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트럼프 대북정책 관망하며 모호성 유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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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북한은 새해를 앞두고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지난해 성과를 결산하고 올해의 계획을 밝혔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북한이 지난주, 그러니까 지난해 말이죠.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이 내용 정리해 주시죠.

[김성렬]북한은 2024년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했습니다. 당 전원회의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위원·후보위원이 참가했고, 당 중앙위원회 부서 일꾼들, 성·중앙기관·도급 지도적기관 책임 일꾼들과 시·군당 책임비서들, 인민위원장들, 주요공장·기업소, 당·행정 책임일꾼들, 인민군대 해당 지휘관들이 방청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위대한 우리 국가의 부강 발전과 우리 인민의 복리를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나가자"는 제목으로 당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2024년을 '극난한 시련 속에서도 확대 장성된 성과들로 가득찬 변화의 해, 도약의 해로 전환시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2025년 당과 국가정책 목표를 '국가의 부강발전과 인민의 복리 증진'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번 당 전원회의는 7개 안건을 통해 정치, 경제, 문화, 국방, 외교 등 2024년 사업을 총화하고 2025년의 당 및 국가사업발전 방향과 방략을 제시했습니다. 주요 안건은 2024년 당 및 국가정책 총화와 2025년 사업 방향, 새로운 지방 발전 정책과 향후 과업, 국가의 교육 강화 등입니다. 그 외 안건은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 평가, 2024년 국가예산 집행 결산 및 2025년 국가예산안 검토, 당 내 기구사업 총화, 당과 국가기구 인사 등입니다.

[진행자]이번이 예년에 비해 특이했던 점은 북한이 연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지 않고 종료 이후 종합적으로 이 내용을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년에 비해 전원회의 결과를 좀 일찍 보도했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성렬]북한이 수 년간 신년사를 대체하는 차원으로 발표했던 연말 전원회의 결과 발표를 서둘렀습니다. 북한은 지난 23~2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비공개로 개최하고, 회의 개최 사실과 결과는 지난 29일 노동당 기관지·조선중앙통신·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를 통해 일제히 공개했습니다. 첫 연말 전원회의가 시작된 2019년엔 12월 28일부터 나흘간 회의를 진행한 뒤 이듬해 1월 1일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는 최고지도자의 새해 첫 날 메시지인 '신년사'를 대체하는 것으로서, 당 중심의 '시스템 통치'를 추구해 온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의중이 담긴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3년 약간의 일정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한은 2023년 12월 26일 연말 전원회의를 개최해 30일에 종료한 뒤 31일에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에는 완전히 일정을 앞당긴 것인데, 이는 현 정세에서 북한이 대외 주목도를 높이는 것보다 내실을 꾀하는 '정중동' 행보를 택한 것 과도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한 후 지난해 12월 31일에 김 총비서가 딸 주애와 함께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된 신년 경축 대공연을 관람한 것을 보더라도 평양 내부의 결속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이번 전원회의에서 주목되는 점은 대외메시지가 상당히 적었다는 것입니다. 이와중에 미국에 대해서는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이 천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략이란 무엇으로 보십니까?

[김성렬]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2025년 대외전략으로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2025년 대외전략의 주요 목표는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약해지는 현 국제정세에 맞게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을 강력하게 실시해야 할 것"을 제시하면서 대미 외교에 집중한다고 천명했습니다. 미국은 "반공을 변함없는 국시로 삼고 있는 가장 반동적인 국가적실체"이고, 한미일 협력은 '핵군사쁠럭'으로 팽창되는 위협이라고 강조하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것입니다. 다만 북한은 최강경 대미 대응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될 때까지 강경책을 드러내지 않고 모호성을 견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만족할 만한 대북정책이 나오지 않을 시 최강경 대응 전략을 실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미국의 한반도 핵 전략자산 전개 및 한미 연합군사 훈련 등에 대한 반발을 지속하는 한편 미북대화와 핵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군사도발 수단으로 7차 핵실험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2025년에도 우크라이나전, 중동 분쟁 등 국제정세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에 대한 핵위협을 극대화하고 미국에 대해 핵능력과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실험과 같은 강력한 대응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진행자]대남 관련 언급도 상당히 적었습니다. 한국을 '미국의 반공전초기지'라고 비난한 것이 전부인데요. 올해 남북관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성렬] 노동신문은 대남 부문과 관련된 내용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2023년 12월 말 치러진 당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관련 결과 보도와는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북한이 이번 당중앙위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한국과 관련해 논의했다고 공개한 대목은 "미일한 동맹이 침략적인 핵군사쁠럭으로 팽창되고 대한민국이 철저한 반공 전초기지로 전락된 현실",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적 도발 책동에 대처하여" 등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다만 '2025년도 투쟁과업의 철저하고 정확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2일에 걸쳐 진행했다고 밝힌 분과별 연구 및 협의회 중에서 대남 부문과 관련된 회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동신문이 보도한 내용에서 리선권 당중앙위 10국장과 김영철 전 당중앙위 통일전선부 고문이 참석한 가운데 당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으로 임명된 최선희 북한 외무상 주재 하에 회의가 진행된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즉,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2025년 추진할 대남 정책 실행계획을 논의했으나 노동신문을 통해서는 극히 제한적으로만 공개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이 지난해 '한반도에서 적대적 두 국가'를 언급한 후 한국 관련된 보도를 줄이고 있고, 현 한국의 시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남북관계보다는 미북, 일북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전략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이번 전원회의를 계기로 인사조치도 이뤄졌는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성렬] 이번 전원회의에서 인사조치의 특징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전 파병, 미사일 및 군수, 러북 군사협력 관련 인물들의 약진입니다. 신임 정치국 위원에 선임된 리영길 총참모장, 최선희 외무상, 노광철 국방상, 김용복 특수작전군사령관은 북러 군사협력과 우크라이나전 파병으로 북러 군사협력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견제해 인정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전 파병군을 현장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특수작전군사령관 김용복은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진입했고, 북러 군사협력 및 군수 지원 관련 핵심 역할을 할 국방상 노광철은 당 중앙위 위원, 정치국 위원, 당중앙군사위 위원 등에 임명됐습니다. 또 미사일 개발 및 북러 핵·미사일 협력을 주도해 온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김정식의 당중앙군사위 위원 진입, 북러 군사협력 및 북한군 파병을 총괄한 총참모장 리영길의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진입이 주목됐습니다. 최선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북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므로 당의 지위를 높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친 러시아 인사들을 대거 승진시킨 것과 새해를 맞아 각국 수반들이 보내온 연하장에서 러시아를 비중 있게 다룬 점을 비추어 볼 때 향후 북러 군사동맹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재중 북한 노동자가 추방되는 상황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연하장을 여러 나라 정상이 보낸 것 중 하나로 소개했던 점을 볼 때 북중관계는 한동안 이상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진행자]이번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올해에도 냉랭한 미북, 남북관계가 예상됩니다. 북러관계는 올해에도 밀착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올해 나타나길 기대해봅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성렬]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