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언제 재개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입니다. 북한 비핵화의 진전이 없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지속되는 상황인데요. 오늘은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의 최근 경제상황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고영환 :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 같은데요. 현재 북한 경제는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이라고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한국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의 이석 선임연구원은 지난 2일 발간된 한국개발연구원 북한경제잡지 6월호 '북한의 새 경제와 대북제재: 분석과 가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 무역 감소와 외화 위기로 인한 경제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석 연구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경제의 기본 통화가 북한 원화가 아니라 달러나 위완화 등 외화로 바뀌었으며 북한 경제는 중국을 비롯한 대외경제와의 통합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시장화가 확산되고 달러 등 외화가 북한 기본 통화로 바뀌면서 북한 원화와 외화 사이의 환율이 안정되고 물가 또한 안정되면서 경제가 회복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체계로 인해 북한 경제는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과거보다 훨씬 더 취약해졌다고 이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되면서 외부에서 북한으로의 달러 유입이 차단되고 이에 따라 달러로 움직이는 북한의 시장을 포함해 모든 경제 부문이 부정적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했다는 의미입니다.
목용재 : 지난 달 한국은행이 2018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발표한 바 있는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죠?
고영환 :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발표한 '2018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서 2018년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2017년에 비해 4% 감소했으며 이는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7년의 경제성장률, -7% 이후 최저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산업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석탄, 금속, 비금속 생산은 2018년에 모두 크게 줄어 2017년에 비해 18% 감소했습니다. 2018년 북한의 농업, 임업, 어업은 농수산물 생산이 줄면서 2017년 대비 2% 감소했고 제조업은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9 % 감소했습니다. 경공업 역시 섬유, 의복, 가죽, 신발 등의 생산이 줄면서 3% 감소했습니다. 이 모든 수치들은 북한 경제가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고난의 행군 시기 못지 않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객관적인 자료들은 북핵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 경제 성장율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북한의 경제가 고난의 행군시기 수준의 어려움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목용재 : 올해 상반기 북한의 무역 동향은 어땠습니까?
고영환 : 지난 8일 한국무역협회가 '2019년 상반기 북중 무역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동안 북한의 대중수출은 1억500만 달러, 수입은 11억4500만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와 16%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과 2월 북중 무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9%와 -5%를 기록했지만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이후인 3월과 4월에는 각각 38%와 39%까지 성장했고 지난 5월에는 19%, 6월에는 9%의 증가세를 이어갔습니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주로 대두유, 밀가루, 과일, 수산물, 조립용 시계부품, 비료, 직물 등을 수입했고 중국에는 시계, 가발, 텅스텐, 몰리브덴 등을 수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석탄, 의류 등 주요 수출제품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비제재 품목의 수출을 늘리고 있지만 제재 품목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면서 "대북 제재로 외화 수급이 어려운 북한은 중국 무역이 증가하면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구조"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무역협회 관계자는 "올 들어 북중무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만약 제재가 완화된다면 북중경협의 급속한 확대로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대외무역에서 중국은 92%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북한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2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 상반기만 보면 10억 4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북한은 중국과 무역을 늘릴수록 적자도 더욱 늘어나는 구조, 즉 나라 빚이 늘어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이 겉으로는 자립적 민족경제, 자력자강을 외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북한경제가 중국경제에 예속된 경제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목용재 :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시계부품과 글루탐산 같은 식자재의 규모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섬유 원자재 수입도 늘었고요.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주로 대두유, 밀가루, 과일, 글루탐산 등의 식자재와 시계부품, 섬유직물 등의 임가공 등 원자재를 수입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비제제 품목인 시계임가공을 위해 부품들의 수입을 늘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산 의류수출은 금지됐지만 의류 원자재를 북한이 수입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의류 원자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옷을 만들어 다시 중국에 판매하는 의류 밀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음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설탕, 글루탐산, 밀가루 등의 식료품 자재와 직물 등 섬유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는 것은 최근 북한이 식료품을 중심으로 경공업과 인민소비품 생산 분야의 국산화를 이루려는 행보로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으며 적대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다. 적대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하면서 자력갱생을 부쩍 강조한 바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은 해외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외화벌이를 해왔는데요. 이들마저도 올해 말까지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이 어떤 대응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의하면 북한은 올해 말까지 세계에 나가 있는 모든 기술자, 노동자들을 귀국시켜야 합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2017 북한 해외노동자 실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파견된 북한노동자는 약 7~8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러시아, 즉 로씨야에도 2~3만 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는 2019년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이행보고서를 통해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은 채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절반을 북한으로 송환시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등도 최근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 노동자들을 올해 연말까지 북한으로 송환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관건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모든 인원들을 송환시킬지 여부입니다. 북한 지도부는 외화벌이 창고라고 할 수 있는 북한 기술자, 노동자들의 본국 송환을 막기 위해 중국, 러시아 정부와의 막후 외교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관광 산업은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노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많은 수의 관광객을 끌어 모아 부족한 외화를 충당하려 할 겁니다. 그러나 노동자 수출이나 관광객 모집으로 북한의 경제난과 외화 부족을 해결하기는 역부족입니다.
목용재 :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만 이룬다면 이 같은 어려운 상황은 금방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약속인데요. 하루속히 북한은 미북 실무협상에 나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행보를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위원님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