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남한에서 변하는 내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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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이시영입니다. 북한에서 31년을 살다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찾은 저는 이곳에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의학기술이 상위권에 속해 있으며 해마다 수 많은 관광객이 여행을 옵니다.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관광객이 물밀 듯이 오는데요. 실제로 서울의 광화문 거리, 경복궁 거리, 홍익대학교 거리, 명동 거리에 가면 한국인들만큼이나 관광객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 관광객 중에는 여행목적이 성형수술인 분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성형기술은 정말 대단한데요. 탈북여성들도 이곳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자연스레 피부가 좋아지고 이뻐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의학의 힘을 살짝만 빌리면 완전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합니다.

가끔 당황할 정도로 변한 친구들의 모습을 마주하지만 그런데도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면서 미를 뽐내는 친구들을 보면 오늘도 탈북하기 잘했다고 한바탕 웃게 된답니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12년 전에 떠나온 저의 고향에선 아직도 도로에서 여성들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단속하고 있더라고요. 이곳에선 한없이 단정한 옷차림에 속하는 무릎을 덮는 짧은 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그곳에선 자본주의 날라리라고 집단의 비난을 받고 있더라고요.

아마 이곳에서 핫팬츠에 짧은 치마, 혹은 가슴골이 보이는 블라우스, 청재킷에 가죽바지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북한 여성들이 본다면 삶이 얼마나 허무할지 가슴이 아픕니다. 그것뿐 아니지요. 북한에서는 조금 짙은 화장을 하고 다니면 행동거지가 한심한 여자로 비난을 받죠.

화장은 기본

이곳에서는 화장한 후와 화장하기 전의 여자로 나뉠 정도로 여자들은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가기 전 최소한 한시간 동안 화장을 한다고 합니다. 물론 고향이 북한인 시영이는 속도전의 불바람으로 화장을 하고 다니지만 가끔 시간을 바쳐 화장을 한 날이면 꼭 어머니는 도깨비 같다고 하십니다.

그럼 언니들이랑 동생들이 화장하는 법을 좀 배우라고 저에게 충고하기도 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화장솔을 사다 주기도 합니다만 기술이 여간 드는 게 아니라서 매번 달라지긴 합니다.

실제로 보면요. 살결물, 크림 피아스코 눈썹연필, 립스틱이면 끝인 북한 여성의 화장품에 비하면 이곳 대한민국 여성들의 화장품은 기초 스킨캐어 베이스, 선크림 파운데이션, 쿠션, 아이섀도, 눈썹연필, 하이라이트, 속눈썹, 얼굴 미스트, 헤어 미스트, 립스틱, 아이크림, 립오일, 그것도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것은 솔로 쓱쓱 문지르는데 그 가짓수가 수십 가지나 됩니다.

화장하는 동생의 화장품을 보면 어머니는 지금도 아침이면 집에 잡화상이 온 것 같다며 뭐가 이리 많은지 또 그 작은 얼굴에 다 바르냐고 신기해하십니다. 이런 곳에서 사노라면 탈북 여성들도 한두번씩 아니면 정상적으로 피부과를 다니거나 가끔 성형외과를 다니는 것도 정착의 일환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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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대한민국은 패션의 자유는 물론 남녀 모두 피부과 성형외과를 한두 번은 다녀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또 70이 넘으신 남자 어르신들도 밖에 나가실 때는 선크림을 바르고 다니셔요.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이곳에서 이뻐지기 위해 다양한 수술을 받는데요.

일단 쌍꺼풀, 코 수술, 얼굴형 교정, 입술교정, 보조개 수술 점점 더 긴장한 부위까지 마음만 먹으면 싹 달라질 수가 있답니다. 혹시 대한민국 드라마 중 북한주민이 많이 시청한 ‘미녀는 괴로워’가 생각이 나세요? 청취자님들 속에는 그 영화를 본 분이 많을 듯싶은데 그게 이곳에선 정말 현실이랍니다.

점점 변해가는 내 모습

이곳에 정착하는 탈북여성들은 처음에는 배부르게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하다가요. 좀 정착하면 다이어트를 하며 날씬한 몸을 만들고요. 좋은 화장품을 사용하다 조금 욕심이 생기면 성형외과에 가셔서 쌍수는 물론 코 수술 정도는 자신 있게 도전합니다.

그러다 보니 모임을 나가면 몇년전은 고사하고 몇달전에 본 고향 언니도 동생도 딴사람이 되어 나타난답니다. 서로 수술 부위와 가격을 공유하고 또 기술이 좋은 병원을 서로 소개도 해주면서 이제 통일이 되어 고향에 가면 알아볼 사람이 몇 안 될 거라는 실없는 농담도 자주 합니다.

이 모든 게 지금 탈북여성들이 이곳에서 누리는 인간의 권리이며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를 당당하게 말하며 더 이쁘게 사는 방법입니다. 북한이라면 아버지, 엄마, 오빠, 언니에게 먹고살기도 바쁜데 정신이 나갔냐고 배부르게 욕먹을 일이지만 이곳 대한민국에서는 일하고 돈을 벌고 또 그 돈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으며 이뻐지는 것도 능력이라 칭찬받을 일이랍니다.

청취자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시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10년이 넘은 시영이도 아직 정착을 잘못 했는지 과하게 달라진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여자의 변신은 무죄다’의 원리로 그분의 권리이니 할 말은 없답니다.

시영이도 성형을 했느냐고요? 솔직하게 말을 하면 저는요 북한에서 코 수술을 하고 탈북했는데 이곳에서 오히려 보형물을 제거했습니다. 이유는 겨울에 탈북하다 보니 피부가 살짝 동상에 걸려 코끝이 너무 빨갛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병원에서 보형물을 제거했는데요. 의사 선생님이 이런 수술을 도대체 어디서 했냐며 막 화를 내시더라고요.

제가 북한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너무 놀라며 가슴 아픈 일이라고 하셨고, 재수술은 시간을 가지자고 하셨습니다. 제 딴에 나름 북한에서 돈 있다 자랑할 증거가 코 수술이었는데 이곳 의학자가 바라보는 시선은 충격 그 자체니 당시도 탈북하기 참 잘했다고 생각했답니다.

다행히 저는 얼굴도 작고 나름 콧날도 서 있고 아직은 성형을 할 곳이 없지만 피부과는 가끔 다니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기미도 생기고 피부도 칙칙해지고 관리가 필요하더라고요.

북한이라면 중년의 부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나이지만 이곳에선 아직도 처녀 소리를 들으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피부관리도 잘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피부 하나만 딱 봐도 친구들이 자유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시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