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이은 회의, 제재 견디며 상황 관망 의도”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를 연이어 개최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정치 행사들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 맞물려 더 주목 받았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 위원님 안녕하세요. 지난 한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이번주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 등 북한의 큼직한 정치행사들이 연이어 개최됐습니다. 먼저 이 회의들의 결과에 대해 정리 부탁 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북한에서 지난 9일 정치국 확대회의, 10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 11일에는 최고인민회의가 연이어 열렸습니다. 주요 회의들이 3일 연속 열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회의 내용들을 정리하면 첫째가 당·국가 간부의 임명과 조정, 둘째가 북한이 앞으로 나가려 하는 전략적 방안 모색 등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김정은은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됐고 형식상 국가 수반이었던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 1 부위원장이 임명되었습니다.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선출된 박봉주 전 내각 총리의 후임으로는 김재룡 자강도 당위원장이 임명됐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번에 헌법 수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 헌법에는 최고인민회의가 국무위원장을 소환하게 돼 있는데 이 조항이 삭제되고 국무위원장이 국가의 대표이고 최고지도자라는 것을 명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가 한 단계 더 높아지고 최룡해가 공식적인 2인자로 올라 선 것이 특이합니다. 가장 주목된 분야는 북한의 새로운 노선인데요. 이 노선은 김일성 주석이 내놓았던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노선을 손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대로 이어 나가겠다고 공식화 한 것을 의미합니다. 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에서 "우리 나라의 조건과 실정에 맞게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를 토대로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존립의 기초, 전진과 발전의 동력이고 우리 혁명의 존망을 좌우하는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강조하면서 "당중앙은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정치 노선이라는 것을 재천명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새로운 길을 모색해 온 김 위원장이 내놓은 전략적 노선이라는 것이 김일성 주석이 1960년대에 내놓은 '자력갱생', '간고분투' 정신의 계승입니다. 한국은 개방경제, 시장경제를 실시해 50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 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는데 북한은 이미 반세기 전에 내놓은 자력갱생, 즉 쇄국정책의 옛날로 돌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 주요 인사들의 지위 변화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특히 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문책을 받을 것으로 관측됐던 대미 비핵화협상 담당자들의 경우 지위상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고영환 : 하노이 결렬 이후 문책 가능성이 거론되던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9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을 비난한 리용호 외무상도 이날 정치국 회의에 참석해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 참석했고 당 중앙위원에도 보선됐습니다. 또 최 부상은 국무위원 자리에도 올랐기 때문에 승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노이 회담에 동석했던 김영철, 리용호, 최선희 등의 입지는 단단하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다만 하노이 회담을 막후에서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김계관 전 외무성 제1부상이 국무위원과 당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김 전 부상과 실무협상을 담당하였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는 일단 지위상의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지난 11일 북한 매체에 따르면, 10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조직 문제가 안건으로 논의됐고 당 정치국 위원·후보위원과 당 중앙위 위원·후보위원, 당 중앙위 부위원장, 당 전문부서장 등이 대거 교체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29명인 정치국의 경우 위원 7명, 후보위원 6명 등 13명이 새로 진입해서 당 고위간부 층에서 비교적 큰 폭의 물갈이가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이한 것은 최룡해가 국무위원회 제 1 부위원장으로 승진하면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겸임한 것과 박봉주 전 내각총리가 경제 실패의 책임을 지지 않고 당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실질적으로 승진했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기존 대미라인, 즉 대미협상 실무자들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또한 경제 부문 인사들을 정치국에 많이 진입시켜 내각의 권한을 강화시켰습니다.

목용재 :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와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미 강경 발언이나 핵과 관련된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존립의 기초, 전진과 발전의 동력이고 우리 혁명의 존망을 좌우하는 영원한 생명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력갱생'이란 말이 28회나 등장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돼 오판하는 적대 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말에서 미국에 대한 강경 발언은 없었고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습니다. 이는 북한이 당분간은 핵과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해 초긴장 상태는 조성하지 않을 것이나 그렇다고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 등의 폐기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력갱생을 강조한 것은 미국과의 대화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근근히 버텨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용재 :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 시간으로 11일 열렸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간의 큰 정치적 행사를 염두에 두고 당 정치국 확대회의, 당 중앙위 전원회의 그리고 최고인민회의를 먼저 개최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 정신으로 미국과 맞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 이는 일단 제재를 버티면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 그리고 향후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즉, 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일단 자력으로 버티고 먼저 양보하지는 않겠지만 한국과 미국이 어떤 협상 수단을 들고 오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저는 당 정치국 회의, 중앙위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는 이미 사전에 정해진 북한 정치 행사 일정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정치적인 특성상 타국의 행보에 맞추어 행동하지 않습니다. 북한식 표현대로 말한다면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상대국이 따라오게 만든다'가 북한의 특징입니다.

목용재 :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으로 북한의 대형 정치행사들과 한미 정상회담이 종료됐습니다. 향후 미북 비핵화협상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향후 미국과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았던 전략적 인내 당시의 대치 상황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미국은 대북제재가 효력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북제재를 지속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버틸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공기와 물만 있으면 된다'는 정신으로 미국에 맞설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미국과 북한 양측은 대화의 끈을 끊고 회담 이전 시기의 긴장 상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제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북 당국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가장 힘들어하고 고생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라는 점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조속히 결단을 내려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목용재 : 북한이 앞으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은 채 버티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위원님의 말씀이 주목됩니다. 또 과거 김일성 주석 당시 강조됐던 '자력갱생', '간고분투' 구호가 다시 나오는 북한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위원님 말씀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고통은 북한 주민들만 겪게 될 텐데요. 하루빨리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돼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는 시기가 오길 기대해봅니다.

고영환 :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