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가 올해에도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표결없이 합의 형태로 통과됐는데요. 다음 달 유엔총회 본회의에도 상정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유엔 제3위원회가 이번에도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는데요. 먼저 이 내용 정리해주시죠.
고영환: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는 지난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북한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의 북한인권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북한인권결의안이 무려 17년 동안 연속으로 통과된 겁니다.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인권침해에 가장 책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고려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인권침해에 가장 책임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김정은 당 총비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의안은 북한에서의 고문·자의적 구금·성폭력의 자행, 정치범수용소 문제, 아무도 모르게 사람들이 없어지는 강제실종 문제, 거주 및 이동의 자유 제한 문제,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에 대한 처우 문제, 종교·표현·집회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는 문제,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로 더 악화된 북한 인민들의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등을 열거하면서 "북한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이 어느 한 나라의 인권 문제를 이토록 오랫동안 다루어 온 것은 이례적입니다. 이는 북한 인권 상황이 매우 열악하며 전 세계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목용재: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되는데 있어서 한국 정부도 기여한 바가 있나요?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고영환: 한국은 2008년부터2018년까지는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2019년부터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면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역시 같은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그동안 국제인권단체들, 한국의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할 것을 강하게 촉구하여 왔습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정부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발전, 평화 증진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대처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동제안국으로) 아직 참여는 안 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가 해 온 과정을 반추해보면 최종 결의안 컨센서스(합의 채택)에는 참여했다"며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론 내리겠다"고 발언했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정부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북한과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발언했습니다. 한마디로 북한 인권엔 관심은 있지만 남북관계가 특수한 관계에 놓여 있음으로 북한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목용재: 한국 내에서는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을 비판하는 의견이 계속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위원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대해 한국의 제1야당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지난 5일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동 결의안에는 조태용 의원을 비롯해 탈북민 출신들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태영호, 북한 꽃제비 출신 지성호 의원 등 야당 의원 12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10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작성 및 공동제안 등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자국민 보호라는 국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며 그런 인간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습니다. 북한 정권은 사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정당한 재판도 없이 정치범수용소나 교화소에 끌어가고 있고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 위선적인 정권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운운하면서 북한의 열악한 인권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목용재: 이런 가운데 한미는 지속적으로 종전선언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고영환: 지난 17일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한국의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및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미 간 종전선언 합의와 관련해 세부사항을 말해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은 한국과 일본, 다른 동맹 및 파트너와 갖고 있는 협의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부장관은 종전선언에 미국이 동의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종전선언에 대해 이미 답을 했다"며 "우리는 좋은 협의를 하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됐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한국과 일본, 다른 관련 동맹 및 파트너와 협의 및 조율이 진행 중"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은 피했습니다. 셔먼 부장관의 이 같은 발언들은 종전선언 문제가 북한뿐만 아니라 정전협정에 조인한 다른 당사국인 중국도 관여돼 있는 외교적으로 중요한 문제라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한국과 미국이 100퍼센트 합의를 보았다면 셔먼 부장관은 다른 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한미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목용재: 종전선언과 관련해 한미가 이견을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관련 협의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한국과 미국에선 지속적으로 종전선언 추진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죠?
고영환: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17일 미국 민간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대담회에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관련해 종전선언의 추진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하는 도박이라며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에이브럼스 전 사령관은 종전선언을 시작점으로 해서 이루고자 하는 최종상태가 평화협정인지 비핵화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하면서 종전선언이 성사된다면 유엔군사령부의 존립 근거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84호 등을 폐기하라고 북한이 요구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도 비핵화 논의가 빠진 종전선언 추진은 이뤄져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화정평화재단과 서울대학교 국제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김홍균 전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종전선언과 비핵화, 평화협정까지 이뤄지는 절차가 바로 이어지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김홍균 전 본부장은 "종전선언 이후 남북 및 관련국들 사이에서 한미연합훈련 지속 및 주한미군 주둔과 유엔군사령부 유지의 당위성,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종전선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영향들을 미리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저 역시 북한이 계속하여 핵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는 정세에서 유엔군사령부의 존재나 주한미군 주둔 등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목용재: 유엔 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다시 채택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매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남북관계와 관련해 북한의 가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남북관계 진전도 이뤄내지 못한 겁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까지의 행보에 대해 북한 주민들과 국제사회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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