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주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으로 동아시아가 떠들썩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만을 방문했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먼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 전후 상황에 대해 정리해주시죠.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영환 :미국 하원의 낸시 펠로시 의장이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9일부터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그리고 대만 등 아시아 5개국 방문길에 올랐습니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후 대만을 전격적으로 방문하였고 7월 3일부터 4일까지는 한국을, 그리고 4일부터는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자 중국은 이에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지난 달 28일 이뤄진 미중 정상 간 통화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은 미국이 대만을 두고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며 펠로시 의장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경고에 아랑곳없이 미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2일 대만에 도착한 후 19시간가량을 체류하면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예방하고 대만 입법원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탑승한 항공기에 대한 '격추 가능성'까지 공공연하게 언급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7월 30일 사설에서 "필요할 경우 미사일 발사 제한 설정을 해제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실시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군은 민감한 시기 동안 펠로시가 탑승한 항공기를 감시할 것이며 우리의 공역에서 포착됐을 경우 중국 전투기가 경고, 추격, 요격, 전자전, 강제 착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은 행동에도 나섰습니다. 다수의 중국 전투기들이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간주돼 온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기도 했으며 두 대의 항공모함을 남중국해에 급파했습니다. 지난 2일 중국 군은 대만 주변 해역에 6개 구역을 지정하고 4일 12시부터 8일까지 실사격 훈련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훈련은 대만의 영공과 해상을 봉쇄하는 것과 같다"고 규탄했습니다. 강력한 중국의 반발에 미국도 항공모함전단을 대만해협으로 보내면서 긴장의 수위가 극도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의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대만은 중국에 속하고 이를 미국도 인정한 만큼 미국이 권력의 3인자를 대만에 보내는 것은 중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 정부나 국회의 고위 간부들이 대만을 계속하여 방문하게 방치할 경우 대만의 독립 움직임은 힘을 얻을 것이며 따라서 시진핑 주석의 염원인 대만 통일이 요원해질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미국은 현재 대만이 자유, 민주 국가이고 독립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교류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 펠로시 의장의 경우 중국과 악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고영환 : 네 그렇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중국의 '악연'은 30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1991년 당시 하원의원이던 펠로시 의장은 베이징을 방문했는데요. 당시 그는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천안문 광장에 나와 천안문 사태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반중성명을 낭독했다가 중국에서 체포된 바 있습니다. 2007~2008년 사이에는 티베트 독립운동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 중국이 반발한 적이 있습니다. 2008년에는 베이징 하계 올림픽 유치 반대 깜빠니아를, 2022년에는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보이콧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이번 대만 방문 역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는 진영에 고무적인 신호를 준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이 1979년 국내법으로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 수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전·현직 미 하원의원들은 대만을 방문해왔지만 펠로시 의장의 방문에 중국이 더 강하게 반대를 하는 것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과 펠로시 의장의 악연, 그리고 여기에 더해 펠로시 의장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정치적 위상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당초 미국 정부가 말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파를 미국 백악관이 진정시키고 나섰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현지시간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하여 "우리는 펠로시가 갈 곳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그의 대만 방문은 우리의 오랜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순방이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 왔다"며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던 전례도 있고,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계속하여 지난달 말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대화를 거론하며 "그들은 대화를 계속할 것이다. 어떤 것도 변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중국이 하기로 택한 일을 관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펠로시 의장을 워싱턴에서 만난 적이 있으며 그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별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만을 방문하여 미국이 또 다른 대치 전선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목용재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이후 한국도 방문했습니다. 윤 대통령과는 전화통화만 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한미관계의 상징성을 생각해본다면 직접 만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요?
고영환 :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마치고 3일 밤 한국에 도착하여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4일 오전 김진표 한국 국회의장과 회담을 진행한 후 오찬 회동을 하였습니다. 지난 4일 오후에는 판문점을 방문하였으며 휴가를 간 윤석열 대통령과는 40분 간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 권력 3인자인 미국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주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미중이 강하게 부딪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올바른 외교적 선택을 하였다고 판단합니다. 중국과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한국의 외교지형에서 때로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는 지혜도 필요해 보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북한인권단체들이 펠로시 의장에게 공동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고영환 :지난 3일 대북 인권단체들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중국에 탈북민 강제송환 중단을 촉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탈북자동지회와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인권위원회, 한보이스, 물망초,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6개 단체는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북한이 2020년 1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중국 당국의 탈북민 강제 송환이 보류된 상태"라며 "최소한 1170명의 탈북 난민들이 중국에 억류돼 곤경을 겪고 있으며 강제 송환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동 단체들은 서한에서 펠로시 의장이 중국 내 탈북민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공개적인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들은 "중국은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하고 탈북민들을 계속 강제송환하고 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안전한 곳이 되기 위해선 중국에 의해 저질러진 최악의 반인륜적 행위를 종식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중국이 대규모 무력시위까지 감행하는 등 크게 반발하며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고조됐습니다. 한국에 체류 중인 대만인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는데요. 중국의 그런 반응은 늘 있는 일이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의 외교적 위상이 올라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행보로 고조된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하루빨리 잦아들길 바랍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