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에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윤 대통령의 제안 이틀만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이를 거절했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지난 15일은 광복절이었죠.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습니다. 이 내용 먼저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77주년 광복절을 맞아 지난 8월 15일 경축연설을 했습니다.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며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기반시설 지원,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북한의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기반시설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에 대한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의 경우 북한의 광물, 희토류 등과 같은 지하자원과 연계해 진행한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 제안에는 체제 안전보장 방안 등 정치적, 군사적 제안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8.15행사 전인 지난달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업무를 보고한 뒤 가진 기자설명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는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안보 우려 및 요구사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설명회에서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가 도출되고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발맞춰 경제분야 협력 방안을 포함해 정치, 군사부문의 협력 로드맵, 즉 이정표도 준비해 놓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19일 김여정 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며 윤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한국의 제안을 '궤변'이라고 하면서 한국 정부를 앞으로 "상대하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한미연합훈련이 다음 주부터 본격 시작되고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오직 강경대응뿐이라고 판단합니다. 역사적으로 북한은 한미훈련이 시작되면 강경한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입니다. 남북, 미북 강경 대치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습니다.
목용재 : 윤 대통령이 지난 17일에도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메시지를 내놨는데요. 취임 100일 동안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에 취임한 지 100일째인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 의지만 보여준다면 북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에 한 '담대한 구상'과 관련하여 "미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식량, 농업기술, 의료, 인프라 지원과 금융 및 국제 투자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 구상을 밝힌 바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체제안전을 요구한다면 대응 방안이 있느냐"는 회견 참여 기자의 물음에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와 우리 정부는 북한에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전혀 원치 않는다"고 답변함으로써 한국이 북한 체제의 붕괴 같은 것은 절대로 원하지도, 추진하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계속하여 "광복절에 발표한 그런 비핵화 로드맵, 즉 이정표에 따라 우리가 단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은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한 이후 우리가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만 보여주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들을 돕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종전과는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지난 시기의 대북정책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북한의 국민소득을 1인당 3000달러 수준으로 올려주겠다고 하였고 박근혜 정부는 통일문제에 방점을 찍었으며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비핵화에 대해선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아직은 군사적, 정치적 문제들의 구체적인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정부들과 달리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제안들을 구체적으로 북한에 제의하여 북핵 문제와 평화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매우 혁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북한은 17일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계기 기자회견을 한 당일인 지난 17일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이날 "오늘 새벽 북한이 평안남도 온천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을 탐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6월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두 달여 만에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입니다. 저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순항미사일 개발 목적과 함께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미는 지난 16일부터 UFS, 즉 '을지 자유의 방패'의 사전 연습인 위기관리연습을 시작했으며 다음주부터는 야외 훈련이 중지된 지 5년만에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이 포함된 기본 합동 연습에 들어갑니다. 저는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미훈련에 대한 대응이자 윤 대통령의 대북 제안에 대한 거부의 첫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한국과 미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고영환 : 지난 17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2발 발사에 한국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언론에 "오늘 새벽 북한이 평남 온천비행장 인근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연합자산을 통해 탐지했다"고 하면서 "이와 관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오전 9시 국가안보실 간부들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해 합참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보고 받고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북한이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하여 "무모한 무력 도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북한 행동에 변화가 없는 한 대북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 17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이 최근 몇 년 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그 기술 등을 내재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해 온 점에 미뤄 볼 때, 이 또한 명백한 도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더 나아가 프라이스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와 행동에 변화가 없는 한 대북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미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오랜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목용재 : 이런 상황에서 한미는 오는 22일 올해 후반기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 UFS를 진행할 예정이죠. 마지막으로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오는 22일부터 시행하는 한미연합연습에서 상당 기간 축소되어 시행되었던 야외기동훈련을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지난 16일 밝혔습니다. UFS,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은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사전훈련을 마치고 오는 22일부터 9월 1일까지 시행됩니다. 합참은 "연합연습 기간에 제대별, 기능별 전술적 수준의 연합 야외기동 훈련을 병행 시행해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북한은 향후 대남 심리전, 사이버 공격,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 등에서의 군사적 도발, 7차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미를 도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은 앞으로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되는데요. 북한의 이 같은 반응에 한국 정부가 향후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