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최고인민회의서 주민 통제 강화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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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이틀 간 진행했습니다. 예상됐던 김정은 당 총비서의 시정 연설이 없었고 회의에 김 총비서가 직접 참석하지도 않았는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결과를 내놨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참석하지 않았고 이를 계기로 대남, 대외 메시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8차 회의가 지난 17∼18일 이틀 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됐다고 중앙통신이 지난 19일 밝혔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당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간 관련 회의들에 자주 참석해 시정연설 형식으로 중요한 대외 및 대미 메시지들을 내놓은 바 있지만 올해 첫 회의에는 참가하지 않아 대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한 이유는 지난해 말에 무려 엿새 동안에 걸쳐 진행된 당 전원회의와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전원회의에서 강경한 대미 및 대남 메시지들을 내놓았는데 불과 보름 남짓 지난 시점에 또다시 내놓을 말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특이한 점은 김정은 총비서가 연설 중 내부문제, 경제문제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 인민생활을 강조하는 내부 연설이 있으리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고 끝났습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총비서의 머릿속에는 오직 세습체제를 지키기 위한 핵과 미사일 문제만 들어 있다는 것이 방증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번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결과 가운데 주목해서 볼만한 부분이 있습니까?

고영환 :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내각의 과업, 예산,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중앙검찰소 사업 정형 등이 논의됐다고 합니다. 제가 이번 회의에서 눈 여겨 본 부분은 첫째, 평양 문화어보호법 채택, 둘째, 중앙검찰소 역할 강화 등 두 가지였습니다. 강윤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평양문화어보호법 관련 보고에서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 나가는 것은 사회주의 민족문화 발전의 합법칙적 요구"라면서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우리 언어생활 영역에서 비규범적인 언어 요소들을 배격하고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갈 데 대한 조선노동당의 구상과 의도를 철저히 실현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들을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강윤석 부위원장의 발언과 관련법 채택에서 북한의 의도가 어디 있는지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봅니다. 지금 한국 문화, 즉 한류는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이런 한류가 북한에 확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한국 드라마, 영화, 노래와 음악이 확산하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식 말투와 호칭'의 사용도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2020년에 채택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도 통제가 되지 않으니 더욱 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이라는 것을 만든 것으로 봅니다. 다른 중요한 문제는 중앙검찰소 문제입니다. 중앙통신은 "국가 전반에 혁명적 준법 기풍을 확립하기 위한 법적 감시와 통제의 도수를 높여 나가는 데에서 나서는 실천적 문제들과 중앙검찰소의 사업에 대한 의견들이 제기됐다"며 이에 대한 대책이 발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검찰소는 당의 조직지도부, 국가보위성, 군 총정치국, 사회안전성 등에 비해 권한이 크지 못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중앙검찰소 강화방안을 회의에 넣은 것은 주민들을 삼중, 사중으로 통제하는 동시에 권력 기관끼리 충성경쟁을 벌이게 함으로써 김정은 세습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다뤄진 예산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시사하는 바가 있을까요?

고영환 : 북한은 금번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지난해 세수를 확보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다고 인정했습니다. 고정범 북한 재정상은 보고에서 "지난해 국가 예산집행에서는 결함들도 나타났다"면서 "경제부문 일군들 속에서 국가예산수입 계획을 순별, 월별, 분기별로 무조건 수행할 데 대한 당의 정책적 요구를 철저히 관철하지 못한데로부터 일부 단위들에서 국가납부 계획이 미달됐다"고 발언했다고 중앙통신이 지적했습니다. 재정상은 예산 집행에서 결함이 나타난 원인을 "경제지도 일군들이 국가적인 입장에서 과학적인 타산 밑에 자기 단위의 새로운 발전 국면을 열어 나가겠다는 사상적 각오가 부족한데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고인민회의 보고에 따르면 올해 국방부문 예산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체의 15.9% 수준을 유지했고 지난해 33.3%나 증액한 코로나 대응을 위한 방역 예산은 올해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해 북한이 여전히 국방과 코로나 방역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인민생활 지표인 금속·화학 공업, 경공업 등 인민경제사업 부문은 1% 증가에 그쳤습니다. 북한이 어느 부문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입하는지 알려주는 예산편성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국 수사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 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은 지난 18일 오전부터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과 보건의료산업노조 사무실, 민주노총 관계자 2명의 자택 등 모두 4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수사 자료를 확보했습니다. 이들이 받는 혐의는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국정원과 경찰에 따르면 국정원은 민주노총 본부 국장급 간부 A씨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지난 16일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이날 집행했습니다. 같은 날 오전 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 B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소속 전 간부 C씨의 전남 담양 주거지와 과거 금속노조에서 활동한 시민활동가 D씨의 제주도 집에 수사관을 보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관련 자료들도 확보했습니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2017년과 2019년 캄보디아(캄보쟈) 프놈펜과 베트남(윁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3호 청사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회합한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목용재 : 한마디로 간첩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건데요. 요즘과 같은 시대에도 북한이 여전히 대남 공작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한국 검찰 등에 따르면 국내 진보 정당 간부 등이 지난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대남 공작원을 만나 "제주에 'ㅎㄱㅎ(한길회)'라는 지하 조직을 설립하라"는 지령을 받고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ㅎㄱㅎ(한길회)'의 정확한 뜻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정원과 경찰 등은 5년 넘는 추적 끝에 제주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 따르면 진보 정당 간부 A씨는 지난 2017년 7월 29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노동당 대남 공작 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만났습니다. A씨는 캄보디아 은신처에서 사흘 동안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제주에 지하조직 'ㅎㄱㅎ(한길회)' 설립을 비롯해 암호 통신법 등을 교육받았고 이후 제주로돌아와 노동계 간부 B씨와 농민운동을 하던 C씨를 포섭해 실제 'ㅎㄱㅎ(한길회)'가 조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까지 북한으로부터 '민노총 산하 제주 4·3통일위원회 장악', '반미 투쟁 확대', '윤석열 규탄 배격', '한미 군사훈련 중단', '미 첨단 무기 도입 반대', 등 구체적 지령을 받았고, 일부는 실제로 이행해 북한에 보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1세기에 무슨 간첩이냐고 할 수도 있는데 실제로 북한의 여러 대남 부서들은 현재도 한국에 지하당 건설, 간첩망 조직 등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이들의 목적은 한국 정부 전복에 의한 북한식 통일, 한미동맹 파괴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 속성상 이러한 간첩 활동들은 향후 계속하여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여전히 대남 간첩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 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런 공작활동을 벌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인데요. 미사일 개발과 대남 공작 등에 쓰이는 비용이 북한 경제를 살리거나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투입되지 못한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곧 설 연휴인데요. 북한 주민 여러분, 명절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고영환 연구위원님도 명절 잘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