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이 6년째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대사와 미국의 북한인권특사, 그리고 유엔의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인사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되는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설 연휴동안 미국에서 환영할 만한 뉴스가 있었죠. 바로 공석이었던 미국의 북한인권특사가 지명됐다는 소식인데요. 이 내용 먼저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약 6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했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3일 미 국무부 인권·노동국의 줄리 터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관을 대사급인 북한인권특사로 지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터너 지명자는 미 국무부 인권·노동국에서 16년을 근무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뤘으며 미국 NSC, 즉 국가안보회의에서 동남아시아 업무를 담당한 바 있는 인물입니다. 미국 의회는 지난 2004년 제정돼 지금까지 세 차례 재승인 되어 온 '북한인권법'을 통해 정부의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법적으로 의무화했습니다. 북한인권특사 지명 소식에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는 지난 23일 "특사 시절 때부터 알고 지낸 터너 지명자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경험이 풍부해 훌륭한 후보자라고 생각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이를 환영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도 지난 24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인권을 외교 정책의 중심에 두는 데에 전념한다"고 강조하며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것은 북한의 비참한 인권 상황을 해결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우선순위를 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줄리 터너의 북한인권특사 지명에 대해 한미의 시민사회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표했죠. 위원님께서는 이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미국 정부가 국무부 인권·노동국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관인 줄리 터너 씨를 북한인권특사직에 지명한 데 대해 한국과 미국의 인권단체들과 인권 활동가들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미국의 로베르타 코언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지난 2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터너 지명자는 미국 정부뿐 아니라 유엔에서도 북한 인권 관련 업무를 다뤘다며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탈북민들의 '대모'로 불리기도 하는 수잔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도 지난 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터너 지명자가 16년 이상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일했다면서 그의 북한인권특사직 지명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14년 탈북해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이현승 글로벌 피스재단 연구원도 지난 24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줄리 씨가 인권 특사로 임명된 것이 아무래도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고 제가 볼 때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습니다. 저도 터너 특사 지명자가 오랜 기간 국무부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어 오는 동안 수많은 탈북민들을 만나 도움을 준 인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터너 지명자가 여성의 세심함으로 북한인권문제를 세계에 부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목용재: 한국의 북한인권대사, 미국의 북한인권특사, 그리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까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 주목되는데요. 북한 내 여성의 인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지 않을까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데 환영의 뜻을 전하고 향후 특사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지난 24일 자유아시아 방송에 말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자신과 북한인권특사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강조하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인권특사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도 지난 23일 "앞으로 신임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매우 긍정적이고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말씀대로 한국의 북한인권대사, 미국의 북한인권특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세 명 모두 여성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 온 탈북민 대다수가 여성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세 분의 여성 북한인권 대사 및 보고관들이 북한 남성들에 비해 더 혹독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의 인권상황 등을 개선하는데 더욱 큰 역할을 하리라고 믿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과거 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북한과 협상을 주도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이 최근 내놓은 회고록에서 북한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내용들이 나왔죠. 김정은 당 총비서가 주한미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대목인데요. 김 총비서의 속내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발간한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 내가 사랑하는 미국을 위한 싸움'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지난 2018년 3월 30일 첫 평양 방문길에 올라 김정은 당 총비서와 대화한 내용 등을 기술했습니다. 당시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이 중국으로부터 안전하려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발언하였다는 것이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이 주장입니다. 대화 중에 폼페이오 전 장관이 "중국 공산당은 늘 미군이 한국을 떠나면 김 총비서가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하자 김정은 총비서는 손으로 탁자를 치면서 "중국인들은 거짓말쟁이"라고 외쳤으며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김정은 총비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며 중국 공산당은 한반도를 티베트와 신장처럼 다룰 수 있도록 미군이 철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을 지낼 때 외무성의 첫째 임무가 주한미군 철수였고 지금도 당과 군대 그리고 외무성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 김정은 총비서의 미국에 대한 속마음, 그리고 중국을 김정은 총비서가 내심 얼마나 싫어하고 있는지를 잘 알게 하는 대목들이었습니다.
목용재: 폼페이오 전 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미북 정상회담에서의 뒷이야기, 자신의 방북 뒷이야기 등을 소개하기도 했죠. 이 내용, 어떻게 보셨나요?
고영환: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앞부분에서 언급한 회고록에서 지난 2018년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 총비서와 나눈, 날이 선 농담들을 공개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이 작고 땀에 젖은 사악한 남자, 즉 김정은 총비서는 온갖 매력을 동원해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하려고 했지만, 학살범에 어울리는 수준이었다"고 하면서 "(김정은 총비서가) 폼페이오에게 '국장, 난 당신이 나타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고 말했고 이에 폼페이오는 "'위원장님, 나는 여전히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고 답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나의 북한 친구, 김정은 총비서가 통굽 신발을 신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보다 키가 약 30cm 작았다"며 "166cm 정도의 김정은 총비서는 말 그대로 1인치, 즉 2.54cm도 양보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김영철 전 통전부장에 대해 "내가 만난 가장 고약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영철은 폼페이오 전 장관과 악수하면서 "우리는 지난 50년간 풀을 뜯어먹었고, 앞으로 50년을 더 그럴 수 있다"고 말했고, 이에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점심이 기대된다. 난 풀을 쪄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말로 응수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현재 김정은 총비서를 실제로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 북한이 보도한 것과는 달리 실제 미북 회담에서는 얼마나 살벌한 발언들이 오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목용재: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당사국인 한국이 북한인권대사를 임명한 이후 미국도 장기간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해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한국과 미국, 유엔의 북한 인권 담당자들의 자리가 모두 채워진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인데요. 향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이들의 활약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님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