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중국 당대회 감안해 수위조절한 포사격 도발 감행”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의 도발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이 같은 남북합의를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어김없이 이번 주에도 북한의 도발이 이어졌죠. 관련 내용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거의 매일 같이 감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8일 밤부터 지난 19일 오후까지 동·서해 완충구역으로 350여 발의 포병 사격을 가해 9.19 남북 군사합의를 잇따라 위반했습니다. 포탄들의 낙탄 지점은 9.19 합의에 따른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 이내였습니다. 2018년 남북이 맺은 군사적 합의문에는 동·서해에 완충지역을 설정해 놓고 이 지역에서 포사격 등을 하지 말자는 등의 내용이 분명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4일에도 오전 1시 20분경 황해남도 마장동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30여 발, 2시 57분 경에는 강원도 구읍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40여 발, 오후 5시경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90여 발, 오후 5시 20분경 서해 해주만 일대에서 90여 발, 장산곶 서쪽 일대에서 210여 발 등 총 5곳에서 560발 넘게 포격해 9.19 합의를 무더기로 위반했습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해상 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은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이며 이러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로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여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의 9.19 합의 파기로 한반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의 최근 잇따른 도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미국 측의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면 미국 국무부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9일 북한의 계속되는 동해 및 서해 완충구역 포사격 도발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포 사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번 주 내내 우리가 봤던 그 포격은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면서 "그것은 역내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는 동맹과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에 해로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국 외교차관이 오는 26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합니다. 동 회담에서 조현동 한국 외교부 차관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북한 문제,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한 3국 간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연쇄 도발과 7차 핵실험 징후가 강해지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가 괌에 전개됐습니다. 지난 19일 항공기 추적 서비스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4대가 최근 이틀 간 괌의 앤더슨 기지에 배치됐습니다. B-1B '랜서'의 괌 배치는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에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낸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의 이번 주 포사격 도발은 모두 9.19 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했다는 게 한국 측의 입장인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위반했고 북한이 합의를 위반한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고영환: 9.19 합의의 효력이 발생한 2018년 9월 19일 이후인 2020년 5월 3일 북한 군은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의 한국군 GP, 즉 전방초소에 총격을 가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황해남도 창린도 방어부대에서 한국 측을 향해 해안포 사격을 감행했습니다. 초도 이남의 '해양 적대 행위 금지구역'에 들어가는 창린도에서 해안포를 쏜 것입니다. 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비행금지구역, 포병 사격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 금지구역, 완충수역을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지난 14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지속적으로, 또 대규모로 9.19합의에 의해 설정된 완충지역에 방사포와 해안포들을 쏘아대고 있습니다. 북한이 완충지역에서 무더기로 포를 쏘고 남북이 그어 놓은 전술조치선 턱밑까지 전투기들을 보내며 단거리, 중장거리 미사일들을 다량으로 쏘아 대는 상황에서 9.19 남북 합의를 한국만이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회의적인 여론이 한국사회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의 주장은 자신들의 포사격은 한국의 도발에 맞대응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북한의 의도는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고영환: 북한은 지난 18일 심야에 감행한 동·서해 완충구역으로의 포병 사격을 남측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19일 대변인 발표에서 한국이 군사훈련을 한다고 하면서 "중대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 18일 밤 아군 동부 및 서부전선 부대들이 강력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서 동, 서해상으로 위협 경고 사격을 진행하도록 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군은 강원도 철원에서 지난 17일부터 21일까지의 일정으로 다연장로켓 사격 훈련을 진행했지만 이는 모두 남북이 합의한 지상 완충구역에서 벗어난 구역에서 진행했습니다. 종합하여 말씀드리자면 북한은 자신들은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했으면서 합의를 지키는 한국 측을 향해서는 '도발을 중단하라'는 적반하장식 주장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그동안 문제 삼지 않던 한국 측 완충지역 밖에서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을 트집 잡으며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포 사격 등 군사적 도발을 하는 배경에는 우선은 중국이 20차 당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시기라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여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기는 부담스럽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국지적인 도발을 하면서 한미훈련에 대비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다음으로는 중국 당대회가 끝난 후 핵실험 등 대규모의 도발을 하기 위해 명분을 쌓아 나아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는 북한의 완충지역 포사격으로 한국 측 일각에서 제기되는 9.19 군사합의 파기론에 기름을 부으면서 한국을 더욱 자극하고 한국으로부터의 격한 반응을 유도해 이를 악용하고 대규모 도발을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이에 따라 한국 내 일각에서는 9.19 남북군사합의나 유명무실화된 다른 남북 간 합의를 폐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남북합의 폐기의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남북 간 체결된 9.19 군사합의가 북한의 계속되는 군사적 도발로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됐습니다. 북한은 군사합의가 설정한 비행금지구역 코 앞까지 군용기를 내려 보내는가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하고 9.19 합의를 명시적으로 위반하는 완충구역 내 방사포 등 포병 사격까지 감행했습니다. 이에 최근 국내에서는 북한이 9.19 합의의 정신과 취지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합의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회의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합의는 남북이 함께 준수해야 의미가 있고 유지되는데 한국만 지켜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란 의미입니다. 저는 북한이 현재 의도적으로 9.19 합의를 폐기하기 위해 단계적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남북은 수많은 합의들을 해 왔습니다. 7.4공동성명부터 6.15 선언, 남북기본 합의서 등 셀 수 없는 합의들을 해 왔지만 북한은 저들이 필요할 때는 이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다고 인식할 경우에는 가차없이 합의들을 파기해 왔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북한 체제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그리고 북한이 계속하여 합의문 내용들을 지키지 않는 이상 남북합의서들을 한국 일방만 지킬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북한이 지속적으로 9.19남북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남북 간 이뤄진 다양한 합의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태를 반복적으로 보여왔는데요. 이제는 북한과의 합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란 회의감까지 들기도 합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남북합의를 지키고 비핵화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하루빨리 고안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