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2024년 가장 주목받은 북한 뉴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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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새해를 앞두고 뜻깊고 따뜻한 연말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시사진단한반도의 2024년 방송도 오늘이 마지막인데요. 오늘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어떤 북한 뉴스들이 올해 주목받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 하겠습니다.

[진행자] 교수님 성탄절,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습니까?

[김성렬]네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진행자]올해도 다사다난한 1년이었습니다. 그만큼 북한과 관련한 다양한 뉴스들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올 한해 북한과 관련한 뉴스 가운데 가장 주목받았던 내용을 교수님께서 꼽아주시겠습니까?

[김성렬]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습니다. 북러관계를 냉전시대의 동맹 관계 수준으로 다시 회복시킨 이 조약은 4조에 외부로부터의 무력 침공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12월 4일 김정규 북한 외무성 부상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비준서 교환의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조약 제22조에 따라 조약의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 조약이 발효되기도 전인 10월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군을 파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를 보면 국제체제의 변화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라고 봅니다. 국제체제는 냉전기에 양극체제(두개의 강대국), 탈냉전기는 단극체제(미국 자유주의 패권), 지금은 미중 전략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결합된 복합적 위기 시기라는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공세적 외교를 전개하며 생존을 도모해 왔습니다만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되면서 현 다극체제와 복합위기를 적극 활용하여 생존을 위한 출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최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의 자필 편지도 발견됐습니다. 고향에 있는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 파병된 군인들은 어떤 심정으로 전쟁에 참여하고 있을까요?

[김성렬]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목숨을 잃은 북한 군인의 손 편지가 발견됐다고 우크라이나군 당국이 24일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이날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됐다 우크라이나 군에 의해 사살된 북한 병사로부터 발견한 수첩이라며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나의 동지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나의 가장 친근한 전투 동지인 송지명 동지가 건강하길 진정으로 바라며 생일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라며 "동무, 나와 생환해서 어디론가로 가서 있기를 바란다"로 보이는 대목도 있습니다. 2024년 12월 9일로 쓴 날짜를 적었는데, 미처 전달하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에서 북한 군이 공격 받는 영상을 연일 공개해 왔는데 자필 기록이 공개된 것은 처음입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하거나 다친 북한 군 수가 이미 3천 명을 넘는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 대변인은 "북한 군은 현대전, 특히 드론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으며 2차 세계대전 시대의 원시적 전술을 사용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과거 베트남 전쟁 등에 공병이나 공군 등을 소수 보낸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외국의 전면전에 지상군을 대규모로 파병해 수천 명의 전사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입니다. 앞으로 북한 전사자들이 계속 발생하게 될 텐데 현재 파병된 군인들은 전쟁이 조속히 종식되길 바라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전장에서 탈출하려는 시도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북한의 러시아 파병 뉴스 외에 다른 주목할만한 북한 관련 뉴스는 뭐가 있었을까요?

[김성렬]다른 주목할만한 북한 관련 뉴스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12월 30일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하고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主敵)'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사업을 강화하는 것을 헌법 조문에도 명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부분입니다. 이 같은 지시 내용은 앞으로 헌법의 '제3장 문화' 부분에 수정, 반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 당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합니다. 첫째는 내부 통제입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021년 청년교양보장법,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과 국가비밀보호법 등 체제단속을 위한 법령을 연이어 시행하였고, 체제위협 세력인 한국과 관계를 단절해서라도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번째는 한반도에 적대적 두 국가화를 통해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선언' 등 남북이 합의해 온 규범을 지우고 자칭 주권국가로서 핵 보유국을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에 제1차 북핵 위기로 시작된 30여 년의 비핵화 시기를 종식시키고 핵 군축 시대를 열겠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진행자]저도 김정은이 올해 초 두 국가 선언을 했다는 뉴스가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우리도 통일하지 말자는 얘기가 나왔었죠.

[김성렬] 한반도 두 국가론의 출발점은 지난해 12월 26일에서 30일까지 열린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마지막 날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는 발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새해를 앞두고 북한이 대남노선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공식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평화를 위한 제언'이라는 연설문에서 밝힌 "통일, 하지 맙시다.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깁시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합니다"라는 주장이 논란이 됐습니다. 북한발 두 국가론을 오랫동안 통일운동을 해왔던 전 정부 고위직 관료가 수용하는 형식을 띠면서 '반통일론'이 부각됐습니다. 지금까지 '두 국가 선언'을 수용하거나 논의할 수 있다는 견해는 학계, 언론계, 정치계, 전직 관료들을중심으로 제기됐지만, 그 규모가 매우 제한적이고 한국 사회에 미친 파급력도 미미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두 국가 선언'이 한국 사회에서 힘을 잃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제기되었습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일의 절차와 최종형태에 대한 국론을 결집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진행자] 북한이 두 국가 선언의 연장선상에서 대남기구들을 모두 폐지한 것으로 보인다는 한국 정부의 분석이 나왔죠? 마지막으로 이 소식도 전해주시죠.

[김성렬] 통일부는 '2024 북한 주요 인물정보'와 '2024 북한 기관별 인명록'을 발간했습니다. 올해 새로 반영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폐지했거나 폐지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남기구 총 10여 곳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족화해협의회·6.15공동선언실천북측위원회·조국평화통일위원회·민족경제협력국·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등 명시적으로 폐지된 대남기구 8곳을 자료에서 삭제했다"며 "이에 1년 넘게 북한 매체에 언급되지 않아 우리 정부가 자체적으로 '폐지 추정'으로 기록한 기구까지 하면 총 10여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대남 선전선동 및 공작 업무를 담당해 오던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노동당 10국'으로 이름을 바꾼 사실이 반영했습니다. 해당 기관이 '부'에서 '국'으로 바뀌며 그 역할이 일정 부분 축소됐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통일전선부장 출신인 김영철 고문이나 조직 변경 전 부장이었던 리선권 국장의 정치적 입지 변동 정황이 없어 기관의 위상 자체는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당 산하 외곽기구였던 '조선대외문화연락위원회'도 외무성 산하로 옮기면서 명칭이 '조선대외문화교류협회'로 바뀌었는데,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재설정하면서 해당 기능을 외무성으로 옮긴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행자]네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사진단한반도 청취자 여러분,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2024년,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해가 떠오르는 2025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교수님,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성렬]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