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한국 수사당국이 지난 2020년 북한 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한국의 해양수산부공무원, 이대준 씨가 월북할 근거가 없었다는 최종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월북했을 것이라는 2년 전 판단을 뒤집은 건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한국 정부가 이대준 씨의 월북 근거가 없다는 최종 수사결과를 내놨는데요. 먼저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한국 정부가 지난 2020년 9월 북한의 총격에 숨진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당시의 판단을 2년 여 만에 뒤집었습니다. 해당 사건을 조사했던 한국의 인천 해양경찰서가 지난 2020년 북한 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이 씨가 자진 월북할 근거가 없다는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인데요. 인천 해양경찰서는 지난 16일의 기자설명회에서 이 씨가 당시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그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한국 국방부도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 씨가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방부의 지난 2020년 9월 발표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김성구 국방부 정책기획과장은 "해경의 수사 종결과 연계해 관련 내용을 다시 한 번 분석한 결과,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으며 북한 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한국 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해양 경찰은 이 씨의 유가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지난 16일 취하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씨 사망과 관련된 정보를 일부 공개하라고 명한 한국 법원의 1심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국가안보실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 국민이 북한 군에게 피살됐음에도 불구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6일 이 같은 내용을 사망한 이 씨의 친형인 이래진 씨와 통화해 설명하고 이 씨의 명예회복과 국민의 알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목용재 : 한국 정부가 2년여 만에 월북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뒤집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대준 씨는 지난 2020년 9월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습니다. 그 후 이 씨는 북한 군의 총격에 의해 희생되었고 심지어 북한 군은 그의 시신을 불태웠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이후 당시의 문재인 정부는 사망한 이 공무원이 자진 월북을 하려고 하던 도중에 사망하였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유가족들은 '자진 월북설'에 반발하며 이 사건의 정보공개를 요청하였고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대해 유족 측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 정부는 국가 안보 및 비밀 공개 등을 이유로 관련 자료들을 공개할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단 한 번의 재판으로 사건을 종결하지 않고 두 번째인 2심 그리고 세 번째인 3심까지 가는 재판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3심 재판 제도인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5월 10일에 들어서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기조가 바뀌고 그 결과 국가안보실은 법원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자신의 공약으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와 관련된 정보들을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공약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 싶은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 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목용재 : 이대준 씨 유족들의 입장도 나왔는데요. 향후 유족들의 계획은 무엇이라고 합니까?
고영환 :지난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 군에 의해 피살된 한국 공무원의 유가족 측은 지난 17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중간 수사 결과는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 즉 월북으로 몰아가기 위해 사건을 조작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씨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피격 공무원이 탑승했던 '무궁화 10호' 승조원 7명의 진술조서 일부 내용까지 공개했습니다. 이 진술서는 유족 측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해경으로부터 지난 16일 약 1년 9개월 만에 전달받은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해양경찰은 방수복이 사망자의 방에 있었다는 점 그리고 방수복 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런 부분을 숨기고 선택적으로 증거를 채집해서 월북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발표하면서 국가안보실로부터 지침을 받았다는 지난 16일 국방부의 발표에 근거해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건 관련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지난 5월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라고 밝혔는데 대통령기록관장이 정보공개를 거부할 경우에는 행정소송, 여야 원내대표에게 국회 의결 건의, 문 전 대통령 고발 등 3가지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서해 피격 공무원 유족의 진실 공개 노력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이에 대해 2년 전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거셉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서해 피살 공무원을 왜 월북자로 몰아갔는지, 한국 정부가 당시에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들을 취했는지, 이 과정들에서 한국 정부와 해당 정책 관련자들의 과오나 직무유기 등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해 보자는 유족들과 정부 그리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움직임에 2년 전 집권 여당이였던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거셉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기록물 열람을 요구하는 여당에 대해 "끊임없이 전임 대통령을 물고 늘어져서 무슨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가. 이런 식의 국정운영이 여당이 취할 태도냐"며 "여당의 모습이 개탄스럽다"고 기자들에게 밝혔습니다 우상호 위원장의 발언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최근 뒤바뀐 것을 문재인 정부의 '월북 공작'으로 규정,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며 문재인 전 정부와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 이와 관련된 TF, 즉 진상조사상무조를 발족시켰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현 정부와 여당이 문재인 정부를 헐뜯고 성과를 지워버리기 위해 서해공무원 사건을 다시 들고 나온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유가족의 억울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용재 : 현재 한국 내에서 2년 전 이대준 씨 피격사건과 관련한 논란이 재점화된 상황에서 북한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속내는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공무원이 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 군에게 참혹하게 처형되고 그의 시신까지 불태워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고 언론, 시민단체, 국회, 시민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며 나섰습니다. 이로 인해 김정은 당 총비서에 대한 인식은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이에 당황한 김정은 총비서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는 선에서 이 사건을 봉합하려고 하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사건이 다시 부각되었고 한국 공무원을 직접 처형한 북한 군, 그리고 이를 뒤에서 지시한 것으로 보여지는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분노가 다시 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김정은 총비서와 북한 지도부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여 김정은 총비서나 통일전선부 등이 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것은 체제 특성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은 묵묵부답의 원칙을 지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 아득해 보입니다.
목용재 : 2년여 전 김정은 당 총비서는 이대준 씨 사건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긴 했는데요. 명확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은 없었습니다. 이대준 씨가 월북하려 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한국 정부의 발표를 계기로 이번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라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