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여름 계곡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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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여름 무더위가 기승입니다. 한국에선 제일 더운 8월에 휴가를 많이 가는데 이때를 피서철이라고 부릅니다. 보통 해변이나 계곡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 저희는 계곡으로 다녀왔습니다. 남편 친구하고 부부동반으로 1박 2일로 청도의 운문산이 있는 곳으로 갔는데요. 이 곳은 7개의 산이 연결되어 있고 스위스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하여 영남알프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올해는 휴가를 계획하지 않았던 터이지만 친구 부부가 자기들끼리 가기에는 심심하다고 해서 저희는 갑자기 휴일을 바쳐서 해야만 했기에 멀리는 못 가고 가까운 곳으로 정했습니다. 차로 2시간 안에 거리를 선택했는데 너무 짧은 휴가 계획이라 묵을 만한 숙소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어차피 1박2일이라 많은 음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들은 놀러 가서 힘들게 음식을 하는 것을 피하려고 한답니다. 특히 예전과는 다르게 밖에서는 여자들이 음식을 하는 문화가 아닙니다. 집안일 하느라 여자들이 고생을 하니 여행을 가면 남자들이 여자들을 위해서 음식도 만들도 봉사를 해주는 문화입니다. 그래서 남자들의 수고를 덜어주려고 만들어서 파는 밥과 반찬들을 준비해갔습니다.

삼겹살과 생물오징어 그리고 새우까지 해서 구워먹을 거리들도 넉넉하게 샀습니다. 삼겹살을 구워먹는 데는 쌈이 최고죠. 그래서 북한에서는 부루라고 부르는 상추며, 깻잎, 풋고추며 몸에 좋은 버섯 등도 함께 챙겼습니다. 된장과 김치는 가게에서 파는 것보다 집에 것이 더 맛이 좋아서 집에서 묵은지며 찌개된장, 쌈장 등을 챙겼습니다. 여기서는 저희가 북한에서 살 때처럼 일반 된장에 고추나 상추를 싸먹지 않고 꼭 쌈장이나 고추장에 쌈을 싸먹거나 찍어서 먹습니다.

저를 언니라고 부르면서 챙겨주는 고마운 동생이 있어서 몇 년째 돈 주고도 사먹을 수 없는 맛있는 된장을 공짜로 먹기에 그 된장을 챙겨가고 또 쌈장도 맛있게 해서 파는 북한식당을 운영하는 분에게서 사먹을 수 있어서 챙겨갔는데 그렇게 나누고 위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친구 부부가 부러워합니다. 함께 부부동반 휴가를 보내는 친구는 한국 태생들인데 탈북민들의 나누는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고 또 감탄도 합니다.

오전 10시에 만나서 가게에서 장을 보고 12시 좀 넘어서 청도 운문면에 위치한 계곡 입구에 도착을 했는데 숙소 입실은 2시가 넘어야 된다고 해서 식당에 들렸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고 힘들까봐 미리 국수 한 그릇씩 먹었습니다. 그리고 길고 긴 계곡을 따라 운전해서 들어가는데 영남의 알프스라고 부를 만큼 산세가 깊고 계곡이 길었습니다. 그 긴 계곡마다 사람들이 묵을 수 있는 숙소가 줄지어 서있고, 즐겁게 노는 사람들 목소리와 계곡 물 안에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알록달록한 수영복에 물에서 쓰는 수경을 끼고 구명대를 허리에 두르고 노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빨리 물속에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계곡을 달리면서 차 안에서 문을 열어놨는데 시원한 산골짜기 공기가 폐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서 기분까지 상쾌해집니다. 왜 예전에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까? 북한에서 살 때 시골에서 살아서 분명히 이런 공기, 이런 계곡을 보고 살았지만 놀고 즐긴다는 생각은 못하고 오로지 산에 올라가서 먹을 거리를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지요.

우리가 묵을 숙소는 너무 짧은 시간에 급박하게 잡은 터라 시설도 많이 낡았고 주변시설도 완벽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오래된 건물이라 해도 화장실과 주방은 따로 있고 안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과 냉장고도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가 이제는 공공장소도 화장실과 에어컨이 다 있는 문화로 되면서 영업을 하는 곳은 이런 설비는 기본으로 해놔야 합니다.

짐을 풀어놓고 계곡이 보이고 경치가 좋은 자리를 찾아서 바베큐를 해먹을 준비를 합니다.

숯에 불을 피워서 적쇠 불 판을 놓고 그 위에 고기를 굽는 것을 바베큐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렇게 해먹으면 고기 기름이 다 떨어지고 담백하다고 이 방법을 선호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먹어도 밖에서 먹는 음식은 그 맛을 이루다 말할 수가 없지요.

먹다가는 가까운 계곡에 들어가서 몸을 적시고 나오기를 반복하는데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물속에서 노니는 물고기도 보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얕은 샘 가에서 놀다가는 물고기를 잡아서 풀 대에 꿰서 가져오면 저녁이면 어머니는 그 물고기를 약한 불에 익혀서는 숟가락 뒤로 살살 문질러서 호박과 시래기를 넣어서 국을 끓여주셨지요. 그 때를 추억하면서 손바닥에 피라미를 건져 올렸다가 방생하면서 놀다가 차 안에 투망이 있던 생각을 해내고 가져다가 돼지고기며, 오징어 등을 넣고 물속에 넣어놨습니다.

신나게 놀고 야밤이 되어서 물고기가 얼만큼 들었는가 싶어서 나와서 들어보니 툭, 툭 손목에 전해지는 강한 진동이 느껴집니다. 휴대폰에 있는 전등을 켜고 보니 손 바닥만한 물고기 서너 마리가 펄떡이면서 뛰노네요. 너무 기뻐서 들었던 투망을 내려놨습니다. 내일 새벽에 일찍 나와서 거둬서 아침 매운탕을 끓여야지, 온밤 꿈 속에서 고기가 얼마나 들었을까?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내가 먼저 투망을 들어볼까? 아니야 동영상으로 남겨서 추억을 만들어야지. 새벽에 동이 트고 푸르스름 해지자 모두 잠에서 깨어 물속에 가서 투망을 건져 올렸습니다.

밤새 안녕이라고 물고기들이 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온 밤 뒤척이면서 꿈꿨던 투망 속의 물고기는 누군가가 다 건져가고 우리들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습니다. 결국 매운탕 대신 원래대로 된장찌개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욕심이 과하면 독이 된다고 대여섯 마리 물고기에 만족했으면 될 것을 더 많은 물고기를 기대했다가 간밤 다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실망도 있지만 즐거운 추억 또한 고스란히 남기고 돌아온 영남알프스에서의 휴가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