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COI 설립 10주년, 진전 없는 북인권 개선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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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올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가 설립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여전히 북한인권 상황은 심각합니다. COI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국제무대에서 관련 행사가 열렸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최근 COI 설립 10주년을 맞아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 행사에 탈북자들이 참석해 북한 내 구금시설의 실태에 대해 알렸죠?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 COI, 즉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출범 10년을 맞아 유엔 제네바 회의장에서 지난 17일 의미가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회의는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의 한 행사로, 북한의 인권실태를 공론화하자는 의미에서 열린 포럼이였습니다. 주 제네바 호주(오스트랄리아) 대표부가 개최하고 한국 및 일본 대표부가 후원한 행사였습니다. 이 회의에서 북한 인권단체 '노체인'을 이끌고 있는 정광일 대표는 "탈북 후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 운동을 10년간 했지만 북한이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며 "뭔가 달라져야 한다.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2000년부터 4년간 북한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던 정광일 대표는 2003년 4월 석방되자 곧장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습니다. 정 대표는 "무역업을 하다 한국 사람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온갖 고문을 받았고 10개월 사이 75kg이었던 몸무게가 36kg이 됐다"며 "여름엔 옥수수 농사, 겨울에는 벌목에 투입됐고 정해진 일을 못하면 식량을 주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폭로했습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탈북 여성 2명도 자신들의 구금시설 경험을 증언했습니다. '노동교화소'에 수감됐던 A씨는 "군인들이 총을 메고 다니는 곳에서 농사와 벌목 등 노역을 했고 옥수수를 갈아 만든 밥 세 스푼과 소금국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B씨는 "교화소에서는 구타가 빈번했고 수감 생활 중 숨져도 가족에게 알리지 않는다. 수감자가 사망한 줄 모르고 가족이 면회를 온 적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목용재 : 유엔 안보리도 비공식 협의를 통해 북한 인권 상황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죠? 어떤 내용이 논의됐습니까?

고영환 :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회의 방식 중 가장 비공식적인 협의 형태인 '아리아 포뮬러'(Arria-Formula) 형식으로 열린 이날 회의 내용은 유엔 안보리 비이사국이나 비정부기구, 언론 등에 모두 공개됐습니다. 미국과 알바니아가 주최하고 한국과 일본이 공동후원한 이날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 대사는 "북한의 인권침해는 매우 심각할 뿐 아니라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인권침해 범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국제형사재판소(ICC) 기소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탈북자 2명이 참석해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 앞에서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를 증언했습니다. 북한 고위 간부의 자녀였던 이서현 씨는 중국 유학 중이던 2013년 장성택 처형을 시작으로 '피의 숙청'이 시작된 후 가장 친한 친구를 비롯한 무고한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오직 북한에서 태어난 죄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당시 부친이 아사하고 모친, 누나와 헤어졌던 탈북자 조셉 김씨는 "북한은 어둠의 땅이지만 희망과 꿈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이라며 "그들은 침묵 속에 자유를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등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에 더 깊숙이 관여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은 두 탈북자의 용기 있는 증언에 감사를 표하며 북한의 조직적인 인권 탄압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목용재 : 비공개 회의기는 하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옹호했다고 하죠?

고영환 : 지난 17일 뉴욕 유엔 본부 신탁통치 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비공식 협의에서 동 회의 개최를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중국 유엔 대표부 소속 싱지성 참사관은 "인권 문제는 안보리 안건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이날 회의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북한을 감쌌습니다. 싱 참사관은 "오늘 회의는 건설적이지 않고 무책임한 것"이라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중국과 비슷한 논리로 안보리의 북한 인권 논의 자체를 비난했습니다. 러시아 유엔 대표부 소속 스테판 쿠즈멘코프 선임참사관은 "미국은 인권이라는 잣대로 적대국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은 미국과 서방의 제재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태도에 탈북자 이서현씨는 북한 인권과 안보를 분리하는 중국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북한의 인권 개선은 여러 모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중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권위주의적 국가로 유명한 나라들입니다. 인권이 없거나 인권 의식이 희박하고 북한과 유사한 인권 문제를 가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인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가 전혀 없어 이에 대해 G7, 즉 주요 7개국 외교장관들의 비판 성명이 나왔죠?

고영환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관련해 세계 주요 7개국 외교장관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무기력한 모습에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로이터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G7, 즉 주요7개국들은 외교장관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 일부 회원국이 북한에 대한 조치를 방해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회원국의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에 대한 대응을 제지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가리킨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추가 대북제재 결의에 작년 5월 거부권을 행사했고 같은 해 11월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는 의장 성명 채택도 계속 무산시켜왔습니다. G7 외교장관들은 "우리 G7 외교장관과 유럽연합(EU) 외교 안보 고위대표는 북한이 16일 또다시 ICBM을 발사한 행위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이는 역내·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 그리고 어떠한 다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CVID)으로 포기하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모든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거듭 요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목용재 : 유엔 무대에서 북중러 간의 끈끈한 연대가 주목됩니다. 이 때문에 유엔 무대에서 북한 인권 개선과 관련한 논의도,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추가 제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김정은 지도부가 가장 아파하고 예민하게 대하고 있는 문제, 북한 체제에서 가장 취약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인권 문제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 문제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하려면 유엔 등 탁 트인 공간에서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도 중요하지만 북한과의 양자 회담, 특히 북한의 평양에서 진행되는 제 3국과 북한 당국 사이의 공식회담에서 인권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그 이유는 이런 공식, 비공식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되면 해당 내용을 반드시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내부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한미일 같이 북한이 가장 적대적이라고 간주하고 있는 나라들보다는 프랑스, 독일, 영국, 스웨덴, 스위스, 오스트리아 같은 북한에 덜 적대적이고 중립적인 나라로 평가받는 유럽국들의 외무성, 국회, 사회당, 녹색당과 같은 회색지대의 관계자들이 북한과의 각급 회담에서 북한에 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 설립 10주년이 지나면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가 상당히 확산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들만 북한 당국을 두둔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 인권 개선 활동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노력과 연대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