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5월 발사 이후 두 달여 만이고 미북 판문점 회동 이후 약 한 달 만입니다.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인데요.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목용재 : 위원님, 이제 한여름인지 날씨가 많이 덥습니다. 지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북 판문점 회동 이후 약 한 달 만에 또 미사일을 발사한 건데요. 먼저 이 상황과 관련해 정리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 지난 25일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미사일 두발을 발사했습니다. 두발 모두 600여 km를 비행한 것으로 한미 당국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청와대도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통해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두발의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총참모부 격인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이 7월 25일 오전 5시 34분과 5시 57분경 미사일 두발을 발사했다"면서 "두발 모두 고도 50여 km로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두발의 미사일들을 이동식 미사일발사차량을 이용해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군의 한 전문가는 "이번에 발사된 미사일도 신형 미사일로 추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제원을 한미 공동으로 평가, 분석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초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 로씨야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들을 발사한 바 있습니다.
목용재 :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고영환 : 한국의 청와대는 지난 25일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 두발을 발사한 직후 한국 군이 대비 태세에 나섰고 한미 당국이 동 미사일들의 제원 등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한국 국방부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오전 북한이 지난 5월에 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현재 한미 군사 당국은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정밀 분석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외교부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발사 사실 포착 직후 한미일 관계 당국 간 정보를 공유했으며 이와 관련된 분석을 긴밀히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에 대해 "우리는 미국, 일본과 지속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와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25일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해 "소형 미사일들을 실험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판문점 미북 회동의 뒷이야기를 공개하면서 "당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미북 실무협상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는데요. 폼페이오 장관은 "미북은 여전히 앞으로 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는 여전히 대화를 갖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협상장에 오기 전 우위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 이에 앞서 북한 매체는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미북 판문점 회동이 아직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북한이 잇따라 군사적 행보를 보이는 이유,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지난 23일 북한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새롭게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 관계당국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분석해 잠수함의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만으로는 정확한 제원이나 성능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북한은 기존 잠수함을 개조해 북극성-1호를 발사한 적이 있고 미사일 발사를 목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북한이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대내, 대외적인 효과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분석합니다. 북한은 7월 27일, 그들이 이른바 전승기념일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일을 계기로 잠수함을 공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에 굴복하지 않고 맞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회담이 아무런 결론을 얻지 못한 채로 끝난 후 북한 지도부 내에서는 심각한 자기반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인민들의 사기도 높이려는 시도라는 겁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겨냥해 잠수함을 공개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은 북한의 비핵화 방법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잠수함을 공개하고 미사일까지 발사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시일, ICBM도 발사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북한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죠?
고영환 : 북한의 식량 사정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보도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우선 식량 5만 톤을 먼저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북한의 자존심까지 생각해 한국 정부가 식량 5만 톤을 북측에 직접 주지 않고 WFP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공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대북식량지원 계획과 관련한 WFP와의 실무협의 과정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식량 원조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WFP 평양사무소 측과 북한 외무성 담당자 간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며 한국의 식량 지원을 거절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WFP는 이런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24일 북한이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이유로 WFP에 한국의 쌀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보도와 관련해 "WFP가 북한과 실무협의 과정에서 북한 내부에 이러한 입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WFP를 통해 북측 공식 입장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은 한국 정부가 대북지원 사업을 진행하려면 식량 5만 톤 같은 지원보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좀 더 큰 규모의 사업을 시행해야 한다는 대남 압박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지난달 미북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의 행보로 인해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여부가 더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오는 8월 2일 태국, 즉 타이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지난 25일 "북한이 최근 ARF 주최국인 태국에 리용호 외무상의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리용호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간의 미북 고위급회담은 무산됐습니다.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김 위원장의 잠수함 시찰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한국의 식량지원까지 거부했습니다. 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전면중단하라는 강한 압박임과 동시에 미국이 북한 핵무기 폐기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미북 실무회담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핵 폐기를 위한 미북 실무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목용재 : 북한은 지난 25일 발사한 미사일이 한국을 겨냥한 무력시위의 일환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에 당사국인 한국이 소외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해봐야 겠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