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식량난 겪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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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이달 말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식량 문제와 관련된 단일안건을 상정했다는 것인데요. 북한의 식량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에 대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이달 말에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죠. 지난해 말 개최한 전원회의 이후 두 달여 만인데, 이례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고영환 :북한은 지난 6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고 이달 하순 농사문제와 농업발전의 전망목표들을 토의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고 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당 중앙위 전원회의는 통상 매년 1∼2차례 정도 진행돼 왔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말 전원회의 이후 두 달 만에 또다시 당 전원회의를 열고 회의 의제도 농업 분야 단일의제만으로 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얼마나 긴장한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달 하순 농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한 데 대해 "북한의 식량 사정 및 내부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지난 연말 전원회의를 개최한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다소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특히 북한이 농업 관련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상정하였는 바, 정부는 북한의 식량 사정 및 내부 동향을 주시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이달 하순에 농업문제를 토론하는 당 중앙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지난해 식량 생산량이 451만 톤, 지난 2021년의 식량 생산량은 469만 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전년대비 4%가량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도 지난해 12월 4분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식량의) 외부지원이 필요한 45개의 나라 중 한 곳으로 꼽은 바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지난해 북한에서 평균 이하의 농업 생산량으로 인해 올해 북한의 식량 안보상황이 취약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도 지난 2일 북한의 농민들에게 북한 군인들이 먹을 식량을 자발적으로 헌납해 군사력 강화에 기여하라고 주민들을 독려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전원회의 단일 안건으로 농업문제만 올린 것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좋지 않으며 따라서 올해 농사에 박차를 더 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을 북한 지도부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식량 및 농업기구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현재 북한이 식량 불안 등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를 겪고 있으며 코로나에 대응해 국경을 봉쇄하기로 한 북한 정권의 선택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신형 코로나로 인한 북중 간 무역금지, 국경봉쇄로 인한 밀수 금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곡물 가격의 폭등, 농사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대응 실패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북한의 올해 식량 사정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이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목용재 : 북한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식량을 헌납할 것을 주문하기도 하는데요. 이 같은 상황,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고영환 : 지난 6일 대북 소식통은 최근 개성에서 식량난으로 하루 수십 명씩 아사자가 속출한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습니다. 분계연선도시는 북한 당국이 평양 다음으로 신경을 쓰고 있는 도시로 대표적인 곳은 개성이고 그래서 다른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높았습니다. 이런 개성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한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당 총비서는 개성 상황에 대한 특별보고를 받고 지난달 중순 고위 간부를 개성 현지로 파견해 실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게 하였으나 굶어 죽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성 지역 내 혼란이 심화하고 민심도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달 말 또다시 고위간부들을 현지로 급파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 1월부터 '전국적으로 배급량 중 일부를 반납하라'는 지시가 각 도 지방 당국에 내려졌는 바, 이는 개성시의 무상배급으로 부족해진 전체식량 비축량을 보충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동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북한 선전 선동 매체들은 '애국미 헌납운동'에 대한 언급이 늘고 있고 농민들에게 식량을 헌납하라는 독려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지난달 31일 성, 중앙기관 간부들이 국가에 양곡을 헌납한 사례들을 보도했습니다. 개성시는 평양과 같거나 비슷한 대우를 해주라는 북한 지도부의 지시로 그만하면 살 만한 도시라는 평을 북한 주민들에게서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개성에서 아사자 속출 소식이 나오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받게 할 것입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뭐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미 많은 대책들이 나와 있습니다. 중국은 개혁, 개방으로 14억 중국 인민을 먹여 살리고 있고 베트남(윁남) 역시 개혁정책인 '도이모이' 정책으로 먹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북한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국가가 농사와 농민을 통제하지 않고 해당 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거나 영구 임대 형식으로 빌려주기만 하여도식량사정은 훨씬 좋아질 것입니다.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고 아무리 식량 전선에서 혁명을 일으키려 하여도 북한의 식량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상교육과 동원만으로 식량 사정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농민들에게 물질적인 자극이 스스로 오도록 농업개혁을 하고 국경을 개방함으로써 중국과 한국 등 외부에서 비료, 농기계, 디젤유 등의 지원과 교역만 이루어지면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사라질 것입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1960년대에 나온 청산리 정신, 천리마 정신, 자력갱생 같은 정치적 구호만 외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박 장관의 이번 방미에 대한 평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현지 시간으로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된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습니다. 인천공항을 통해 지난 5일 귀국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진 장관은 "올해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장관은 워싱턴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나 역대 최상의 상태라고 평가받는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내실 있게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하면서 "한미가 행동하는 동맹으로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고 확장억제, 공급망 안정, 첨단 기술 등 분야에서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 나가기로 했다"고 발언했습니다. 미국 방문 기간 박 장관은 미국 의회 상원과 하원 지도자들을 만나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미국 의회의 초당적 지지를 당부했다며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관련 주요 법안 등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요청했다고 언급했습니다. 박 장관은 워싱턴 방문에 앞서 뉴욕 유엔 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한-유엔 협력 강화 방안, 한반도 평화와 안정 방안 등도 토론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박진 장관의 이번 방문이 한미관계 강화,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목용재 : 최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로 국경을 걸어 잠근 북한이 밀수를 통한 식량 유입이라도 용인한다면 어려운 사정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지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