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계기 종전선언 논의, 불가능에 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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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한반도]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보려했던 한국 정부로서는 난처한 상황이 됐는데요.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이와 관련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목용재: 위원님, 지난 주 잘 보내셨습니까?

고영환: 네. 잘 보냈습니다.

목용재: 미국이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그러니까 외교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미국이 왜 이런 조치를 내린 겁니까?

고영환: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즉 장애인 올릭픽에 공식 외교적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 올림픽팀 선수들도 이 같은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중국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신장 자치구에서의 잔학 행위를 보면서 미국 외교 또는 공식 대표는 평소와 다름없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불참의 이유로 중국의 인권 문제를 내세웠지만, 그 안에는 미중 충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주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탄압, 경제, 기술, 안보, 대만, 남중국해 등 거의 모든 사안에서 중국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 조치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미국은 스포츠를 정치화하고 동계올림픽을 파괴하는 언행을 멈춰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양국의 일련의 중요한 분야와 국제·지역 문제에 대한 대화와 협력에 해를 끼칠 것"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미국의 동계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입장에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까지 이 움직임이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지난 7일 그랜트 로버트슨 뉴질랜드 부총리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선언과 관련한 뉴질랜드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이미 장관급 대표단이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호주의 이익을 옹호하려 했던 강력한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도 베이징 올림픽에 장관급의 파견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을 둘러싸고 미중 충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목용재: 미국의 동맹국들까지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라 한국 정부의 속내가 복잡할 것 같은데요. 한국 정부의 입장은 나왔나요?

고영환: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한국 청와대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지난 8일 밝혔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는데요. '현재'라는 답을 한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 말은 아직까지는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보고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부터 문재인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하는 세계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미국이 초청한 100여 개 국가 정상이 화상으로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 중국과 러시아는 빠졌습니다. 관심은 문 대통령의 연설에 중국, 특히 베이징 올림픽 관련 발언이 포함될지 여부입니다. 한국 정부의 속내가 매우 복잡할 것입니다. 한국은 미국과는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의 최대 우방국 중 하나이고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입니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이 난제를 풀지에 최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종전선언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려 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고영환: 한국의 고위관리들은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이미 오래전부터 종전선언을 추진하여 왔습니다. 말하자면 베이징 올림픽을 통하여 북한과의 관계도 발전시키고 미국, 중국, 한국 그리고 북한, 이 4자가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모여들 것이니 이를 추진력으로 삼아 종전 선언문제를 매듭지어 보려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더욱 거세지고 있고 중국이 그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베이징 올림픽에 미국이 보이콧이라는 고추가루를 뿌려 놓았으니 북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는 형국입니다. 특히 국제올림픽위원회, IOC가 지난 도쿄올림픽에 불참한 북한에 2022년 말까지 국제올림픽 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한 마당에서 북한의 고위관리들은 물론 선수단이 올지도 매우 불투명합니다. 미국 고위관리들이 베이징에 오지 않고 북한도 신형 코로나를 빌미로 고급 간부들을 베이징에 보내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 두 나라만 모여 4자가 관련된 종전선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에 추진하려던 종전선언을 통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계획이 커다란 암초를 만났습니다.

목용재: 한국의 한 언론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 종전선언에 대해 직접 소통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고영환: 종전선언과 관련한 한ㆍ미 간 의견조율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과 직접 소통해 온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8일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한ㆍ미 간 종전선언 관련 문안 조율은 마무리 단계에 와있지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닌 '진행중'인 상황"이라며 "특히 그동안 한ㆍ미 간의 종전선언 문구 조율 과정에서도 북한과 꾸준히 소통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통신선 재개 시점에 대해 남북 정상이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해왔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통신선을 통하여 고도의 비밀을 요하는 남북 간 인적 접촉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 논의 과정에서 북한과 접촉해왔다고 하는 것은 한ㆍ미의 종전선언 문구 조율 과정에서 북한의 입장이 한국 정부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으로 종전선언 추진이 한동안 매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목용재: 이런 가운데 미 공화당 의원들이 종전선언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이 내용도 정리해 주시죠.

고영환: 미국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 35명이 미국 정부에 비핵화 진전이 없는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습니다. 영 김 미 연방 하원의원은 현지시간으로 7일 북한의 비핵화 진전이나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인권 보장 없이 일방적으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에 경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영 김 의원은 마이클 맥콜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 등 34명의 동료 의원들과 종전선언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담은 공동 서한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서한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앞으로 발송됐습니다. 서한에 수표한 의원들은 종전선언이 평화를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며 평화를 얻기 위해선 양측 모두의 결단이 있어야 하는데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면서 대화 재개에 앞서 제재 해제를 먼저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하였습니다. 미국 내에서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목용재: 한국 정부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시도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지만 북한이 대화에서 이탈하면서 결국 실패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결여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이 같은 일시적 이벤트에 매달리기보단 근본적인 방안 구상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도 고영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영환: 감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