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김정은, 김주애 노출시키며 ‘인민 어버이’ 이미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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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지난 주말 북한이 화성-17형을 발사한 내용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했는데요. 여기에 김정은 당 총비서의 딸이 등장에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김 총비서의 자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와 관련해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 위원님. 지난 주말 북한이 관영 매체를 통해 화성-17형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은 총비서의 딸까지 공개했는데요. 이 내용 먼저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북한은 지난 18일 김정은 당 총비서 참석 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중앙통신은 지난 19일 "초강력적이고 절대적인 핵 억제력을 끊임없이 제고함에 관한 당과 공화국 정부의 최우선 국방건설 전략이 엄격히 실행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진행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시험발사 이후 김정은 총비서는 "우리의 핵무력이 그 어떤 핵위협도 억제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한 데 대하여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최근 우리 국가주변에서의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압도적인 핵 억제력 제고의 실질적인 가속화를 더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하여 김 총비서는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엄숙히 천명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 부대들과 모든 전술핵 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가지고 훈련을 강화해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가지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중앙통신이 미사일 시험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셨다"며 김정은 총비서의 딸이 리설주와 동행한 사실을 보도한 것입니다. 통신은 흰색 덧옷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붉은색 구두를 신은 어린 여자아이가 김정은 총비서의 손을 잡고 미사일 옆을 걷거나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 등 여러 장의 사진들을 공개하였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자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목용재 : 한국 정보당국이 이번에 공개된 딸이 둘째 김주애인 것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죠?

고영환 : 지난 19일 북한이 공개한 김정은 총비서의 딸이 둘째 딸인 '김주애'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입장을 한국의 국가정보원이 밝혔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ICBM, 즉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현장에 나온 여아는 둘째 김주애로 판단된다고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북한 당국이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공개한 의도에 대해선 미래 세대의 안보까지 책임지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지 표명 차원으로 분석했습니다. 둘째 딸 김주애의 존재는 지난 2013년 평양을 방문해 김 총비서를 만났던 미국의 전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바 있습니다.

목용재 : 김 총비서는 첫째 자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미사일 발사 현장에 둘째 딸인 김주애를 왜 데려갔는지가 궁금하군요. 특히 김주애는 미국의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먼이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는데, 유독 김주애 관련 소식만 외부에 노출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 정보당국은 김정은 총비서에게 2010년생 아들, 이번에 공개한 2013년생 딸 김주애 그리고 2017년경에 태어난 다른 한 명의 딸 등 현재까지 총 3명의 자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들이 아닌 딸 김주애를 데리고 나온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딸 세대에게 핵무기를 넘겨주고 핵무기로 김 씨 일가의 안전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봅니다. 다음으로는 부인과 딸을 데리고 나옴으로서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가정을 사랑하는 남자, 그리고 더 나아가 전 북한 인민의 '어버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미사일 발사장에 아들을 데리고 나오지 않은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아들이 등장할 경우 아들이 김정은 총비서의 후계자가 될 것이고 그러면 김 부자의 세습 정권이 4대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강한 인상이 각인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이 경우 미사일과 후대에까지 핵무기를 넘겨주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본연의 목적보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아들이 더 부각되면서 이른바 '최고존엄'의 권위까지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결과로 평가합니다.

목용재 :김주애와 관련된 국가정보원의 보고에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김주애 몸집이 또래 아이들보다 커서 10세의 김주애가 실제 맞는지에 대해 의혹이 다소 있었다는 점입니다.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고영환 : 이번 사진에 공개된 10세 딸의 덩치, 즉 몸집이 북한의 다른 또래의 몸집에 비해 너무 큰 이유 때문에 이 딸이 2013년생인 김주애로 판단하는 데 다소 이견들이 일어났습니다. 사진에 나타난 김주애는 살집도 있고 키고 크고, 영양상태도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보통 10살 정도의 여아로서는 (체격이) 커서 다소 의혹이 있었다"며 "다만 키도 크고 덩치도 있다는 기존 국정원의 정보와 일치해 김주애로 확인해줬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현재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은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INICEF),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월 6일(현지시간) '2022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이라는 공동보고서에서 2019∼2021년 북한 주민의 41.6%는 영양 부족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내전을 겪은 예멘의 영양 부족인구는 41.4%, 민주콩고는 39.8%, 라이베리아가 38.3%임을 고려할 때 전쟁을 하지 않거나 겪지 않은 북한 주민들의 영양 부족 상태가 이들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와 있는 것입니다. 인민들의 영양 부족 상황은 너무나 열악한데 지도자와 지도자의 딸은 비만이 우려될 정도이니 참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목용재 : 이런 가운데 대형 스포츠 축제 가운데 하나인 월드컵이 개막했습니다. 북한에서 이를 어떻게 보도하고 있나요?

고영환 :세계인의 가장 큰 축제인 월드컵, 즉 세계 축국선수권대회가 카타르에서 지난 21일 성대하게 개막됐습니다. 예선전을 통과한 대한민국은 다른 31개 나라들과 함께 이 축제에 참가하였습니다. 북한 텔레비젼은 지난 23일 오후 10시께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의 프랑스 대 호주 경기 일부를 녹화 중계했습니다. 관중석에는 여러 나라의 국기들이 있었는데, 중앙TV는 이 가운데서 한국의 국가인 태극기만 모자이크 처리하여 방영하였습니다. 경기장의 광고판들에 한국 현대자동차의 전기차들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광고가 전개되고 있었으나 이 또한 북한 인민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화면을 처리했습니다. 중앙TV는 이날 오후 4시 녹화 중계한 조별리그 C조 1차전의 사우디아라비아 대 아르헨티나 경기 중계 때도 세계 최대 맥주업체 안호이저부시의 브랜드 버드와이저, 중국 부동산재벌 완다그룹, 한국의 현대자동차, 미국의 코카콜라 등 광고들이 있었지만 이 중에서 현대와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만 없애버렸습니다. 이는 세계 최대의 축제에 한국과 미국의 대기업이 광고를 걸 정도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감추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난 21일 개막식 공연에서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인 BTS, 즉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개막 공연을 하였는데 북한 텔레비전은 이 역시 방영하지 않았습니다. 손으로 해를 가릴 수는 없는 법입니다. 북한이 아무리 동족인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위상과 한국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못 보게 막는다고 해도 수일 내로 이 소식들은 북한 전역에 퍼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 24일 진행된 우르과이와 한국과의 경기는 0대 0 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목용재 : 지난 주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총비서의 딸을 보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북한의 아동들은 꽃제비로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제대로 먹지 못해서 체격이 매우 왜소한데, 김주애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소아비만이 아닐까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북한에서 어려움을 겪다가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김주애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들을 하고 계실지 궁금해집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