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단일팀, 잘 싸웠고 자랑스럽다”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평창 올림픽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지냈습니다.

박성우: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특히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가 주목받았죠.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여자 아이스하키 (빙상 호케이) 남북 단일팀은 지난 20일 스웨덴과 벌인 7-8위 순위 결정전에서 1-6으로 패했습니다. 단일팀의 평창 동계올림픽 최종 전적은 5전 5패로 올림픽에 참가한 8개 팀 중 최하위에 그쳤습니다.

선수들 사이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남과 북은 올림픽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팀을 만들기로 결정했었죠. 첫 경기를 불과 보름 앞둔 지난 1월 25일 북한 선수들이 남한 선수들과 합류해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기본 전술을 익히기 전에 양측 선수들은 서로 다른 아이스하키 용어부터 정리해야 했습니다. 완벽한 한 개 팀이 되기에 보름 남짓한 시간은 너무 짧았던 거죠.

분위기도 어수선했고 남과 북 선수들 사이는 서먹서먹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상대국인 스위스와의 경기, 둘째 상대국이었던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단일팀은 각각 0-8이라는 점수차로 패했습니다. 세 번째 상대국인 일본과의 경기도 1-4로 졌습니다. 그러나 일본과의 경기에서 우리 단일팀의 첫 골이 터졌습니다. 경기력이 나아졌다는 의미입니다. 4년 전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으로 부임한 캐나다 출신의 세라 머리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러워 눈물이 났다"고 말하면서 "마지막 버저(종소리)가 울리면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후회를 갖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연습을 한 시간이 보름밖에 안된 단일팀이 조직력을 발휘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단일팀이 당당하게 세계 강호들과 맞섰고, 그들을 상대로 두 골을 넣은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우리 단일팀 선수들 잘 싸웠고,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박성우: 이미 지적하셨지만,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진 게 지난달 25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선수들끼리 당연히 서먹했을 텐데요. 그런데 지난 한 달 사이 서로 많이 친해진 거 같더라고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20일 강원도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평창올림픽 7-8위전이 끝나자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록 스웨덴과의 경기는 1-6이라는 점수차로 패배하였지만 남북 선수들은 동그랗게 모여 팀 구호인 “하나, 둘, 셋 팀 코리아”를 외쳤습니다.

남과 북의 정치적 결정으로 지난달 25일 남북 단일팀이 급하게 구성되어 남북한의 선수들이 처음 모였을 때만 해도 북한 선수들은 남한 선수들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측 진옥 선수의 생일을 맞아 남한 선수들이 깜짝 생일 축하연회를 열어 주면서 선수들의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패스’를 ‘연락’이라고 부르는 등 남북의 하키 용어도 달랐지만, 남북 선수들은 차차 서로를 알아갔습니다. 한국 선수들은 ‘북한’ 대신 ‘북측’이란 용어를 쓰면서 북에서 온 선수들을 배려했습니다. 머리 감독은 “라커룸(탈의실)에서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K팝(한국 대중음악) 춤을 가르쳐 주더라”고 말했습니다. 훈련 중 북한의 한 선수는 한국 대중 가요인 ‘아이스크림 케이크’란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북한 선수는 한국의 김도윤 코치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를 하기도 했고, 남북 선수들은 아이스크림을 함께 사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선수들은 강릉 선수촌에선 숙소가 분리된 탓에 잠을 따로 잤습니다. 버스도 달라 따로 이동했습니다. 한국 선수가 훈련을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가면서 “보고 싶을 거야”라고 말하면 북한 선수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없이 손을 흔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굳게 얼어붙었던 남과 북 선수들의 마음이 풀리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하루 이틀이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성우: 평창 동계올림픽은 오는 25일에 끝납니다만, 3월 9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동계 패럴림픽, 그러니까 장애인 체육 대회가 열립니다. 여기엔 탈북 장애인이 한국의 국가대표로 참가할 예정인데요. 이 소식도 좀 전해주시죠.

고영환: 이번주 일요일, 즉 2월 25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납니다. 그리고 3월 9일부터 18일까지 페럼림픽, 즉 장애인 올림픽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여기에 꽃제비 출신의 탈북 청년 최광혁 씨가 한국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돼서 화제입니다.

함경북도 화성 출신인 최 씨는 1990년대 중반 부모의 탈북 이후 북한 곳곳을 방황하면서 꽃제비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13세 때인 2000년 5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여동생과 함께 열차에 올랐다가 기차 아래로 떨어졌고 이때 왼발이 바퀴에 깔리면서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고 합니다. 최씨는 2001년 8월 여동생과 함께 탈북해 한국에 입국했고 3번의 수술을 한 뒤 의족을 했습니다.

이런 최광혁 씨가 한국의 국가대표가 된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 7월 패럴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그는 "북한에선 하루 끼니 때우는 게 가장 큰 목표였는데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가 된 것이 꿈만 같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습니다. 같은 탈북자로서 나는 최광혁씨가 무척이나 자랑스럽습니다.

박성우: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마 평창 패럴림픽까지 끝나고 나면 한미 군사훈련이 시작될 텐데요. 과연 이게 한반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다들 궁금해하고 있죠. 위원님의 전망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영환: 한국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일정은 다음달 18일 패럴림픽이 끝난 뒤 양국이 공동으로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이미 훈련 일정표를 짜둔 것으로 알려져 송영무 장관의 언급은 패럴림픽 종료 뒤 연합훈련을 재개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한미는 매년 3월 한국군과 미군이 참가하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연합 훈련을 진행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남강원도 평창군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리니 올림픽 분위기 조성을 위해 한미가 연합훈련을 뒤로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지켰습니다. 송영무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은 올림픽 정신에 따라서 연기했다는 것이 한미 정부의 공통된 보도”라고 강조하면서 “패럴림픽이 끝날 때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고 NCND(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를 견지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계속하여 “한미 동맹은 1㎜도 오차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겨울철 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이 3월에 끝나면 올림픽 기간 동안 뒤로 미뤄졌던 한미 연합훈련이 4월에는 열리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훈련 규모는 평균 수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만일 북한이 이마저도 반발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강행하면 훈련 규모나 수준도 올라갈 것이고, 그러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도 정세를 더 긴장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평균 수준의 한미훈련이 진행되는 경우 북한은 언론매체를 통한 반발을 하는 데에서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 경우 한반도 정세는 대화 분위기로 가면서 긴장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성우: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사람들은 향후 한반도 정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오는 일요일 올림픽 폐막 행사에는 북한의 김영철 통전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인데요. 일단 이들의 방한을 계기로 남북간에, 그리고 한미간에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