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워싱턴선언’으로 초조함과 위기감 느끼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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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주 한미 정상이 워싱턴선언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이 상당히 거센데요.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시작으로 북한이 지속적으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한미 워싱턴선언에 대해 북한의 반발이 상당히 거세죠?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워싱턴선언’에 북한이 반발하며 대미,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29일 중앙통신을 통해 ‘워싱턴 선언’이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된 산물”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그는 워싱턴선언에서 밝힌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신설과 미 전략자산 전개 등으로 “한반도의 군사·정치 정세는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며 “우리로 하여금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발언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정권 종말 발언에 대해 “미국의 안전과 앞날에 대해서는 전혀 책임질 수 없고 자기 앞의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며 비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 받고도 감지덕지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고 깎아 내렸습니다. 중앙통신은 지난 3일자 기사에서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 모임이 지난 2일 신천에서 진행됐으며 여기에서는 이른바 침략자들에 대한 허수아비 화형식이 진행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일 국제안보문제평론가 명의로 발표한 논평에서 미국이 전략자산들을 한국에 기항시키는 것은 “남조선 전역을 극동 최대의 핵 전초기지로 전락시키고 세계 제패 전략 실현에 효과적으로 써먹으려는 것이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패권적 흉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앙통신도 지난 4월 30일자 논평에서 “(한미가) ‘확장억제력 제공’과 ‘동맹강화’의 명목 밑에 반공화국 핵전쟁 책동에 계속 집요하게 매여 달리려 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가가 현재와 미래의 우려스러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한미를 향해 ‘말폭탄’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한 비난 및 허수아비 화형식까지 진행하면서 한미에 적개심을 드러냈습니다. 북한이 워싱턴선언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지난달 26일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경우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에 미국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선언’이 채택된 후 북한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워싱턴선언에 대해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29일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 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된 산물”이라며 “미 핵전략자산들의 정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앙통신도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나온 워싱턴선언에 대해 ‘핵전쟁’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고 한미의 북한 침략 기도를 더욱 명백히 한 것이라며 한미에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북한이 이토록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북한이 향후 7차 핵실험,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전술핵 훈련 등 한반도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기 위한 명분 쌓기 시도일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으로는 북한이 한국에 대해 유일하게 강점을 보이던 분야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는데, 워싱턴선언으로 북한의 핵무기가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는 초조함과 위기감의 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이 특히 미 전략핵잠수함의 전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양새입니다. 어떤 전력인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고영환: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에 따라 조만간 한국을 방문하게 될 오하이오급 핵 잠수함은 길이 170m, 폭 12.8m, 수중 배수량 1만 8750 톤에 달하는 대형 잠수함입니다. 한국군 이지스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7600톤급이니 그 규모를 상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핵잠수함은 최대 6개월 정도까지 물 속에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은 사정거리 7000km가 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20기까지 탑재할 수 있고, 미사일 한 기 당 4발로 분리되는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어 총 80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오하이오급 핵 잠수함 1척이 보유한 핵무기 전력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무기의 1600배에 달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선 스텔스 폭격기, 항공모함 등과 함께 가장 두려운 존재가 바로 미국의 오하이오급 핵잠수함입니다.

목용재: 앞서 위원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북한이 최근 워싱턴선언과 관련해 연이어 입장을 내놨는데요. 사실상 도발을 예고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북한의 향후 움직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현재 워싱턴선언에 대해 매일 같이 ‘말폭탄’들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되는 점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전 시기 한미 정상회담이나 북한의 주요 명절 계기에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핵실험, 한국에 대한 포격 등 대형 도발들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미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북 공동성명과 북한이 핵을 쓰려고 하거나 핵을 쓰는 경우 미국과 한국이 즉시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한다는 내용이 들어 간 워싱턴선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군사적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4월 말 전에 정찰위성을 발사하라고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시한 바도 있는데 정찰위성도 발사를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끝내 놓고 있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것이라고 선언해 놓은 상황이라 언제라도 전략적,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워싱턴선언과 관련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고영환: 워싱턴선언과 관련한 평가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기고문에서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 정상이 최근 발표한 ‘워싱턴선언’이 한국의 우려를 달래는 데 미흡하다며 미국의 전술핵무기의 한국 배치가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더는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써 신뢰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한국 여론에 반영되고 있고 이는 점점 더 독립적인 핵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형태로 나왔다”며 “중국과 북핵,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대응은 한국의 우려를 달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날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조지워싱턴 대학교 한국학 연구소 화상세미나에서 북핵 위협의 진화에 따라 워싱턴선언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나 최소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등 워싱턴 선언에 담기지 않은 조치에 대한 지지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선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위협을 강화한다면 미군의 전술핵 배치나 한국 내 자체 핵무장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김정은 지도부가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한미 워싱턴선언의 끝부분에는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협의가 지속될 것이란 내용과 함께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여전히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점을 한미가 재확인한 것인데요. 북한이 하루빨리 이런 한미의 대화 제안에 화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