러 언론사들이 외국에서 확보한 2023년 북한 달력에도 1월8일은 명절로도, 생일로도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은 매년 조용하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은 지난 2012년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그의 생일로 알려진 1월 8일을 공식적으로 기념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북한 내부에서 후계자로 지명된 후인 1975년에 그의 생일이 임시 공휴일로 지정됐다가 1976년에 명절 공휴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을 국가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생일 40주년이 되는 1982년 2월 16일이었습니다. 김일성 전 주석의 경우는 주석직에 오른 1972년 그의 환갑 날에 맞추어 4월 15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제정했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와 비슷하게 내년 1월 8일 즉, 김 총비서가 40살이 되는 2024년 1월 8일에 맞추어 그의 생일을 명절로 공포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그러나 김 총비서의 생일이 정식화되기까지는 북한이 몇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우선 그가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생가는 어디이며, 어머니는 과연 누구인지,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가 과거 경력이나 학력 등을 밝히고 그의 이른바 '혁명 일대기'와 그의 업적을 정식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는 북한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왔고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했으며 그의 모친은 이른바 '항일의 영웅'이라고 하는 김정숙이었다는, 북한 인민들이 납득할 만한 출생 배경을 가졌고 김일성 주석이 내놓았다고 하는 주체사상을 '김일성주의'로 격상시킨 공로가 있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모친 고용희(고영희)가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출생지도 원산 특각이며 스위스에는 왜 유학을 갔는지 등을 북한 인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이유들을 설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이 언제 어떠한 방법으로 공표될지 궁금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신년을 맞아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한 외교, 국방부의 업무보고가 있었죠?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와 국방부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이날 업무보고는 '다시 뛰는 국익 외교,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이라는 구호 아래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업무보고에는 대통령실 간부들,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부처 주요 책임자들을 비롯해 북한 경제, 경제 안보, 북핵·미사일, 방위산업 분야 등 민간 전문가들 도합 1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보고회에서 박진 외교장관은 '다시 뛰는 국익 외교'라는 주제 아래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 원년, 원칙 있는 대북 접근, 경제 중심 외교 등 올해 추진할 핵심 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외교부는 작년 말 발표한 독자적인 지역 외교 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공조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은 '힘에 의한 평화 구현'이라는 주제 아래 핵·미사일 등 비대칭 위협 대비 압도적인 대응 능력 구축,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도약 기반 마련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응해 독자적 정보·감시·정찰기반 능력 확충, 한국형 3축 체계 능력 및 태세 강화, 북한 무인기 대응 능력 강화, 전략사령부 창설 가속화,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의 획기적 제고, 한미연합훈련 강화 등 6개 과제의 추진 계획을 보고했습니다.
목용재 :최근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인데요. 국방부의 업무보고 가운데 눈여겨보신 부분이 있습니까?
고영환 : 업무보고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부분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상대방의 선의에 의존하는 평화는 지속될 수 없다"며 북한의 위협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한미 간 확장억제의 분야별 협력, 한국형 3축 체계의 능력과 태세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제 더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은 한미 간에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고, 공동 기획, 공동 실행하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황 악화를 전제로 했지만 대통령이 직접 한국의 핵보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입니다. 다음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입니다. 이 장관은 올해 한미연합훈련을 대폭 강화할 방안 등과 북핵, 미사일 및 역내 미 핵전력 배치 운용 현황 등과 관련한 정보의 한미 간 공유 범위를 과거보다 확대하고 미국의 확장억제와 관련해서는 기획 단계부터 한국 측의 의지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보고했습니다. 북한의 거듭되는 핵 위협에 한국과 미국의 대응이 광폭적으로 강화되는 양상입니다.
목용재 : 한편 한국 통일부는 지난 2022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의 수를 집계해 발표했습니다. 상당히 적은 규모인데요. 이 같은 추세,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통일부는 2022년까지 한국으로 입국한 탈북민의 수는 모두 3만 3882명이라고 지난 10일 밝혔습니다.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에는 남성 35명, 여성 32명 등 모두 67명이 입국했습니다.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 수는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해인 2012년부터 급격하게 줄어든 뒤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영향으로 또다시 급격하게 감소했습니다. 코로나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 2019년 한국 입국 탈북민은 1047명이었지만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 탈북민은 229명으로 급감했습니다. 통일부는 탈북민들의 수가 감소추세를 유지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코로나로 인한 북중 간 국경통제, 제3국에서 탈북민들의 이동 제한 영향이 지속되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저 역시 탈북민의 급속한 감소는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 북한 인민들이 탈북하지 못하도록 북중 국경을 강하게 틀어막았고 중국 역시 압록강 등에 철조망을 치고 검문소를 늘이며 이동하는 탈북민들을 강하게 통제한 후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 감염병 발생 이후 북한과 중국이 코로나 감염병을 구실로 북중 국경을 거의 군사분계선 수준으로 틀어막은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인민들이 외국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새해 소망을 해 봅니다.
목용재 :한국 입국 탈북민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중국을 넘어오는 것도, 중국에서 제3국으로 넘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는데요. 자유세계를 열망하는 탈북민들에게는 힘든 시기일 것 같습니다. 탈북민들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올 날은 언제일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