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열병식 통해 ‘핵 보유국’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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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 25일 밤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날 열병식 연설을 통해 핵무기 선제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이번 북한의 열병식은 상당히 큰 규모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이보다도 김정은 당 총비서의 연설에 더 관심이 쏠렸던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의 연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이번에 사상 최대의 북한군 열병식보다 김정은 당 총비서의 발언에 더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그 이유는 김정은 총비서가 핵 사용 의지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4.25열병식에서 "우리 핵무력의 기본 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다"면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공화국의 핵 무력은 언제든지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주장한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이라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통치하는 북한 국가의 이익, 즉 김 씨 1인 독재체제를 반대하는 북한 내외의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한국을 넘어 필요한 경우 중국 혹은 러시아, 로씨야까지, 심지어 북한의 내부세력이 김정은 1인 지배체제를 위협하는 경우 누구에게라도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이제까지 핵 보유국들이 비핵국가를 상대로 핵을 선제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한국과 같은 비핵국가에 핵무기를 쓸 수 있다고 공언했습니다. 총체적으로 김정은 총비서의 핵 선제 사용발언은 핵무기 시용범위를 대폭 넓히고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연설에서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 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핵 강대국'이 되려는 김정은 총비서의 핵 폭주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목용재 :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 당 총비서가 하얀색 원수복을 입고 등장한 것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각종 재래식 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도 등장했고요. 국제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한국 정부 교체와 한미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진행한 의도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 공화국 원수복을 입고 요란하게 등장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공식적인 자리에 원수복을 입고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얀 원수복과 그가 군중들에게 하는 손짓, 행동 하나하나가 김일성 주석이 1953년 7월 정전기념일에 원수복을 입고 나타났던 모습들과 너무나도 비슷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창건하였다는 항일 유격대 창건 기념일에 김일성 주석과 흡사한 원수복을 입고 김일성 주석의 흉내를 내려고 애쓰는 모습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의 적통 후계자라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려는데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저는 이번 4.25열병식은 김정은 총비서가 원수복을 입고 김일성의 손짓을 흉내내면서 등장한 것이 이번 열병식의 기본 목적이었다고 판단합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극초음속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들이 주석단 앞을 지나갔습니다. 북한이 대대적인 열병식을 주최한 이유는 우선은 북한이 '핵보유국'이고 이를 이룩해 놓은 것이 바로 김정은 총비서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의도가 있으며 다음으로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 취임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 맞추어 위력을 과시하면서 한미가 북한이 원하는 대화 방식에 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목용재 : 김정은 당 총비서의 핵무기 선제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에 대해 한국 및 국제사회는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현지시간 지난 26일 유엔은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김정은 총비서에게 비핵화 대화로 나올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김정은 총비서의 핵 무력 강화에 대한 유엔 사무총장의 입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우리는 늘 북한에 당사자들과 협력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에 대한 대화로 돌아올 것을 간청해왔다"고 대답했습니다. 미국의 입장도 나왔습니다. 지난 26일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에 김정은 총비서의 핵 관련 발언에 대해 "북한이 국제 평화와 안보, 글로벌 비확산 체제에 위협이라는 평가를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에 어떤 적대적 의도도 품고 있지 않고 외교와 대화에 관여하는 데 열려 있다"고 하였습니다. 같은 날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불법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그 첨단 기술을 확산시키려는 북한의 의도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약화한다"고 한국의 한 언론사에 밝혔습니다.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7일 북한이 '국가의 근본이익 침탈' 시에 핵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신 정부가 더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한국과 국제사회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장 강화라는 위험한 길로 뛰어가고 있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 일정이 확정됐죠? 차기 한국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27일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자료에서 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자 회담을 각각 개최하고 안보 관계 심화, 경제적 유대 증진, 긴밀한 협력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20∼22일 사이에 한국을 방문하며 21일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저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문제, 북한 문제, 한미동맹의 강화문제, 한미 경제협력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중국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토의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 한편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윤석열 한국 대통령 당신인의 한미정책협의 대표단이 방미 결과를 내놓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한 평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미 정책협의대표단은 지난 25일 미국 방문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단장으로 한 한국 대표단은 지난 3일부터 7박 9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미국 정부와 의회, 학계 등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미동맹 발전 문제 등을 협의했습니다. 보고서에서 대표단은 "한국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미국 사전 답사단과의 긴밀한 협의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표단은 "새 정부 출범 1일차부터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배가할 예정"이라며 5월에 있을 한미 간 정상회담 조율 상황을 보고했습니다. 동 자료에서 대표단은 "방미를 계기로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역량은 물론 한국의 지역 및 세계적 차원의 역할 확대에 대한 미국 측의 달라진 기대를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은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한미 군사·안보 동맹을 경제안보·기술동맹, 그리고 지역 및 세계적 차원의 협력을 주도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국제무대에서의 한미 간 공조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목용재 :한국 내 일각에선 북한이 다음달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까지 긴장 수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간 첨예한 기싸움을 했던 지난 2017년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되는 상황인데요. 여전히 한국과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의 장은 열려 있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하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