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의 무력시위, 도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과 지난 24일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데요. 김일성 주석의 110주년 생일을 앞두고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지난 주말과 24일 또다시 무력시위를 감행했습니다. 오늘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북한군이 지난 20일 오전 7시 20분을 전후하여 약 1시간 동안에 걸쳐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한 지 4일이 지난 3월 24일, 장거리탄도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았다고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혔습니다. 북한의 방사포 발사와 관련해 한국 군 관계자는 지난 20일 "오전에 북한의 방사포로 추정되는 사격이 있었다"며 "우리 군은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방사포 발사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 군 동계훈련의 일환이거나 개량형 방사포의 성능시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방사포 사격에 대응하여 한국 정부는 같은 날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이후 나흘 뒤에 북한은 지난 24일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고각으로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미사일들과 대형 방사포들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급격히 높이고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윤석열 당선인 측 간 이견도 나왔는데요.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지난 20일 방사포 발사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국방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북한 방사포가 9.19 군사합의 파기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최근 방사포 발사가 9·19 군사합의 위반"이냐는 질문에 "해상완충 구역 이북 지역에서의 북한의 사격은 9.19 군사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발언했습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의 입장 표명이 있기 바로 전날인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첫 인수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 아닌가. 명확한 위반"이라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설정된 해상완충구역은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에서 북측 남포 인근 초도 이남까지 135km 구간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평양 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숙천 일대에서 방사포를 발사한 것은 9.19 합의에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난 24일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은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남북합의서 정신 위반입니다.
목용재 : 지난 주말 한국 청와대가 지난 5년간의 국정운영 성과를 정리한 온라인 백서를 펴냈습니다. 여기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성과 중 하나로 9.19 군사합의를 꼽았습니다. 그런데 한국 내에선 이 합의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청와대가 임기를 앞둔 시점인 지난 20일 문재인 정부의 5년 간 국정성과를 담은 백서인 '문재인 정부 국민보고'를 발간했습니다. 이번 백서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50대 핵심과제를 추려내 그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백서에서는 남북관계 성과들로 9.19 군사합의, 미북 정상회담, 남북 정상회담 등을 꼽았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두차례의 미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낸 것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 차례의 만남과 합의들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성과들은 없었습니다. 비핵화는커녕 북한 핵무기는 고도화되고 있고 각종 미사일의 개발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에 모든 것을 걸었고 그러다 보니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제대로 된 규탄이나 비판을 하지 못했습니다. 1400만 달러 가량이 투입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에도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에도, 문재인 정부는 항의다운 항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은 남북관계에서는 한 두 장의 종잇장에 불과한 합의문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김일성 주석 110주년 생일을 앞두고 평양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도 지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번 열병식,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11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금주에만 최소 600대 이상의 군용차량이 열병식 연습에 동원 중인 것으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위성사진업체인 '플래닛'(Planet)이 지난 3월 21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미림비행장 녹지 공간에 약 600에서 650대의 군용차량들이 포착됐습니다. 위성 사진상 남쪽에 있는 파란색 지붕의 건물을 기준으로 그 앞 활주로에는 대열을 맞춘 병력들이 이동 중이었고 앞쪽 광장에도 정사각형 모양의 대열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위성사진 속 활주로와 광장에만 25~30개의 대열이 보이는데 과거 열병식에서 한 대열마다 약 300명의 병력이 모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7500~8000명 이상이 동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정황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은 오는 4월 15일에 최대규모로 열병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들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북한은 4.15를 맞아 인공지구위성이나 정찰위성으로 가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을 연속으로 발사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한국의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국 정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는데요.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업무보고가 진행됐습니다. 이 내용도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현재 한국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각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습니다. 통일부, 국방부 등이 인수위원회에 보고를 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에서 통일부의 폐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원일희 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통일부 폐지는 없다"며 통일부의 "존폐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부 고유의 기능을 되찾는 쪽으로 인수위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자신은 후보 시절 통일부를 폐지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과거 국민의힘에서 '통일부 폐지론'이 제기됐던 전례가 있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지난해 7월 여성가족부와 통일부가 "수명이 다했거나 애초 아무 역할이 없는 부처"라고 주장한 바 있어서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가 없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한편 국방부는 한반도 위기 고조시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 또는 전개를 미측과 논의하겠다는 방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2일 인수위원회 측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한미 확장억제의 실효적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인 '한미 외교·국방(2+2)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실질적으로 재가동해 이런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이 협의체를 통해 미 전략자산의 배치 및 전개를 포함해 북핵·미사일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한 억제 관련 사안을 전반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보여 준 저자세 외교는 없어지고 호상성의 원칙, 일관성의 원칙이 세워질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이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입장을 내놨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 대북정책의 성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까운데요. 북한이 지속적인 긴장고조 행위를 중단하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