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한국의 미용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동안 어깨너머까지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고 세 번째로 찾게 되는 미장원입니다. 긴 머리를 고집한 이유가 짧은 머리를 손질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또 20대 중반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아줌마같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후회를 했기 때문이랍니다.
이제는 나이 오십 살을 넘으면서 긴 생머리가 어쩐지 낯설어져 미장원을 찾았는데요. 한국의 미용실은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파마를 하기 위해서만 가는 곳이 아니랍니다. 미용실에서는 염색도 해주고 또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에 크림을 발라 윤기나게도 해주고 탈북민 중에는 양쪽 팔에 장애를 입어 혼자서 머리를 감지 못해 미장원을 찾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도 다양한데요. 이발소, 이용원, 미용실, 미장원 이렇게 부르고 외래어 이름은 헤어샵, 헤어디자인실인데 모두 머리손질을 하는 곳입니다.
간판을 설명한다면 이용원은 주로 남자 머리를 깍는 곳인데 예전부터 많이 사용하던 이름이라 추억의 거리 같은 곳으로 가면 작은 동네에 이용원 또는 이발소라는 이름을 단 간판을 보게 됩니다. 미용실이나 미장원은 여자들이 주로 가는데 특히 미용실은 동네 사랑방이나 다름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가서 주인과 커피도 마시고 코로나 이전에는 떡도 해다 놓고 또 라면도 먹으면서 수다를 떨면서 놀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생활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를 정도로 개인생활에 집중하고 이웃과 내왕이 없지만 그나마 사람냄새를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미용원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저의 동네 미용실은 원장님을 보통 언니라고 부르죠. 사람 좋은 원장언니는 동네 할머니들에게도 친절하고 가격도 비싸게 받지 않아서 늘 사람들로 붐빕니다.
그런 미용실에 한 번씩 갈 때마다 북한에서의 미용문화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늘 이맘때쯤이면 시내에서 파마하는 사람이 와서 밖에 간이 미용실을 차려 놓으면 사람들이 돈이며 통강냉이를 들고 와서는 파마를 했지요. 하지만 일 년에 한번 꼴로 오는 미용사가 오기 전에 머리가 덥수룩해지고 파마약 기운이 다 빠져서 사람들은 아무리 바빠도 너도나도 머리를 손질하러 줄을 지어서 왔지요.
반면에 한국은 동네마다 미용실이나 미장원이 많습니다. 가격도 싸고 머리를 예쁘고 멋지게 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갈 수가 있습니다. 파마도 여러 가지가 있지요. 약을 바르고 북한에서도 구리쁘라고 부르는 롤로 머리를 감고는 전기 모자를 쓰는 방법도 있고, 파마머리를 직선머리로 펴는 것도 있고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머리모양이 나오게 합니다. 또 멋을 한층 더하기 위한 부분 염색도 가능하고 염색이 아닌 위에 색깔만 덧입히는 방법도 있지요.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늘 긴 생머리만 하고 다니다보니 짧게 잘라본 기억이 세 손가락 안에 밖에 들지 않습니다. 북한에서의 추억이 있는데 여름에 일하고 점심이면 강변에 가서 머리를 감고 미처 말리지 못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털면서 집으로 오는 길에 동네 골목에 앉아있던 청년들이 공연히 말을 걸고 휘파람을 불어댔죠.
비누가 없는 북한에서 정어리 기름에 양재물을 섞어서 만든 비누를 머리에 문대서 감아봤자 머리에서는 정어리 찌든 냄새와 오히려 물때가 가득히 지던 그런 속에서도 일년에 한 번씩 오는 미용사를 기다리는 일이 지쳐서 오히려 생머리를 더 고집했던 것 같네요. 한번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있으면서 간호를 하느라고 몇 개월 동안 집에 갈 수가 없어서 회령시내에 있는 친척집에 가서 머리를 감고 미처 말리지 못하고 물을 털면서 나오다가 규찰대에 걸려서 긴 머리를 그 자리에서 가위로 자른다고 난리치는 것을 아버지 병간호로 왔다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 자리에서 젖은 머리를 땋고 나서야 풀려나던 생각도 납니다.
하기는 한국도 예전에는 장발의 머리를 단속하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그때는 해외에 수출하는 가발을 만들기 위해 긴머리를 한 남자들을 단속해 머리를 잘랐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옛날 말이고 지금은 머리를 길러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고 대머리처럼빡빡 밀어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인정해줍니다.
북한에서는 일명 거지머리, 추세머리 등이 있지만 한국은 머리 모양을 딱히 이름 지어 부르는 것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에 거금을 투자해서 단계별로 관리하는 것을 보면 미장원에 별로 가지 않는 저로서는 그 돈이 얼마나 아까운 돈인지 모른답니다. 저의 지인들은 저처럼 일 년에 한 번 정도 겨우 미장원을 찾는 사람 때문에 미장원 영업이 안돼 문을 닫는다고 농담을 합니다.
머리카락에 대한 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수년 전, 바로 남한생활을 시작한 탈북민 친구들이 저의 동네에 왔지요. 한 친구가 샴푸는 머리를 빠는 비누인줄은 아는데 린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몰라서 샴푸처럼 짜서 온 머리에 발랐다고 하는군요. 린스는 마지막에 비누처럼 쓰는 것인데 여기엔 계면활성제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많이 사용하면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거든요.
하기는 저도 중국에서 살 때 한국을 다녀온 친척이 폼클레징이라고 부르는 세안을 할 때 쓰는 비누를 가져다 주었는데 기초 화장품으로 쓰는 크림인 줄로 알고 한 통을 다 쓰고 얼마 남지 않아서야 세수할 때 쓰는 제품인 줄로 알기도 했지요. 그러니 피부가 얼마나 손상이 갔을까요?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샴푸며 린스 그리고 세안을 할 때 쓰는 폼클렌징과 샤워할 때 쓰는 바디클렌저 등 사람의 몸에 직접적으로 닿는 것은 화학제품보다는 천연제품을 선호합니다.북한에서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도 없었던 저희가 한국에 와서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아름다움을 뽐낼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요?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