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새해를 맞아 김정은 당 총비서의 기록영화를 방영했는데요. 김정은 당 총비서와 리설주, 김여정 당 부부장 등 측근들이 백마를 타는 모습 등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설 계기 경축행사에선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경희의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설 명절을 맞아 북한 매체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백마를 타는 모습을 보도했죠. 2년 전에도 김 총비서가 백마를 탄 모습이 공개된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고영환 :조선중앙TV 는 지난 1일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내보냈습니다. 이 기록영화는 지난해 김정은 당 총비서의 활동 영상들을 편집해 제작한 영화입니다. 이 기록영화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활동을 날짜순으로 편집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목되는 점은 우선 영상 전반부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김정은 총비서의 살이 빠진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주목되는 점은 김정은 총비서가 백마를 타는 장면이 수차례 나오는 것입니다. 기록영화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한 손으로 말의 고삐를 잡은 채 빠른 속도로 숲길을 질주하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북한은 2019년에 김정은 총비서가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갔던 사진을 공개한 바 있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기록영화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말을 탄 장소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원산에 있는 김정은 총비서의 특각 주변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김정은 총비서가 살을 깠으며 그가 말을 능숙하게 탄다는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백마를 능숙하게 타는 장면을 북한이 공개한 것에는 여러 정치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봅니다. 북한 인민들은 우상화 선전 때문에 김일성 국가주석에 대해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고 일제와 싸우는 이른바 '항일의 장군'이라는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백마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북한이 강조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 주석을 빼어 닮은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날이 갈수록 살이 빠지는 모습을 노출시킨 것은 북한 인민들을 위하여 밤잠을 지새우며 일하느라 지도자가 수척해졌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봅니다. 여기에 더 첨언을 하자면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대리인이라는 당 제 1 비서직을 신설하였고 김정은 총비서의 체중이 2019년 140kg에서 현 시기 120kg정도로 감소된 점 등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목용재 : 2019년 12월에도 김정은 당 총비서와 리설주, 그리고 측근들의 백마를 탄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시사하는 바가 있을까요?
고영환 :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12월 군 간부들과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바 있습니다. 당시 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동행한 지휘성원들과 함께 군마를 타시고 백두대지를 힘차게 달리시며 백두 광야에 뜨거운 선혈을 뿌려 조선혁명사의 첫 페이지를 장엄히 아로새겨온 빨치산의 피어린 역사를 뜨겁게 안아보시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백두산에 오르는 김정은 총비서를 박정천 전 총참모장과 각 군종사령관, 군단장들이 대거 수행했습니다. 이번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부인 리설주와 동생 김여정 부부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현송월 당 부부장 등 5명과 함께 백마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2019년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주로 군 간부들과 백두산을 올랐는데 이번에는 북한을 움직이는 측근 중의 최측근들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2019년 당시는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고 북한 지도부가 혼돈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군부 핵심들과 백두산에 오르면서 김일성 주석이 '일제와 싸워 이긴' 것처럼 자신도 군대와 함께 미제를 쳐부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에 들어 북한은 거의 매주에 한 번 이상 미사일들을 발사하는 정세 하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백마를 타고 나타난 것은 미국에 맞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른 시사점은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 문제입니다. 살이 까진 김정은 총비서의 모습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 이상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 때에 핵심 측근들과 백마를 타고 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리설주, 김여정, 조용원, 현송월과 같은 최측근들의 보좌를 받으면서 건강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북한을 이끌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설을 맞아 열린 경축공연에 김경희 전 노동당 경공업부장도 등장했습니다. 무엇을 의미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지난 1일 김정은 총비서와 함께 음력설 명절기념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북한 중앙TV는 그녀가 김정은 부부와 함께 설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김경희 전 비서는 공연장 입장 시 누구의 부축도 받지 않았고 간부들 사이에 섞여 걸어 들어왔습니다. 김 전 비서는 리설주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김정은 총비서를 보며 박수를 치는 등 건강에 큰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김경희 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며 김정은 총비서의 고모이자 2013년에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아내입니다. 그야말로 김정은 가족 가운데 가장 '큰 어른'입니다. 남편 처형 이후 공식 무대에서 사라졌던 그녀는 2년 전인 2020년 2월 설 명절 기념공연 때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는데 이번에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김경희 전 비서를 다시 등장시킨 것은 우선은 그녀가 건강히 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정치적 의미는 김정은 총비서가 이른바 '백두혈통'의 후계자이며 김일성 가계의 어른을 공경하는 예의 바른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데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오는 6일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열릴 예정인데요.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또 김정은 당 총비서의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오는 6일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올해 2월 6일 제14기 제6차 최고인민회의 개최를 결정했습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의제들은 내각의 2021년 사업 정형과 예산 결산, 2022년 과업과 예산, 육아법 및 해외동포권익옹호법 채택 등입니다. 한국과 기타 세계가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주목하는 것은 북한의 내부 관련 법제정이 아니라 김정은 총비서가 세계를 향해 어떤 신호를 보낼지 주목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시정연설에서 미국에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2020년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의사를 밝히는 등 대남정책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올해 들어 거의 주기적으로 미사일들을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미국이나 한국에 온화한 입장을 낼 가능성보다는 강경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목용재 : 마지막으로 북한이 지난 일요일에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북한의 이 같은 무력시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달 31일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통신은 "검수 사격 시험은 생산, 장비되고 있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면서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대로라면 북한이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생산하고 배치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북한이 2월부터 4월 '축제' 기간에 중거리 미사일, 중장거리 미사일과 이른바 '극초음속미사일'들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이 한반도 문제를 미국 정책 당국자들의 책상 위로 올려놓으려 상당히 애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의 업적을 기리는 기록영화를 방영했죠.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 자연재해까지 겹친 상황에서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고 우상화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보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이 언제까지 이런 구시대적인 프로파간다에 집중할까요. 이보다는 비핵화를 통한 민생 살리기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