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전원회의를 나흘간 진행했습니다. 예고됐던 것처럼, 이번 회의에서는 식량과 관련한 의제가 주로 다뤄졌는데요. 이번 전원회의 내용,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진행했는데요.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직접 참석했습니다. 내용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 2일 북한 중앙통신은 김정은 당 총비서의 사회 하에 지난달 26일부터 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평양에서 진행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동 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을 위하여, 우리 국가의 자존과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올해 알곡 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농업 발전의 전망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해 나가자"고 호소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계속하여 '농촌문제'가 반드시 풀어야 할 '전략적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모든 농장들에서 정보당 수확고를 높이도록 하는데 중심을 두고 투쟁하는 것이 중요한 농업생산지도 원칙으로 되여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또한 "올해 알곡생산 목표를 성과적으로 점령하며 가까운 몇 해 안에 농업생산에서 근본적 변혁을 일으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농업발전 토대를 축성하는데서 나서는 당면 과업들과 과학적인 전망 목표들, 실현 가능성이 철저히 담보된 방도들을 찾는 것이 이번 확대회의의 기본목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전당에 강력한 령도체계가 서 있고 전체 인민의 단결된 힘이 있는 한 못 해낼 일이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농업 문제를 중점으로 다룬 전원회의가 평양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께서 김 총비서 발언 가운데 주목해서 보신 부분이 있습니까?
고영환 : 북한은 통상적으로 매년 1∼2차례에 걸쳐 당 전원회의를 개최해 왔습니다. 그런 북한이 지난해 말 전원회의 이후 불과 2달 만에 전원회의를 다시 열어 식량문제를 토론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절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전원회의에서 한 발언 중에 저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부분은 "우리 국가의 자존과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올해 알곡 고지를 기어이 점령하자"고 한 부분입니다. 농업 문제에 국가의 자존의 걸렸다는 것은 다른 말로 먹는 문제에 북한 국가의 생존이 걸렸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지난 2021년 12월 전원회의에서 식량 문제 해결과 농촌 생활 환경 개선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 발전 전략을 채택한 뒤 국가사업에서 농업 문제를 중심에 놓고 이에 큰 힘을 쏟아 왔습니다. 그러나 식량 증산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 개성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지방 교화소들에서는 수감자들이 아사를 피하기 위해 집단 탈출하기도 하며 심지어 군인들의 일일 배급량도 줄이는 등 북한은 최근 심한 식량 부족 사태를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당의 영도가 있고 단결된 인민들이 있는 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소리는 제가 수십 년 동안, 매년 들어온 소리입니다. 북한 인민들이 먹는 문제는 중국이나 베트남(윁남)처럼 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고 농민들이 심고 싶어하는 농작물을 재배하게 하기만 하여도 금방 풀릴 문제입니다. 북한 당국이 가까운 길을 놓아두고 굳이 멀고 험한 길을 걸어가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달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에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는데요.
고영환 : 지난 15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WFP, 즉 유엔 세계식량계획에 지원을 요청을 한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권 장관은 유엔 세계식량계획에 대한 북한의 지원 요청과 관련해선 "그쪽(WFP)은 (식량 배분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며 "그 부분에서 (북한과) 의견이 안 맞아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최근 북한의 세계식량계획(WFP) 지원 요청을 언급한 가운데 WFP는 북한으로부터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WFP 아시아태평양지부 쿤 리 대변인은 미국의 한 언론사의 관련 질문에 "우리는 비록 공식적인 식량 지원 요청은 받지 않았지만, 우리의 해외 직원들의 북한 복귀와 그에 따른 운영 재개 전망에 대해 꽤 정기적으로 논의해왔다"고 대답했습니다. 계속해서 리 대변인은 "2021년 북한의 국경 봉쇄 이후에도 북한 당국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며 "국경 봉쇄로 인해 (직원들의) 복귀가 불가능했고 (대북 지원) 운영은 보류 상태이다. 올해는 국경이 개방돼 WFP의 지원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고열량 고영양의 특수 식품을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WFP는 북한 식량 지원에 130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죠?
고영환 : 북한 일부 지역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WFP, 즉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은 오는 7월까지 대북 식량지원을 위해 1300만 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공개한 '2023년 국제 운영 대응 계획 7차 보고서'에서 WFP는 이달부터 오는 7월까지 북한 지원에 필요한 예산 4200만 달러 가운데 31%가 부족하다며 이와 같이 밝혔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이 지난달 28일 보도했습니다. WFP는 "북한의 국경이 열려 직원의 출입과 식량 공급이 허용되면 보육원의 어린이와 임산부 및 수유모, 병원에 있는 환자를 위한 식량지원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WFP 평양사무소에 있던 관계자들은 지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선언을 전후로 모두 북한을 떠난 상태입니다.
목용재 : 한편 미국이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2주만에 북한의 외화벌이 기관과 개인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내놨습니다. 이 같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효과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지시간 지난 1일 미국 정부는 외국에서 불법적인 외화벌이 활동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을 지원해온 북한의 관련 기관 3곳과 개인 2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외국에서 불법으로 외화벌이를 해온 북한 칠성무역공사와 조선백호무역공사, 아프리카 현지 법인 등 3개 기관 및 북한 정권과 노동당의 수익 창출 활동에 종사해온 북한 국적자 황길수, 박화성 등 2명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에 따르면 칠성무역공사는 북한 정권에 속한 무역회사로 불법으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한편, 정보요원들을 직원으로 위장 고용해 외국에서 정보를 수집해왔습니다. 조선백호무역공사는 북한 인민무력부 산하 기관으로, 지난 1980년대부터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예술 및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해 북한 정권에 자금을 조달해왔습니다. 제재 대상 인물인 황길수와 박화성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콩고아콘드 주식회사를 설립해 이 나라의 지방 정부가 추진하는 건설 및 조각상 설립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통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런 불법자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밝혀왔습니다. 북한은 유엔 및 국제사회의 제재를 교묘하게 피해왔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제재를 피하는 방법을 찾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인민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것입니다.
목용재 :식량 부족은 북한이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당국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많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여전히 어려운 길을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북한 주민들은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김정은 당 총비서가 개방 및 지원 수용 등을 통해 식량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