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북측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흐름에 변곡점이 하나 생겼습니다. 북측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했죠. 결국엔 북한의 핵이 관건일 텐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상임위원장과 같이 서울에 왔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위원장의 평양 초청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빠른 시일 안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평양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해 김여정 1부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기 바란다"는 이례적인 발언도 했습니다.
저는 사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한국 올림픽에 올지는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뿐인 여동생을 서울에 보낸다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는 모험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김정은이 김여정을 서울에 보낸 것은 미국 쪽에서 선제공격 소리도 나오고 유엔 제재 등으로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라고 김정은이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오죽 힘들면 아끼는 여동생을 보냈겠냐는 것이죠.
김정은의 제의에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 여건이 조성된다면 평양에 가겠다”는 뜻을 북한 대표단에 전했습니다. 여기서 ‘방북 여건’이란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밝히고 미북 회담이 잘 진행된다는 조건에서 평양을 방문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공을 한국에 던졌는데, 여기에 문 대통령이 “여건이 조성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여 평양에 다시 공을 던진 것입니다.
지금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올림픽 이후 대북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돌파구 삼아 현재의 난국을 돌파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명백해 보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적어도 핵폐기 의지를 밝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갈 길이 매우 멀어 보입니다.
박성우: 미국 입장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 국장이 지난 13일 상원 정보위 '전 세계 위협'과 관련한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한 결정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코츠 국장은 미국 정보기관의 총책임자입니다. 그는 “북한 김정은이 보여 온 도발적 본성과 불안정성은 미국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평화로운 북한 문제 해결이지만, 이것은 실존적인 문제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북한 지도자들은 협상을 통해 핵과 미사일을 없앨 의도가 없으며 2018년에는 추가적인 미사일 실험을 강행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은 "미국을 위협하는 핵 역량을 보유하려는 김정은의 소망에 어떤 전략적 변화가 있다는 조짐이 없다"며 "우리 분석에 따르면 김정은의 주변 인사들이 제대로 된 국제적 분위기를 (김정은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폼페이오 국장은 북한에 대한 예방적 타격이 마련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다양한 군사 행동에 대한 방안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했던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최근에 '전례 없는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강조하고 있으며, 심지어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 선박이 공해상에서 다른 배로 석유와 석탄 등을 밀수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추가적인 행정명령이나 제재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관계자는 미북 대화 가능성에 대해 "최대 압박 전략은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가능하지 않다는 우리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 기꺼이 북한에 관여, 즉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비핵화이지만, 북한과 만나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나오는 일부 상반되는 입장들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국은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마지막 기회를 북한에 줄 수 있다. 만일 북한이 이 기회를 발로 차버린다면 미국은 더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다. 그래도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선택을 할 것이다’ 이런 신호를 미국은 북한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박성우: 앞으로 한미훈련 어찌 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이른 시일 내에 남북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가 나오면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연기된 한미 군사훈련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우려가 생기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4월에 한미 연합 훈련이 그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예정돼 있습니다. 한국군 소식통도 "4월 초부터 예년과 같은 규모로 약 2개월간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을 실시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말했고,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도 한국군 수뇌부에 "더 이상의 연합 훈련 연기는 안 된다"는 신호를 여러 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여권의 관계자는 "정상회담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북한이 도발 중단 등 조금이라도 완화된 태도로 나오면 한미 훈련의 재연기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평창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이 끝나는 시점을 전후하여 북한이 핵실험을 더 진행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나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전향된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그리고 비핵화를 위한 대회에 나서겠다는 진일보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한, 한미 군사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번 동계 올림픽 기간 중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예술단이 와서 주목 받았는데요. 위원님께서 가장 눈여겨 보신 건 무엇이었습니까?
고영환: 제가 관심을 갖고 본 것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김여정이 정말로 북한에서 ‘나는 새로 떨어뜨린다’는 실세 2인자인지 하는 점, 또다른 하나는 모란봉 악단의 현송월 단장이 정말로 김정은의 총애를 받고 있느냐는 점이었습니다.
김여정 제1부부장에 대해 말한다면, 그는 정말 실세였습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전용기에서 내려 귀빈실에 먼저 들어왔지만 김여정이 들어와 자리에 앉으려 할 때까지 기다렸고, 자리에 앉을 때도 김영남 위원장이 먼저 자리에 앉으시라고 할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김정은의 친서도 사실은 고위급 대표단 단장인 김영남이 문 대통령에게 전해야 하는데 김여정이 김 위원장을 제치고 전달하였고, 문재인 대통령 초청 발언도 김여정이 했습니다. 제가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낼 때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지난 9일 평창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김여정은 노동당 제1부부장은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게양될 때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러자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북한 응원단 전체가 일어났습니다. 김일성 가족이 한국의 애국가와 태극기에 경의를 표한 것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김여정이 안 왔으면 한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게양될 때 북한 대표단이 자리에서 일어났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현송월도 한 개 악단의 단장인데도 불구하고 남북회담에 대표로 참가하였고, 권혁봉 북측 문화성 국장은 현송월과 시선을 마주치면서 마치 허락을 받아 발언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공연 후 평양에 돌아갔을 때 김정은이 현송월을 만나주고 바로 자신의 옆자리에 그녀를 앉힌 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평양에서 김정은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는 두 여인이 바로 김여정과 현송월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성우: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정국이 다시 한 번 중요한 전환점에 서게 됐습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국과의 협의도 이뤄지고 있는데요. 그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을 통해 자세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