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지난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법령’이라는 제목으로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핵무력 정책이 법령으로 채택됐다는 사실을 알린건데요. 이에 한미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먼저 지난 9일 북한이 발표한 핵무력 정책 내용, 핵심이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영환 :지난 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우리의 핵 그 자체를 제거해버리는데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핵을 내려놓게 하고 자위권 행사력까지 포기 또는 렬세하게 만들어 우리 정권을 어느 때든 붕괴시켜버리자는 것"이라며 "이는 적들의 오판이고 오산이며 백날, 천날, 십년, 백년 제재를 가해보라 하라"고 발언했습니다. 그는 계속하여 "나라의 생존권과 국가와 인민 미래의 안전이 달린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며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미국이 조성해 놓은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형세 하에서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북한은 같은 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하였습니다. 총 11조로 이루어진 이 법령은 핵무기의 목적, 핵무력의 구성, 지휘통제, 핵무기의 사용조건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법령 6조는 재래식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고 9조에서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사용 조건들도 제시하였는데요. 골자는 북한 최고지도부 즉 김정은 총비서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적시한 것입니다. 북한의 이번 법령은 '김정은 핵 독트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연설과 핵 보유 및 강화 법제화의 의미는 핵사용의 문턱은 최대한 낮추고 대화의 문턱은 최대한 높인 것이며 법령 제정을 통해 전세계에 비핵화 반대 의지를 확실하게 밝힌 데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 이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고영환 : 지난 13일 한국 통일부는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핵 관련 정책의 법제화 발표는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일일뿐만 아니라 국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북한의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에 한국 군 당국은 지난 13일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 직무대리를 통해 "(북한이) 핵사용을 기도하면 한미의 압도적 대응에 직면해 북한 정권은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취한 이번 조치는 한미동맹의 억제 및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초래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 미 국방부 대변인실은 북한의 핵사용 법제화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북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매우 분명한 입장을 밝혔고 한국, 일본, 미국 본토 방어에 대한 약속과 역내 평화·안정에 대해서도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의 이 같은 발표 이후 한미가 확장억제전략협의체, EDSCG를 재가동하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미 양국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오는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하는 EDSCG, 즉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회의에서 북한이 최근 공표한 핵무력 법제화에 대한 대응 등을 논의할 전망이라고 미국 정부가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인도·태평양, 특히 우리의 조약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제기하는 도전과 광범위한 위협은 EDSCG 회의의 주요 안건"이라고 발언했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 차관이 4년8개월 만에 재개되는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 등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방문길에 나섰습니다. EDSCG 즉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는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당국이 '2+2' 형태로 미국의 동맹국에 핵무기 투발 수단 등을 지원함으로써 핵 억제력을 동맹국까지 확장한다는 개념인 '확장억제'를 논의하는 차관급 협의체입니다. 이번에 워싱턴에서 열리는 EDSCG 회의에는 한국 측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미국 측에서는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이 참석합니다. EDSCG 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2018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입니다.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EDSCG에선 구체적인 북핵 억제 방안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EDSCG의 재가동, 특히 북한이 핵사용 및 핵강화를 법문화한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하여 한미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확장억제를 할 것이며 북한이 핵을 사용하거나 핵 사용 움직임을 보일 때 미국이 한국과 공동으로 신속하게 북한 핵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법 등을 논의하고 합의하게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핵무력을 법제화한 이상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도 극히 낮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고영환 : 북한은 김정은 정권 들어 핵 경제 병진 노선의 채택, 연속되는 핵실험, 핵무력 강화를 넘어 이제는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다는 법까지 만들어 세계에 공포함으로써 핵무기 폐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세습체제가 북한에 존재하는 한 북한의 비핵화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이른바 핵 독트린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에 핵을 사용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적은 규모의 군사적 공격에도 핵을 사용하겠다는, 세계사에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핵 사용법입니다. 북한의 근본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에 핵을 사용한다는 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김정은 총비서가 마음만 먹으면 핵을 사용할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핵폐기 문제를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가 포기해서도 안됩니다. 북한에 꾸준하게 핵을 강화하면 할수록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심해진다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도록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오는 18일부터 해외 순방을 시작하죠?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도 하게 되는데요. 이 일정도 소개해 주시죠.
고영환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오는 18일부터 5박 7일 간의 해외 방문을 합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엘리자베스2세 전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미국 뉴욕, 캐나다 등을 방문하며 오는 20일에는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윤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면담 및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도 가질 예정입니다. 유엔 총회 후에는 캐나다로 이동해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양자 정상회담을 가집니다. 윤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며 이미 제시한 북한에 대한 '담대한 구상' 내용도 들어갈지 주목됩니다. 저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외국 방문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정상들과 연쇄접촉을 통해 안보와 경제 문제 그리고 북한 핵 문제 등을 논의했으면 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 핵이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의 평화를 해치고 안정을 파괴하는 것으로 세계가 한 목소리로 북한 핵을 저지하도록 해야 하는 동시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세계 주요국가들이 한국과 함께 북한에 전면적인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여론을 환기시키고 귀국하셨으면 합니다.
목용재 : 북한이 핵무력 관련 법령까지 제정해 비핵화의 길은 더욱 멀어졌습니다. 위원님 말씀처럼 북한의 세습독재가 끝나지 않는 이상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면 과연 현 상황에서 현실적인 북한 비핵화 방법은 무엇일지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