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비핵화와 북 인권, 상호 긴밀히 연결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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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21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표했습니다. 한국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합니다.

목용재 : 유엔 인권이사회가 21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먼저 이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고영환 :한국 정부가 5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해 초안 협의에 적극 참여한 가운데 유엔 인권이사회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4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이날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제52차 회기 56번째 회의에서 5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참여국 전원합의 방식으로 채택했습니다. 이번 북한인권결의는 북한에서 벌어지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결의에는 북한 주민들이 겪는 권리 침해 가운데 정보권 침해를 명확히 지적하면서 정보를 찾고, 전달하는 자유를 존중하는 게 북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의는 "독립신문과 기타 매체의 설립 허가를 포함해 온, 오프라인에서 사상, 양심, 종교, 신념의 자유와 의견, 표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러한 권리를 억압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포함한 법과 관행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결의에는 또 북한 구금시설 등에서의 인권 침해와 강제노동, 자의적 구금과 처벌, 식량난과 사회적 계급 등에 따른 차별, 납치·강제실종·강제송환 등 문제의 전면적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들이 포함됐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권은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져왔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비로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린 것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의미합니다.

목용재 :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한 이후 한국과 북한 정부의 입장이 갈렸습니다. 한국 정부는 즉각 환영의 입장을 표한 반면 북한은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죠?

고영환 : 지난 4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된 것에 한국 정부는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결의 채택 직후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제52차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57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북한인권결의가 작년에 이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결의는 북한 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지속 자행되고 있음을 강하게 규탄하며 북한이 북한 내외에서 발생하는 범죄와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인권침해를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직적인 인권 침해와 반인권 범죄를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북한인권결의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데 대해 북한은 거부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는 북한인권결의가 "거짓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진정한 인권 증진과 무관하게 정치적 음모를 담은 문건"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북한 인권 상황은 세계 최악이고 북한 정권의 가장 취약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는 북한에서 외교관을 지낸 바 있어 한대성 대사의 선배이기도 한데요. 한 대사의 입장 발표를 보며 한 대사가 속으로 느꼈을 좌절감과 수치감의 크기를 어느정도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목용재 : 이번에 채택된 북한인권결의는 북한 억류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과 같이 새로운 내용이 추가돼 주목됐는데요. 일각에서는 관련 내용을 더욱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한국의 북한인권단체들은 유엔 인권이사회 제52차 회기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군포로와 북한 강제 억류자 관련 표현을 강화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지난 3일 전환기정의워킹그룹에 따르면 이 단체를 비롯한 6개 단체와 인사들은 이날 윤 대통령과 국무총리, 주요 부처 장관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유럽연합(EU)이 제안하고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에 국군포로 및 한국인 억류자 관련 표현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계속하여 동 단체들은 "피해자 중심 해결 실현의 일환으로 추후 유엔 총회 및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하기 전에 국군포로 및 한국인 억류자 가족을 포함한 북한 인권 침해 피해자들, 북한 인권 단체와 사전 협의에 임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범 정부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채택될 유엔 북한인권결의안들에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들이 들어갈 것이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목용재 :윤석열 정부들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진 모습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 활동으로 북핵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한국의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북한인권연구센터를 신설해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2월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에 취임한 한석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지난 3월 2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략연 산하에 북한 인권을 연구하는 전담 센터를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한석희 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회에서 저와 같이 근무하기도 한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전문가입니다. 전략연의 북한인권연구센터에는 전략연 내의 기존 연구인력 6명이 배치됐습니다. 한석희 원장은 "여기에 북한 인권을 전문적으로 다뤄 온 외부 인사를 추가 채용해 북한 인권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한 원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가 중단했던 탈북민 연구자 채용을 재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 재단이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자문 역할을 수행할 '북한인권증진위원회'가 지난 3월에 발족했습니다. 북한인권증진위원회는 북한인권재단이 국회의 협조를 받아 정식 출범하기 전까지 재단 출범을 위한 준비,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의견수렴과 공론화 등에 관한 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될 예정입니다. 저는 북한 지도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제기하고 여론을 조성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주요 의제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 내용도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미 워싱턴 DC 연구기관인 미 기업연구소가 지난 5일 대북전략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여기에 참석한 조셉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담당 특사는 북한이 2000년대 초 열린 6자 회담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가장 큰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인권은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 적이 없다. 6자회담 때도 핵,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만 논의했지, 인권은 쟁점이었던 적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미 정부가 북한 정권에 "우리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싶다면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로버트 조셉 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은 조 바이든 현 정부까지 대북정책에 실패하고 있다며 대북전략은 외교와 인권이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셉 전 차관은 또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주요 의제로 삼으면 핵 문제 해결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잘못된 믿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역시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로부터의 점진적인 사회적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저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북한 민주화 문제 등이 서로 긴밀히 연결이 돼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최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매개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그동안 북한과의 대화에서 항상 핵 문제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면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진 바 없는데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