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감사로 이어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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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탈북민들이 한국에 살아가면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서 있었던 감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릴 건데요. 한국에 입국한지 십여 년이 지난 탈북민이지만 이 곳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프면 늘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아서 서러운 법입니다. 물론 탈북민들의 정착에 도움을 주는 하나센터라는 기관이 있어 행정상 문제는 도와 주지만 아파서 병원 다녀야 하는 것은 자신들의 몫입니다.

저와 늘 고민도 나누고 꾸준히 저의 활동을 응원해주던 탈북민 언니와 전화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목소리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탈북여성: 어지럽고 머리 아프다 했는데 우리야 원래 참는 게 기술이잖아. 그래서 응급실에 갔지…

일하다가 갑자기 머리에 진동이 느껴지고 어지럽고 구토까지 동반하여 동네 병원으로 갔지요. 한국은 지역마다 종합병원이 있고 의료설비는 초음파와 엑스레이까지 찍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또 혈액을 채취하여 검사도 할 수 있지요.

제가 사는 지역에도 종합병원이 세 개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언니가 병원에 갔는데 머리에서 엔간해서는 찾아볼 수가 없는 혹 같은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부산지역의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는데 주변의 권고로 서울 현대아산병원으로 갔습니다. 이 병원은 고인이 된 현대 정주영 회장이 설립하고 초대이사장을 지낸 병원인데요. 정주영 회장은 북한에서 태어나서 한국으로 오게 된 실향민으로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분이시랍니다. 현대아산 병원은 주로 장기이식과 심혈관 전문병원으로 소문이 나있는 곳이랍니다. 저도 탈북민에게 저의 간을 기증해줄 때 서울 현대아산병원에서 했었답니다.

언니는 한국에서도 모두가 인정하는 그런 큰 병원에 가보니 자기의 병은 병도 아니더라고 하면서 간호사들의 친절함에 또 감탄을 했습니다. 언니는 머리에 있는 혈관에 관을 넣어서 안에 들어있는 혹을 떼어내는 시술을 했는데 좁혀진 혈관을 넓히는 확장도 수술이 아닌 이런 시술방법을 씁니다.

저는 3년 전에 7번 척추 쪽 신경이 막혀서 뚫는 시술도 했는데 국부 마취를 하고 하고 나서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시술을 받았습니다. 그때 잔등에서 척추로 해서 신경을 뚫었는데 언니는 허벅지에서부터 머리까지 핏줄을 타고 한쪽으로는 전문가 선생님이 화면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서 혹이 들어있는 위치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최첨단 의료장비와 전문의사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누구나 최고의 병원을 선호합니다. 이런 시술을 받자면 병원비도 많이 나옵니다.

시술은 수술과 다르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는 간단한 시술이라고 30분간을 누워 있다가 퇴원을 했지만 언니는 머리까지 긴 혈관을 통과를 했기에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고 다음날 퇴원을 했습니다. 퇴원하는 언니가 혼자 올 길이 걱정되어서 KTX라고 부르는 기차표를 끊어서 보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이 유리한 것 중에 또 하나는 휴대폰만 있으면 버스나 기차표를 구매해서 상대방에게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휴대폰에서 특실로 표를 떼서 보냈더니 언니가 두고두고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칭찬을 해줍니다.

물론 제 사비로 사서 보내준 것이 아니라 저희 단체에서 후원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가장 좋은 병원에서 시술을 받고 고속열차 특실 칸에서 편히 오니 언니가 감동을 먹은 것이랍니다. 저 역시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아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넘쳤습니다. 늘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던 대한민국에서의 삶이 또 감사로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 회령시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의료장비가 갖춰지지 않아서 복부 액만 뽑아보고 장 천공을 위 천공으로 오진하여 아버지는 사경에까지 이르렀고, 벌어진 복막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다가 가셨던지 그리고 청진대학 병원으로 가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층계를 아버지를 들춰 없고, 잡아 끌고 오르내리던 그 순간들, 그런 북한 병원에서의 의료설비와 서비스들이 생각났습니다.

한국이라고 해서 아예 돈이 안 들어갈 수가 없지만 그럼에도 병원마다 의료체계가 잘 되어서 엔간한 병은 큰 돈이 안 들어갑니다. 특히 탈북민 할머니들은 65세가 넘으면서 국가의 의료보호 대상자로 인정되어 감기나 빈혈 등으로 병원에 가면 거의 무료로 치료를 받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의료제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부러워하며 배워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아프면 어느 정도의 고통인가에 따라서 진통제와 무통약을 놔주지요.

물론 모두가 돈하고 연관이 되어 있겠지만 무상 치료제라고 소문만 가득한 북한의 의료체계와 서비스보다는 국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고 본인의 능력에 따라 지급할 수 있는 한국의 의료체계를 감탄할 수밖에 없군요.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을 전 국민이 들게 의무화가 되어서 국가의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게 했고, 사보험을 들 수도 있습니다. 사보험은 자신의 경제능력과 건강상태에 따라 드는 보험인데 태아시기부터 시작하여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들어놓은 보장에 따라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은 모두가 건강검진을 받아 미리 큰 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합니다.

언니와의 통화에서 북한에 있었다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치료와 호사를 누려본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가 건강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