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시험발사하려는 등의 전략도발을 준비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시설 복원 및 금강산 내 한국 측 시설을 해체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지난 16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했는데요.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한국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 16일 오전 9시 30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쐈지만 발사 직후 고도 20km에도 이르지 못하고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나 ICBM 시험발사의 경우 정상보다 더 큰 고각으로 발사해 수백km 높이까지 올라간다는 것을 고려하면 고도 20km는 거의 발사하자마자 폭발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이 미사일이 고도 20km 이하 상공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 만큼 커다란 폭발과 액체 연료로 인한 불꽃이 사방으로 흩어져 지상에 피해를 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군당국은 미사일 발사 장소가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 시험을 실시했던 순안비행장 일대라는 이유로 이번에도 신형ICBM을 시험 발사하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16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상승 단계에서 공중폭발한 것은 엔진 계통의 이상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가속을 위해 막대한 추력이 필요한데,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면 필요한 추력이 충분히 나오지 않아 그 여파로 엔진 내 불균형이 생기면서 폭발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17일 북한 주요 선전매체들은 지난 3월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의 발사 실패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통상적으로 북한 매체들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다음날 기사와 사진들을 내보내면서 크게 선전하여 왔습니다.
목용재 :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대해 한미는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 북한이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이를 규탄하고 추가 도발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북한의 미확인 발사체 발사와 관련한 한국 언론의 질의에 "북한이 최근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한 것과 같이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하면서 "이는 또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북한의 이웃 국가들과 역내 전체에 가하는 위협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계속하여 미 국무부는 "우리는 북한이 더 이상의 도발을 자제하고,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하기를 국제사회와 함께 요구한다"며 "우린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실패로 추정되는 북한의 지난 16일 탄도미사일 시험에 대해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 표명에도 북한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것은 중단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죠? 금강산 관광 지구 내 한국 측 시설에 대한 폐기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최근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폭파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중 일부의 복구로 추정되는 활동을 식별했다고 밝혔습니다. 포착된 복구 움직임은 갱도의 입구 쪽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4년 전 폭파했던 풍계리 갱도 중 내부가 양호한 곳의 입구를 다시 뚫는 방식으로 복구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셉 버뮤데즈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기자회견에서 "만약 입구 정도만 파괴되고 내부 손상이 심하지 않았다면 3∼6개월이면 복구가 가능하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복구와 함께 4년 전 전세계 앞에서 무너뜨렸던 현지의 경비시설과 관측소 등도 다시 복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와 함께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한 언론은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지난 15일자 자료를 살펴본 결과 해금강호텔의 옥상이 뜯겨 건물 내부가 드러났다고 지난 17일 보도했습니다. 위성사진에서 해금강호텔은 옥상 부분 전체에 구멍이 뚫린 듯 보였고 옥상을 비롯해 기존 건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해줬던 흰색은 건물 뒷부분과 남쪽 외벽에만 일부 남아 있었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금강산 시찰을 나왔던 김정은 당 총비서는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해금강호텔은 2000년 개장했으며 한국 현대아산의 소유입니다. 북한이 대미, 대남 도발 강도를 서서히 높여 가고 있습니다.
목용재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은 전략도발이 임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위원님께서는 북한이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 어떻게 평가하시고 북한이 조만간 전략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고영환 : 북한은 오는 4월 15일에 이른바 '민족 최대의 명절'인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이합니다. 북한은 현재 '태양절 110주년'을 앞두고 국방분야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집권 10주년을 맞는 김정은 총비서가 이 명절에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유일하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공개입니다. 여기에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정찰위성'들을 대대적으로 발사하여 한국과 미국의 군사행동들을 낱낱이 정찰하라고 지시한 만큼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발사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찰위성이라고 하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규탄이나 추가제재를 피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도 일부 선진국들만 가지고 있는 정찰위성을 가진 나라라는 자부심을 키워줄 수 있다는 판단을 김정은 총비서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지난 16일 신형 미사일의 폭발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형 ICBM 개발 완성을 위한 시험발사들을 연달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목용재 :한국의 차기 대통령 인수위원회는 최근 외교안보 분과 위원들을 포함한 인수위원들을 임명해 발표했는데요. 차기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이 같은 압박 조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현재 한국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9일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정권인수작업을 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조직되고 인수위원들이 임명됐습니다. 외교안보 분과 간사로는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이, 위원으로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 이종섭 전 한국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임명됐습니다. 저는 이분들을 학술회의, 간담회 등 여러 장소에서 만나보았는데 다들 원칙적이고 호상 신뢰적인 대북정책들을 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분들입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지난해 12월에 열렸던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 화상회의에서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이루기 전까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유지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거듭되는 대남 압박에 굴하지 않으면서 국제기준에 맞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러면서도 정상적이고 호상 신뢰적이며 존중하는 남북관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북한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보하고 문재인 정부 하에서 약한 틈을 보였던 한미동맹을 강화해 강한 군대를 만들어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형세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 행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 바이든 정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한 북한이 도발 행위를 지속한다면 미북, 남북 간 신뢰 쌓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북한 주민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질 것입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성 있게 하루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기대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