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탄스러운 우상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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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박성우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김정은 우상화 시도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오늘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박성우: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잘 보냈습니다.

박성우: 최근에 영국 언론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개인숭배가 닮은꼴이라고 보도해서 관심을 끌었는데요. 오늘은 이 이야기를 좀 해 보죠.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고영환: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18일 김정은 제1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인숭배에서 여러모로 닮은꼴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이스하키 경기 '천재'로 칭송되는가 하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있는 코사크족 마을에선 로마 황제와 비교될 만한 푸틴의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신문은 푸틴과 비슷하게 북한에서도 김정은이 세살 때부터 운전을 시작했다는 내용의 교과서를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텔레그래프는 또한 북한 노동신문에 보도된 김정은의 백두산 정상 사진을 언급하며 수백 명의 전투기 조종사들과 당 관리들과 함께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는 사진 속 김정은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더블코트 차림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푸틴도 산을 오르진 않았지만 그 자체가 '산'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비꼬았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 '블라미디르 푸틴 산'으로 불리는 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닮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김정은 우상화가 훨씬 더 심한 것 같다

박성우: 지도자를 우상화하는 나라들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설명을 좀 해 주시죠.

고영환: 스탈린과 브레쥬네브 공산당 총비서의 구소련 그리고 김정은의 북한은 다 절대적인 1인 지배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한 구소련과 북한은 극도의 공포정치, 수많은 정치범 수용소와 비밀경찰의 유지 그리고 터무니없는 선전선동 등의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두 체제하에서 인민들은 항상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살았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주의하며 살아야 하였고 밤에 비밀경찰이 찾아오지는 않는지 그런 두려움들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좀 전에 말씀드린 선전선동 즉 우상화 선전도 비슷합니다. 이전 스탈린 시기에는 구소련이 스탈린을 비범한 지도자라고 하였고 나치 독일도 히틀러를 몇 백 년이 지나도 나올 수 없는 탁월한 군사적 천재라는 식으로 치켜세웠습니다.

김정은도 세 살 때 차를 몰고 총을 명사수처럼 잘 쐈으며 말을 승마수보다 더 잘 탔다는 식의 우상화 선전을 하고 있죠. 21세기 대명천지에 세계인들의 조롱거리가 되는 우상화 선전을 하고 있는 북한의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박성우: 김정은 제1비서는 세 살 때 총을 쐈다고 하는데요.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건 애를 키워본 사람은 다 알죠. 그런데 예전에는 이런 거짓말이 먹혔다고 치더라도, 요즘도 북한에서 이런 말이 통할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데요. 위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올해 새 학기를 맞으면서 북한은 김정은 제1비서를 우상화하는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교육내용을 보면 “김정은의 담력과 배짱이 영웅남아답다”면서 “3살 때부터 총을 쐈고, 3초 내에 10발을 다 목표를 명중시키며 100% 통구멍을 낸다”는 식의 내용이 담겨 있고 김정은이 “3살 때부터 자동차 운전을 시작했으며 8살 이전에 도로를 질주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북한 교사 출신의 한 탈북자는 “김일성과 김정일 우상화 교재는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이라도 했지만 김정은 우상화는 황당함과 거짓말이 도를 넘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어린 김정은을 이렇게 도가 넘게 우상화시키는 이유는 하루 빨리 김정은을 김일성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북한의 조급함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지나친 우상화 교육이 도리어 역효과를 내고 북한 내부에서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의주의 한 소식통은 자유북한방송에 “이제 교사들은 3살 난 어린이가 어떻게 총을 쏘고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어린 학생들에게 이를 설명해줘야 하는 기막힌 처지”라며 “김정은을 우상화하려다 함정에 빠진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국인들이 들으면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이지만 외부의 정보를 차단하고 선전선동을 하고, 다른 소리를 하면 정치범 수용소에 잡아 가서 처형하고, 그러니 믿는 척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박성우: 관련된 질문을 좀 더 드리겠습니다. 김 비서의 나이가 많지 않으니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대중적 이미지를 ‘아버지의 모습’, ‘남편의 모습’으로 많이 보여주려 하는 것 같은데요. 이 전략은 성공했다고 보시는지요?

고영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어린이를 사랑하는 아버지' 영상과 자상한 남편으로서의 영상이 최근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북한 신문과 방송은 김정은이 어린이의 볼을 양손으로 쓰다듬고 세발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를 대견하다는 듯 지켜보는 모습, 그리고 어린이들의 밥 먹는 모습을 만족하게 바라보는 모습 등을 담은 사진으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김정은에게 '온 나라 어린이의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입히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김정은을 '아버지'로 묘사하는 것은 김일성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우상화 방식 때문입니다. 북한 인민들의 뇌리 속에 김일성은 어린이들을 많이 사랑한 이른바 ‘수령님’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내용이 빈약하고 내세울 것이 없는 김정은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모습이 김일성과 닮았고 김정은 자신도 김일성처럼 어린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김일성과 김정은을 연결시키는 고리가 바로 ‘어린이 사랑’ 영상인 셈입니다.

김정은이 부인 리설주를 서둘러 공개석상에 등장시킨 것도 가장으로서의 영상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김정은은 리설주와의 사이에 최소한 한 명의 어린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최근 리설주를 김정숙과 비교하게 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다심한 손길은 군인들의 식생활에도'라는 제목의 글에서 해방 직후 김정숙이 한 군부대를 방문해 군인 식당을 찾아 밥그릇과 반찬을 살펴본 뒤 팥밥을 지을 때 팥을 먼저 푹 삶은 뒤 흰쌀을 넣어야 한다고 가르쳤다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김정숙의 이런 이미지는 리설주가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자주 동행해 여성군인의 머리를 직접 만져주고 창전거리의 아파트에서 음식을 만드는 등 지도자 부인으로서의 `인민 친화적' 행보를 보이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김정숙을 강조하면서 리설주를 은근히 부각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는 것이죠.

김정은이 자신은 김일성을 닮은 이미지로, 부인 리설주는 김정일의 모친 김정숙을 닮은 이미지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일단은 북한 인민들에게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김정은이 자신만의 색깔이 없고 언제까지나 김일성을 닮은 행보만 계속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박성우: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우상화 작업과 비교해 보자면, 어느 게 더 어렵다고 보시나요?

고영환: 당연히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더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이 지난 해 4월 김정은 제1위원장이 후계자 시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같은 방한복을 입고 비행기 조종실에 앉아있는 사진, 젊은 시절 조종사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찍은 사진도 공개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과 함께 있는 사진들을 한 장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외모와 옷차림은 물론 서민과 살을 맞대는 통치 행태까지 할아버지를 따라 하고 있지만 정작 두 사람이 함께 한 순간은 기록되지 않은 셈입니다.

김정은이 김 주석과 인연을 보여줄 사진이 단 한 장이라도 있었다면 이미 대대적으로 공개했을 것입니다. 대북소식통들은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씨가 생전에 자신의 아들 중 한명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낙점하기 위해 김일성과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김정일의 강력한 제어로 뜻을 이룰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김일성의 우상화는 항일무장투쟁이라는 과장되기는 하였으나 어느 정도 실체가 있는 것에 기반했고 김정일은 이런 김일성과 빨치산인 엄마 김정숙의 맏아들이라는 점이 있어서 우상화가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김정일의 여러 여자들 중의 하나인 여자, 그것도 재일교포출신의 여자 고영희를 엄마로 두었고, 김정일의 맏아들도 아니며, 출생지도 불분명하여 우상화가 정말 어렵다는 것입니다.

선전선동의 귀재들인 당 선전선동부와 당 역사 연구소가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 할지 눈에 선합니다.

박성우: 이제 북한 사람들도 외부 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우상화 시도 자체가 예전과는 달리 많이 힘들어진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지금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위원님, 오늘도 감사드리고요.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