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한이 해외공관 철수하는 이유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해외 공관을 폐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몇 개의 국가에서 해외 공관을 폐쇄하고 근무 중이던 외교관들이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와 관련해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별보좌역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최근 북한이 해외 공관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 코로나 감염병이 끝나면서 북한이 해외 주재 북한 대사관들과 총영사관들을 철수시키고 있습니다. 동부 아프리카의 우간다에서는 이미 대사관을 철수했습니다. 우간다 신문 더 인디펜던트는 지난달 23일 정동학 우간다 주재 북한 대사가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을 예방하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동학 대사는 대통령을 면담하고 "북한이 아프리카에 있는 대사관의 수를 줄이는 전략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북한 대외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우간다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대사관 수를 줄이는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그간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진행해 왔던 협조사업들이 중단되고 외화벌이도 신통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아프리카에서 많은 사업을 해왔다"라며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판단 때문일 수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북한은 우간다 대사관에 이어 홍콩 주재 총영사관까지 폐쇄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이달 중순 재정난으로 인해 홍콩 총영사관을 폐쇄하겠다고 중국 측에 통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북한이 최근 현지의 고물가로 인해 공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우간다, 앙골라에서 잇달아 재외 공관을 폐쇄한 북한이 유럽에서는 스페인, 에스빠냐 주재 북한 대사관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1일 스페인인민공산당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외교 문서'구상서'에 따르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의 서윤석 임시 대리 대사는 지난달 26일 북한 외교 사절단의 철수를 알리며 앞으로는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스페인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고영환 : 북한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에 있는 재외 대사관들을 연쇄 철수한 것은 공관의 외화벌이가 막히면서 운영비조차 자체 조달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한국 정부는 분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외화벌이에 차질을 빚어져 공관 유지가 어려워짐에 따라 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전통적인 우방국들과 최소한의 외교관계를 유지하기도 벅찬 북한의 어려운 경제 사정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습니다.

목용재 :북한 외교관 출신인 특보님께서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 저도 북한에서 외교관을 하다가 '말반동'으로 몰리면서 한국으로 망명해 관련된 사정을 좀 아는데요. 북한의 재외 공관들은 외교관 면책특권과 외교신서물(행낭)을 악용해 담배와 위스키의 밀수 등 각종 탈법과 불법 거래로 공관 운영비를 자체 조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주재 대사관들에서는 해당 나라 독재자들의 동상 건립, 무기 수출, 의사와 간호사 송출 등에 관여하며 수수료를 떼는 방법으로 외화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런 불법적인 외화벌이 활동들이 대부분 차단됐습니다. 지난 2019년 탈북해 한국으로 입국한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리대사는 지난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 회견에서 북한 해외 대사관들의 철수는 이미 코로나 감염병 확산 이전에 결정됐던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일했던 외무성 아프리카국에서 근무한 류현우 전 대리대사는 "대북제재의 여파가 2019년에 가시화됨에 따라 같은 해 7월경 일부 대사관 등 해외 공관을 폐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미 있었다"며"전반적인 북한의 재정 실태가 악화했기 때문에 제재로 인한 재정 고갈로 외화를 보장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대사관 축소 결정을 한 주요 원인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외화벌이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을 계기로 대북제재를 강화했습니다. 바로 이때부터 아프리카 국가들이 북한 군 교관 및 의료 인력 파견의 중단, 불법 노동 행위 중단, 대북제재에 따른 북한 노동자의 출국 등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군사 교관단, 기술자, 의사, 전문가들을 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화벌이도 안 되고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 외화벌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도 강화되면서 북한이 대사관 유지비조자 벌 수 없었고 그래서 대사관들을 철수하는 것입니다.

목용재 :북한이 앞으로도 해외 공관 폐쇄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고영환 : 북한의 일반경제는 거의 다 고사할 정도이고 그나마 움직이는 것이 군수경제인데 그것도 러시아, 로씨야를 빼놓고는 수출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 노동자, 기술자 등 인력수출도 중국과 러시아를 빼놓고는 할 곳이 없어진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총 외화벌이 규모도 줄어들고 이렇게 되면 해외주재 대사관들의 유지비조자 댈 수 없으니 대사관 축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부터 아프리카의 세네갈과 기네(기니), 아시아의 네팔, 중동의 리비아와 알제리 등 구체적인 나라들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러시아의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 중국의 베이징과 심양,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 스웨덴,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등 주요 국가들에서는 대사관이나 총영사관들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같은 북한의 우방국들,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등 반미연대성을 유지하는 나라들,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같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사치생활을 보장하는 국가들, 경제적으로 외화벌이가 용이한 국가들에서는 계속해서 공관들을 유지해 나갈 것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는 시한인 10월이 지났습니다. 북한이 왜 위성을 발사하지 않은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 한미 정보 당국은 최근까지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로켓 추진체 연료가 잇달아 반출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이곳에서 정찰위성 발사체인 '천리마-1형'의 엔진 연소시험을 여러 차례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지난 5월과 8월 북한이 두 차례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한 천리마-1형 로켓의 기술적 결함이나 구조적 문제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23일 정찰위성의 2차 발사 실패 직후 "3단계(추진체) 비행 중 비상 폭발 체계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엔진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표하면서 10월 중 재발사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찰위성 발사체 엔진의 연소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봐서 위성발사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이르면 11월에 3차 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의 한 관계자는"2차 정찰위성 발사 과정의 문제가 러시아의 도움으로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다면 11월에도 3차 발사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고 러시아로부터 많은 기술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3차 발사는 더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목용재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실효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해외 공관의 철수 조치를 내리는 현재의 상황을 보니 그동안 대북제재가 상당히 유효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북제재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하루빨리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 통일부 장관 특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