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과 나란히 걸린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앞으로 김 총비서에 대한 어떤 우상화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초상이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 김정일 위원장과 나란히 걸렸습니다. 이 내용 먼저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초상화가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선대 지도자들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것이 북한 매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습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김 총비서가 바로 전날 당 중앙간부학교 준공식에 참석했다며 다수의 사진을 게재했는데, 학교 내 혁명사적관 외벽에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 있었습니다. 그 동안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만 별도로 포착된 적은 있었지만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똑같은 반열로 내걸린 것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당 간부 학교 교실 칠판 위에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명의 초상화가 줄줄이 걸렸습니다. 중앙통신은 지난 16일에도 김정은 총비서의 중앙간부학교 완공 현장 방문을 보도하며 다수의 사진을 보도했는데, 이때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만 포착된 바 있습니다. 김 씨 일가 3대의 모자이크 벽화가 나란히 설치된 적은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 중앙텔레비젼의 남포 '금성뜨락또르 공장' 소개 보도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각각 뜨락또르와 함께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벽화가 등장한 바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김 씨 3대 사진이 나란히 게재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 '김정은 혁명사상' 등 사상 지도자로서의 위상 과시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 10여 년을 넘기면서 자신이 김일성, 김정일 등 선대지도자들과 동등한 위치에 올랐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고자 같은 위치에 초상화를 내걸었다고 분석합니다.
목용재 :원장님께서 말씀해 주셨듯이 3대의 모자이크 벽화가 걸렸다는 것은 이미 확인이 된 바 있지만 최근 포착된 3대 초상화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떤 차이와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 2대에 걸친 선대 지도자들과 같이 자신의 모습이 형상화된 벽화를 북한 당국이 공개한 것은 우선은 예술적, 상징적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이고 다음으로 김 씨 3대의 초상화를 나란히 걸기 전의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데서 그 의미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당중앙간부학교 벽과 교실에 3대의 초상화를 나란히 걸었다는 것은 첫째로는 김정은 총비서 자신이 조부 김일성 주석과 부친 김정일 위원장과 동일한 위상에 올랐다는 것을 국내와 전 세계에 알리려는 목적이 있어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당 중앙간부학교를 시작으로 북한의 모든 공공기관과 가정들에도 3대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북한이 왜 이 시점에 김 총비서의 초상을 선대와 나란히 걸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생깁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분석하십니까?
고영환 : 최근 노동신문과 중앙텔레비젼을 보면서 제가 느낀 것은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아무래도 김정은 우상화 속도를 김정일의 우상화 속도와 비교해 볼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후계자가 된 1970년대 중반부터 자신에 대한 우상화보다는 아버지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에 속도를 내면서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과 효심을 증명하려고 애썼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 사망하였을 때도 3년 동안 이른바 '애도 기간'을 선포하면서 김일성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김정일 위원장 자신에 대한 우상화에 속도를 냈습니다. 1974년 당에서 후계자로 공식화되었으니 1997년 애도기간이 끝날 때까지 무려 23년이 지난 후에야 자신의 우상화에 전력을 다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한 지 이제 12년이 됐는데 벌써 자신이 김일성, 김정일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정은 총비서가 왜 오늘의 시점에 자신이 선대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고 선포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그래도 김일성 주석은 수십 명의 대원들과 국외에서 빨치산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부친 김정일 위원장은 부친과 모친이 다 빨치산이라는 북한 나름의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김정은 총비서 자신은 후계자로 선포된 지 불과 2년 반 만에 지도자가 됐습니다. 어머니인 고용희는 재일동포라서 아직도 친모의 이름을 북한 인민들에게 알려주지 못합니다. 이런 점에서 오는 일종의 콤플렉스가 작용하고 있어 우상화를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가 평가합니다.
목용재 : 앞으로도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 작업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십니까? 남은 단계는 무엇이 있다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노동신문이나 중앙텔레비젼을 보면 지금도 김정은 총비서의 우상화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김정일 위원장, 김일성 주석보다도 더 위대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지금의 우상화 속도를 보면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 총비서를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수령' 정도로 우상화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앞으로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의 초상배지(휘장)를 전 주민이 달게 할 것이며 자신의 생일을 국가 최대의 명절로 만들 것입니다. 이번 당 중앙간부 학교 혁명사적관 맞은편 건물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었는데 이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힘들게 지운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수십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김일성과 김정일을 뛰어 넘어 마르크스와 레닌과 같은 공산주의 사상이론가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반면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우상화는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고영환 : 김정은 총비서와 당, 정부, 군대의 주요 간부들이 김일성의 생일에 그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2023년, 2020년을 제외하고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이후 매년 김일성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고, 간부들은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김일성 시신참배를 해 왔습니다. 북한 당국이 김일성 생일을 지칭하는 용어인 '태양절'이라는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4월의 명절' 등으로 부르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의미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 북한 당국은 전국의 주요 지점과 행사장, 회의실들에 걸려있던 선대 지도자들의 영생 구호들을 지우고 대신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 구호들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원래 회의장 측면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구호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전당과 온 사회를 김정은 동지의 사상으로 일색화하자!'로 바뀌어 있었다"고 하면서 "(김정은이) 태양을 지운 자리에 자신을 주체조선의 태양이라고 밝히고 있어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또 다른 주민도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13일 "(어제) 도 군사동원부 쪽에 갔다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의 영생구호가 사라진 것을 알았다"면서 "그 자리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새 구호가 붙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조국통일에 대한 김일성, 김정일의 '업적'을 지우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노골적으로 북한이 '김일성의 조선'이 아닌 '김정은의 조선'이고 김일성도 더는 태양이 아니며 자신만이 태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이 살아 있다면 김정은 총비서를 보고 뭐라고 할지 궁금합니다.
목용재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랐을 때 다양한 분야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많이 보이면서 북한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0여 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김 총비서의 행태는 다른 여타 독재자들과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우상화의 강화는 곧 독재체제의 강화를 의미하는데요.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행보를 보면 북한 주민들의 앞날이 더 깜깜해지는 듯 합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오늘도 고영환 국립통일교육원장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