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의 괴벨스로 불리던 김기남 전 선전선동부장이 사망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장의위원장을 맡아 추모에 앞장섰는데요. 오늘은 고영환 한국 국립통일교육원장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제가 오늘은 특보님을 국립통일교육원장으로 소개해서 청취자 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고영환 특보께서 국립통일교육원장으로 취임하셨기 때문인데요. 영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짧게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청취자 여러분 제가 5월 3일부로 국립통일교육원장으로 임명됐습니다. 국립통일교육원장은 한국 정부의 고위공무원으로 한국 전체 국민 및 해외 동포들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직책입니다. 저는 1991년 3월에 아프리카 콩고인민공화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외교관으로 지내다가 말 반동으로 몰려 현지 대사관을 탈출해 한국에 들어왔고 그때로부터 3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부원장으로, 한국관광대학교 초빙교수로,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 보좌역으로 일해 왔는데 한국 정부의 고위공무원으로 임명되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통일 교육을 위하여 모든 힘을 바칠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열심히 살기만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청취자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목용재 :네 그럼 오늘의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북한 선전선동의 대가, 김기남 전 선전선동부장이 사망했습니다.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당 선전선동부장 겸 비서를 지낸 김기남이 사망했다고 중앙통신이 지난 8일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2022년 4월부터 노환과 장기기능부전으로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오던 김기남 동지가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2024년 5월 7일 10시 애석하게도 94살을 일기로 서거했다"고 전했습니다. 김기남 전 비서의 장례식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으며 김 총비서는 지난 8일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했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한국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앞에서 직언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김기남 전 비서를 꼽을 정도로 김기남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충성을 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목용재 :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장의위원장까지 맡았다면 신임을 한 몸에 받았던 것으로 봐도 되는 건가요?
고영환 :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김기남은 김 씨 3대 동안 당의 중요부서인 당 선전선동부를 맡아 김부자의 우상화를 지휘해 온 인사입니다. 세계에서는 김기남을 나치 독일의 선전부장이었던 괴벨스에 빗대 북한판 괴벨스라고 불렀습니다. 김기남은 1956년 노동당에 첫발을 디딘 이후 60여 년에 걸쳐 당 선전선동부문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노동신문 책임주필,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선전선동부장, 선전선동 비서를 역임하며 김씨 일가의 우상화와 3대 세습의 정당성 확보라는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3대에 걸쳐 김부자에게 충성한 김기남은 세대 교체 흐름 속에 2017년 10월에 열린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주석단 명단에서 사라지며 당 부위원장과 선전선동부장 직책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국가주석에게 충성했고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었던 김기남 전 비서는 2009년 8월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로 한국을 찾아 조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2011년 김정일의 영구차를 호위한 7인 중 한 명이기도 한 김기남은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장악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2013년 12월 김정은 총비서의 고모부이자 권력 2인자로 평가되던 장성택 행정부장을 '반당 반혁명 종파분자'로 만든 회의에서 장성택 부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8일 오전 2시 빈소를 찾아 조문한 것은 자신의 권력 장악에 공을 세운 김기남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행위로 평가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가 강화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습니다. 선전간부 대상으로 김정은 찬양송 합창 경연대회도 열렸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자 기사에서 "각 도, 시, 군당위원회들의 지도 밑에 선전부문 일군 강습회가 진행되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4월 20∼23일 사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당 제2차 선전부문 일군 강습회가 열렸는데 그 후속 성격으로 개최된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은 "김정은 동지의 혁명 사상으로 전당과 온 사회를 일색화하는 성스러운 위업 수행"에 필요한 문제들을 체득시키기 위한 강습이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북한이 최근 많이 선전하고 있는 '친근한 어버이' 합창 경연도 열렸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3월 제1차 선전부문 간부 강습회에 보낸 서한에서 "참신하면서도 통속적이고 인식 교양적 효과가 커야 한다"며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북한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총비서를 미국 영화 주인공처럼 묘사하여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목용재 : 최근 태양절 관련 표현까지 급격하게 줄고, 김정은 총비서를 향해 '민족의 태양'이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모인 고용희에 대한 언급이나 우상화 작업이 일어날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고영환 : 북한이 올해 들어 김일성, 김정일 지우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출생일을 '태양절'로 부르던 북한은 올해 4월 '태양절'이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고 '4월의 명절' 등으로 묘사하였고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도 '광명성절'로 표현하는 것을 거의 멈추고 '뜻깊은 2월의 명절' 등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서는 '민족의 태양'이라고 보도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정일 시절 우상화 속도에 비하면 김정은 총비서의 우상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의 보도 행태, 표현, 문장들을 보면 북한에서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 속에서 김정일 위원장 지우기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고 해도 김일성 주석 지우기는 반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제 40대의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 주석의 업적 지우기에 나서면서 자신이 김 주석보다 더 위대하다고 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패륜행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 총비서의 친모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도 시간문제일 뿐이지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고용희가 재일동포 출신이라 이것을 어떻게 포장해 낼지 주목됩니다.
목용재 : 이미 김정은 총비서의 입지는 공고한 것 아닌가요? 이 같은 우상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고영환 : 김정은 총비서의 권력 장악은 확실해 보이나 간부들과 주민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우상화 속도를 높이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민심까지 사로잡자는 뜻도 있겠지만 소위 항일빨치산을 했다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숙 사이에 태어난 김정일 위원장과는 다른 정통성에 대한 콤플렉스, 즉 자격지심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친모가 재일교포이고 외할아버지가 한국 출신이며 일본군 군복제작소에서 일했다는 점 등이 김정은 총비서를 괴롭히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대사에서 김정은 총비서 수준으로 우상화를 강하게 하는 나라는 오로지 북한뿐일 것입니다.
목용재 :김정은 총비서의 입지는 굳건하지만 간부나 주민들의 마음까지는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라는 원장님의 평가가 인상적입니다. 이들의 마음을 하루 속히 사로잡는 방법은 선전선동 및 우상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핵 폐기를 통해 국제 사회의 제재를 풀고 인민 경제를 살리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는 점을 김 총비서가 깨달았으면 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