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한국, 미국과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에 힘 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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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새해 초부터 북한 문제 대응을 위한 한미 간 협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열병식 준비 동향이 포착되고 있고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에 대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연초부터 한미 외교안보 당국 간 교류가 활발합니다. 얼마 전엔 한미 국방장관 간 회담이 열렸는데요. 이 소식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1월 31일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서울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회담 후에는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두 나라는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를 포함한 안보환경 변화를 반영해 올해 한미 연합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 강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미는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대규모 연합합동화력시범 등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종섭 장관은 "저와 오스틴 장관은 한반도에서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연합연습 및 훈련 규모와 수준을 더 확대하고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언했습니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5세대 전투기 즉 F-22, F-35와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전개한 바 있다. 앞으로 이러한 것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한국 방위공약은 그냥 슬로건, 즉 구호가 아니고 견고하고 철통같다. 이는 확장억제 공약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 양측은 북한의 핵 위협 억제 및 대응 방안과 관련한 동맹 간 논의를 증진하기 위해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 제고, 핵 정보공유, 핵 사용 공동기획 및 실행, 이를 위한 동맹 협의체계 등을 지속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양 장관은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 이전에 한미 맞춤형억제전략 개정이 완료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진전을 만들기로 합의했습니다.

목용재 : 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이 올해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 활동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혀 주목되는데요. 이에 북한이 반발했습니다. 미국이 전략자산의 전개를 더욱 활발히 진행하는 것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도발을 억제하는데 실제 도움이 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지난 2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최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전략자산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밝힌 점을 거론하며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을 할 것"이라며 발끈했습니다. 대변인은 "미국이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에 전략자산들을 계속 들이미는 경우 우리는 그 성격에 따라 어김없이 해당한 견제 활동을 더욱 명백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이날 담화는 한미 공군이 한국 군 F-35A 전투기와 미군 B-1B 전략폭격기 및 F-22, F-35B 전투기 등이 참여한 가운데 서해 상공에서 진행된 2023년 첫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지 채 하루도 안 된 시점에 나온 것입니다. 저는 한미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의 최첨단 전략자산들을 동원하여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일면으로는 북한을 자극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대형 도발 의지를 억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북한이 아무리 핵을 고도화한다고 해도 세계 최강 미군의 핵무력과 전략자산들에 대응하려 하는 것은 그야말로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다리가 찢어지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오스틴 장관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신뢰성을 재차 강조한 점이 주목됐는데요.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독자 핵무장론에 대한 입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 북핵이 고도화되고 한국에 대한 핵 위협 수위가 높아질수록 한국 국민 대다수는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달 30일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 1000명 가운데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한지에 대해 76.6%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72.4%는 한국의 핵 개발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변했습니다. 한반도 유사시, 그러니까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는 전쟁을 일으켰을 때 미국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1.3%, '그렇지 않다'는 비율이 48.7%로 나왔습니다. 미국이 북한에 핵 반격을 할 가능성을 거의 반반으로 본 것입니다. 일본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63.5%로 높게 나왔습니다. 저는 북한이 한국에 대해 핵 위협을 강화하면 할수록 자체 핵무장 여론은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한국의 경제력이나 기술력으로 핵무기를 만들어 내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보는 핵안보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다만 한국은 국제 규범을 지키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므로 우선 미국과 확장억제 수단 운용 연습에 힘을 쏟아야 할 것으로 봅니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은 북한이 핵을 사용하려고 하거나 사용했을 때 한미가 미국의 막강한 핵으로 대응하기 위한 연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한미 외교장관회담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죠?

고영환 :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박 장관은 이날 출국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금년이 한미동맹 70주년이다. 그래서 첫 외무장관 회담을 가지고 한미 동맹의 발전방향, 한반도 문제, 그리고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 협의할 예정"이라며 "(미국을 방문해) 70년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행사들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진 장관은 지난 2월 1일부터 오는 4일까지 나흘간 미국을 방문합니다. 박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한반도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박 장관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달성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한다. 아주 완전한 지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발언했습니다. 박 장관은 현지 시간으로 2월 3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을 방문 중인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외교부와 공동으로 북한인권 간담회를 개최했죠. 어떤 의의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 달 31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30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여성 및 여아의 인권 상황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뒤 동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협력할 의지가 분명하며 준비가 됐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북한 내 여성과 여아의 권리를 신장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국 외교부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1월 30일에 한 환영사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성 기반 접근과 피해자 중심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 경제활동에 있어 여성과 여아의 사회적 역할을 재조명했습니다. 계속하여 살몬 보고관은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북한 내 여성과 여아 권리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고 자신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유엔 기관, 조약기구, 학계, 회원국, 북한 이탈 여성 간 협력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번 회의가 북한 인권, 특히 북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 대사는 지난 1일 한국에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에 대한 우려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다고 강조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발언을 재확인한 셈인데요. 최근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 조사에 대한 미 측의 간접적인 응답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미가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