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부족함 없는 여성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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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이시영입니다. 2월의 끝자락에 서있는 이곳 날씨는 아직도 겨울입니다. 제가 대한민국에 정착하면서 가장 추운 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올해가 아닐까 싶네요.

추워도, 눈이 와도 비가와도, 우박이 내려도 저는 아무 걱정이 없습니다. 집에는 늘 따뜻한 난방이 돌고 주차장에선 늘 멋진 자가용이 기다리고, 눈이 오는 날이면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다 보니 금방 눈이 녹아버리고, 도로에는 여느 때와 다르게 많은 경찰관님이 안전을 위해 차량을 통제해주신답니다.

매주 시영이의 행복한 일상을 청취자님들에게 전하면서 가끔은 미안합니다. 이곳이 아무리 좋아도 이런 것은 나쁘다, 이럴 땐 슬프다, 정착하기엔 힘든 세상이다 라며 북한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여러분에게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라도 진정시켜 드리고 싶지만 솔직히 제가 골라 나쁜 이야기를 전하려 해도 없습니다. 정말 나쁜 것은 물건이 너무 좋은 것으로 자주 바뀌어 얼마 전 구매한 청소기도 이제는 낡은 것이 되었다는 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복지관의 도움을 받아요

세상이 좋아지면서 사회복지도 구석구석 사각지대를 좁혀가는데요. 복지의 사각지대 잘 모르시죠? 사각지대는 보이지 않는 곳이지요. 복지의 사각지대는 국가가 정해놓은 규정에 속해 도움을 드려야 하는 사람들이 잘알리지 않거나 구체적인 조건에 맞지 않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그런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해 이곳 대한민국에서는 다양한 법과 질서를 지속하여 업데이트하고 수정하고 고쳐나가는데요. 여성은 사회구성원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일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온 탈북 여성들은 남편 없이 자식을 키우는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남편을 북한에 두고 오신 분들도 있지만 중국에 팔려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는 결혼을 하게 되고 출산을 하고 대한민국으로 오다보니 홀로 아들딸을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북한을 탈출하고 여성의 권리까지 유린당하며 찾은 자유이기에 너무나 소중하며 어렵게 찾은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열심히 살아 고향에 돌아가려는 노력을 탈북 여성들은 정말 많이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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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육아를 하면서 동시에 돈을 풍요롭게 벌 수 있는 그런 만만한 세상은 또 아니거든요. 그래서 사회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 전에 지인 언니가 저의 집에 놀러 왔습니다. 언니도 중국에 팔려가 마음에 없는, 난생처음 본 남성분의 아이를 배고 몰래 야반도주하여 대한민국에 오셨고 마흔살에 딸을 출산하셨어요. 딸이 이제는 13살이 되었는데요. 나이가 쉰살이 넘으니 정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명절이라 밥 한끼 함께 먹자고 제가 오라고 했죠. 딸을 데리고 왔는데 저를 이모라고 불러요. 언니가 들어오시는데 분홍색 종이상자 하나를 안고 오셨어요. 밥 한끼 먹으러 오는데 뭔 이리 큰 상자를 가져왔냐고 하는데 무게는 무척 가벼워 보였어요. 열어봤더니 글쎄 다양한 생리용품이었어요.

이렇게 많은 것을 어디에서 받았냐고 물었더니 복지관에서 한부모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지원 물품이라고 하더라고요. 13살부터 지원대상이 되는데 현재 사용할 일이 없어서 괜히 유통기한이 지나게 집에 둘 필요가 없다면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랑 나누고 싶다고 하셨어요.

언니의 다음 이야기가 더 놀라웠는데요. 여자애들은 요즘 생리를 늦추기 위한 호르몬 주사도 맞는다고 합니다. 생리가 시작되면 키 성장판이 멈추는 경우가 있다네요. 들을수록 신기한 이야기지요?

북한에서는 딸도, 엄마도 생리대를 보이는 것이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여성 군인들이 사용하는 생리대는 먼지가 너무 많아 오히려 병이 걸릴 것 같은데 그것도 제때 공급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요. 하긴 여성 군인들은 영양이 부족하여 생리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양한 여성용품도 선택 사항

암튼 저야 너무 이득이지요. 재질도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대로 된 물품이니 깜짝 놀랐답니다. 그날 상자에 가득 넣어 온 질 좋은 남한 생리용품은 함께 있던 동생들이랑 서로 나누어 가졌는데요.

가짓수는 4가지입니다. 길이가 짧은 생리대, 길이가 긴 생리대, 밤에 착용하는 두꺼운 생리대 그리고 속옷처럼 입을 수 있는 생리대. 북한에서 남조선 생리대라고 비싸게 판매하던 시장 상인들이 떠올랐습니다.

너무 비싸 아끼고 사용하던 제가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공짜로 나누어 주어 감사했는데요. 하나원에서도 또 나누어주는 거예요. 아껴 쓰는 습관이 있는지라 많이 남았거든요. 정착 초기에 국정원, 하나원에서 나누어준 생리대를 3년 넘게 썼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북한에 살 때 지원 물품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준비하면 정부가 어려운 군인들이나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생색을 내며 나누어주는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곳에선 상점에서 팔고 있는 질 좋은 용품을 어려운 복지 차원에서 생활이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준다니 꿈같은 세상이 바로 여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인민이 주인이 된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에서 태어나 늘 배고프고, 늘 부족하고, 늘 불안하게 살던 탈북여성들은 이곳에서 당당하게 노력한 것만큼 돈을 받고 일하고 당당하게 아름다움을 누리고 있으며 당당하게 여성의 권리를 또 복지혜택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고향에 남겨진 친구들도 지금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님들도 의식주 해결이 삶의 전부가 아닌 일상이고 또 서로 나눔을 또 사회의 지원을 또 당당하게 일하고 돈을 벌고 행복을 느끼는 정상적인 일상을 함께 하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시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