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7차 핵실험 가능성 우려…‘강대강 선대선’ 고수할 듯”

북한이 4년 전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3번 갱도'(붉은색 원) 인근에 새 길을 뚫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8년 5월 24일 외신을 초청해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북한이 4년 전 폭파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3번 갱도'(붉은색 원) 인근에 새 길을 뚫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18년 5월 24일 외신을 초청해 갱도를 폭파할 당시 북한이 공개한 갱도 지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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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15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 그러니까 태양절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전략도발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요. 전략도발 대신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15일은 김일성 국가주석의 생일이었는데요. 북한이 어떤 행사를 치렀고 이에 대한 평가도 부탁드립니다.

고영환 :김일성 국가주석의 110회 생일을 맞아 북한이 여러 행사들을 치뤘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른바 태양절을 맞아 지난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습니다. 북한 중앙통신은 지난 16일 "김정은 동지께서 리설주 여사와 함께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태양절에 즈음하여 4월 15일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으시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참배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덕훈 총리 등 당, 정 군 간부들이 동행했습니다. 북한은 4.15를 맞아 중앙보고대회와 평양시 군중 시위도 열었습니다. 4월 15일 오후 7시 10분부터 김일성광장에서는 '태양절 경축 청년 학생 야회'가 진행됐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젼은 야회를 실황중계 하면서 "해마다 맞이하는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 태양절, 경축 광장에서는 인민의 환희가 한껏 넘쳐 흐르고 있다"며 "천만년 세월이 흘러간 데도 내 조국의 4월은 언제나 경축의 이 밤처럼 아름답고 이 밤처럼 환희로울 것"이라며 명절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북한 중앙텔레비전 화면에는 무도회 중간중간 밤하늘을 밝힌 화려한 축포와 거대한 분수쇼, 이를 재미있게 구경하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들이 나타났습니다. 평안북도, 황해북도, 강원도 등 지방 도시들에서도 무도회와 예술공연들이 진행되었다고 중앙TV가 전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다채롭고 행복하게 보냈다고 전하기는 했지만 저런 정치 행사들에 평양 시민들이나 지방 주민들이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참석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한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명절이 오면 정치적인 부담감이나 당국의 눈치 보는 것이 없이 가족들끼리 모여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승용차를 타고 드라이브, 즉 마실들을 다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경축행사만 치른 것은 아니죠. 주말에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전략도발 대신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의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는 태양절이 지난 지 하루 만인 지난 16일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은 지난 17일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하에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4월 16일 발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4월 16일에 시험 발사한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당 중앙의 특별한 관심 속에 개발돼 온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는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신형 유도무기 발사소식을 전하면서 '전술핵 운용', '핵전투 무력' 등의 어휘들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이 미사일에 핵탄두의 탑재가 가능한 것처럼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4일 담화문을 통해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을 위협했습니다. 북한은 4.15를 맞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하지는 않았지만 단거리 미사일을 쏘면서 '전술핵'을 운운하였고 김여정 부부장은 사상 처음으로 핵 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핵을 자주 언급하고 있는 것은 내부적으로는 4월의 명절을 전후하여 내부 단결을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지휘소훈련, 오는 5월 10일 윤석열 신임 대통령 취임식, 5월 중순 예견되는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차기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국과 미국에 다시 한 번 '강대강, 선대선' 전략을 상기시키면서 경고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김일성 주석 생일에는 대규모 열병식 가능성도 점쳐진 바 있는데요. 이번엔 열병식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열병식 준비 동향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오는 25일 열병식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겠죠?

고영환 :지난 17일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는 평양 미림비행장에 북한군 1만 2000명 이상이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촬영했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김일성 광장에도 수많은 군중이 모인 모습도 촬영됐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위성사진을 통해 지난 15일 이후 미림비행장과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 준비가 진행되는 모습들을 발견했다고 지난 18일 밝혔습니다. 4월 17일 김일성광장을 촬영한 사진에는 열병식 연습을 위해 운집한 수천 명의 북한 군인들과 수십 대의 군 차량들이 대형을 이루며 사열하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지난 18일 순안비행장을 촬영한 사진에는 20여 대의 전투기, 10여 대의 직승기 등이 활주로에 도열해 있는 모습이 촬영됐습니다. 저는 북한이 4.25를 맞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들과 전술무기들을 선보이는 대형 열병식을 진행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4월말, 5월 상순에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할 가능성입니다. 만일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면 한반도의 위기는 한층 더 고조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아니라 북한 인민들일 것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18일 방한해 한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난 뒤 22일 출국했습니다. 이 소식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9일 한국을 방문 중이던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비공개 만찬을 했습니다. 만찬 장소는 정진석 국회 부의장의 개인 아파트였고 이 자리에는 성 김 대표, 정진석 국회 부의장,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정진석 부의장과 성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서울의 성북동에서 함께 자라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 측 관계자는 "만찬 참석자들은 한미관계가 어느 때보다 더 굳건하게 유지, 발전돼야 한다는 인식에 의견을 같이 모은 것으로 안다"고 언론에 전했습니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성 김 대표는 방한 기간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김성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간사 등을 만났습니다. 성김 대표는 지난 19일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현 정부 인사들도 두루 만났습니다. 신 정부 하에서 한미관계가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목용재 : 윤석열 차기 한국 대통령 취임 직후 한미 정상회담도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한미가 북한 문제에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미 양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5월 20일 또는 21일께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일 김성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 간사는 다음 달, 즉 오는 5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미국에서) 실무 수준의 답사단이 올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김성한 간사는 미국 답사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책을 협의하러 오는 사람들이 아니고 여러 가지 기본적인 의제를 확인하러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가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저는 한미 정상이 북핵 문제, 북한 문제를 토론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 보면 북핵 문제는 1994년부터 한미, 한중일러, 유엔, 유럽 연합 등이 그 해결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으나 김 씨 부자의 핵무기 보유의지가 워낙 강하고 더 나아가 핵무기 폐기 의사가 전혀 없는 관계로 한걸음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북핵 및 북한 문제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 하지 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핵문제와 북한의 변화 문제를 결합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될 텐데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생각해서라도 대형 도발은 자제하고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