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지난주 남한을 방문했을 때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셨는지요?
고영환: 평창 겨울 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김영철 부위원장은 폐회식 직전인 지난 2월 25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회담 이후 발표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서면 발표로 알려졌습니다. 김 대변인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같이 발전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함께했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위해서라도 북미대화가 조속히 열려야 한다”고 하자 김 부위원장이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청와대를 방문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3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받는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여건으로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김영철의 북미대화 용의 표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일단 강경합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통화 후 미 국무부의 마이클 케이비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해 최대 압박을 유지할 필요성을 포함한 한미 양국의 일치된 대북 대응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밝혀오던 대북 입장과 동일한 내용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으나 우리는 오직 올바른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올바른 조건’이란 북한이 먼저 확고한 비핵화 의지와 방안을 대외적으로 내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지난 2월 28일 마크 내퍼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서울 정동 미국 대사관 관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은 비핵화라는 명시적 목표가 없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용 미북 대화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 과거의 실수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북한의 시간 벌기식 협상 전술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군사 행동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시간 벌기 전략은 다시는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박성우: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고 지적하셨는데요. 이런 와중에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눈여겨 봐야할 변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의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사임했죠. 이건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고영환: 미국 정부의 대표적 대북한 대화파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윤 특별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은퇴가 개인적 결정이었다고 말했지만, 북핵 해법으로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중시해온 윤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연관이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윤 특별대표는 1985년부터 국무부에서 일했으며 2016년 10월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임명됐습니다. 윤 특별대표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와 ‘뉴욕 채널’을 가동해 대북 협상 통로를 유지해 왔으며,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협박을 일삼으며 긴장이 높아졌을 때도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윤 대표가 백악관 내의 대북 강경파와 계속 충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뉴욕타임스는 “윤 대표가 물러나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작아지고 북핵 해결에 대한 진전이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 내정자의 지명이 철회되고 윤 특별대표까지 사임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적어도 그런 의지를 밝히지 않는다고 한다면 미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성우: 김영철 통전부장의 서울 행보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죠. 공개 활동은 별로 없었습니다. 비공개 회동에 집중했다는 이야기인데요. 어떤 점을 주목하셨습니까?
고영환: 김영철 통전부장을 단장으로 한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달 25일 평창 겨울철 올림픽 폐막식에 참가하고 서울에 온 후 평양으로 가는 날까지 숙소인 워커힐 호텔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호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는 대표단이 서울을 떠난 후 알려졌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2월 26일부터 27일까지 호텔에서 통일부 장관, 통일부 차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국가안보실 2차장, 국가정보원장,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만났습니다.
김 부위원장이 호텔을 떠나지 못했던 것은 그가 정찰총국장으로 있을 때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고, 그래서 그가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된 논란의 인물인 만큼, 만에 하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고자 한 고육지책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안보 부서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을 둘러싼 싸늘한 한국의 여론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 사절로 온다는 것 때문에 김영철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정부 간부들이 김영철과 악수하고 “반갑다”, “환영한다” 등의 인사를 하는 장면이 공개됐을 때 생기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국 정부 간부들과 김영철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장관이 북한 전문가들이고 김영철도 대남정책 총책임자인 만큼 양측 사이에 깊이있는 대화들이 진행된 것은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지난 2월 7일 북한 응원단 등 279명과 함께 내려왔던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김여정 등 개막 축하 대표단과 돌아가지 않고 강원도 인제 등에 머물다가 선수단, 응원단과 같이 돌아갔다는 점입니다. 대북 소식통은 "맹경일은 숙소에 통전부 상황실을 꾸려놓고 평양과 교신하며 우리 측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습니다. 맹경일 부부장이 김상균 국정원 2차장과 자주 접촉하며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전반의 그림을 그렸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측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 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을 것이고, 북한측은 한미 군사훈련의 중단을 요구하고 미국측의 최근 대북한 정책 동향을 탐지했을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박성우: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쭤보죠. 한국의 송영무 국방장관은 김영철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죠.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고영환: 지난 2월 28일 송영무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천안한 폭침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 당 부위원장의 한국 방문에 대해 "한국군 입장에서는 불쾌한 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송 장관은 이날 “국군을 관할하는 사람으로서 김영철의 한국 방문은 굉장히 모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정하느냐?”는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의 질의에 위와 같이 답변을 한 것입니다. 정부와 통일부 등은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하여 김영철을 맞이했지만, 군을 통솔하는 국방장관으로서는 김영철의 서울 방문이 불쾌하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박성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이 모처럼 대화의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만, 아직은 지켜봐야할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조만간 북한에 특사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죠. 그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부터 주시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