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입니다. 전 세계가 눈에 덮여서 고생을 하고 고속도로에서 차들이 꼼짝달싹 못한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내 고향에서는 이 눈 오는 겨울 날 무엇을 할 까 생각을 해봅니다. 청진에서 회령으로 가는 길에 꼬불꼬불한 눈이 쌓인 무산령 고갯길에서 차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추락사고가 일어나고, 움직이지 못해서 차 안에서 사람이 얼어 죽었다는 소문도 들리던 그 혹한의 날씨가 떠오르면서 제일 걱정이 되는 것은 집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 중에서도 일명 꽃제비라고 불리던 집 없는 아이들, 그 아이들 중에 한국으로 온 아이들이 있는데 대개가 엄마가 돈 벌어올게 하고 나가서는 돌아오지 못하고, 집은 빚으로 넘어가고 또는 아이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길거리로 나오는 경우가 허다했죠. 돈 벌려고 엄마가 중국으로 건너갔으나 브로커에 속아 중국사람에게 팔려가서 더 이상 북한의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없게 되자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와서 북한의 아이들을 데려오는 경우도 있고 또 아이들을 돌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가끔은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북한에서 이 방송을 듣는 분들께 엄마의 간절한 마음과 아픔을 이해하고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식과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는 자나깨나 그 자식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고 오매불망 품에 안을 그날만을 그려왔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아이들이 북한 땅 어딘가에서 엄마를 찾아서 길거리를 헤맨다고 생각하니 아이를 낳아서 자식을 기르는 어미가 된 입장에서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답니다.
그것은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남과 북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부모 없는 아이들은 북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에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있지요. 어떤 나라는 전쟁과 기아로 인하여 부모를 잃었다면 한국의 경우는 부모가 이혼을 하면서 아이가 방치되는 경우를 가끔씩 볼 수가 있답니다. 또 한국은 청소년 시기에 아이를 출산하여 더 이상 키울 수가 없어서 시설에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아이들을 국가에서 맡아서 키워주는 경우도 있지만 가정들에 위탁을 해서 키우는 경우도 볼 수가 있습니다.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복지가 잘 되어 있어서 우리가 북한에서 배웠던 것처럼 소년, 소녀들이 껌을 팔고, 성냥팔이와 구두닦이를 하거나, 길거리를 헤매면서 먹을 것을 구걸하게 하지 않는답니다. 또 부모의 학대를 받는 아이들을 부모와 격리조치를 취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런 제도적인 장치가 있는데 예를 들면 입양과 대리양육이라는 것이지요. 입양은 북한에도 있는 제도인데 대리양육은 대한민국에서 입양이 아닌, 성인이 되면 자기 가족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인데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동안 먹고 입고 살 걱정이 없도록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줍니다. 북한에서 세상에 부럼 없어라 하고 노래 부르던 생각이 나는데요,
하늘은 푸르고 내 마음 즐겁다 . 손풍금 소리 울려라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내 조국 한없이 좋네 …
지금도 잊지 않고 한번씩 입에서 중얼거리게 되는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북한에서 정말로 행복했었냐고 자신에게 물어본답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자기 몸집만한 물통이나 바께쓰를 들고 농장포전에 가서 물을 담아서 강냉이 밭에 주면 바짓가랑이가 물과 흙에 범벅이 되어 꽛꽛해지던 일이며, 학교를 재건축할 때 강가에서 돌을 주어서 머리에 이다가 엉덩방아를 찧으면 엉덩이 뼈가 돌에 찧어져 숨 넘어가게 아프던 일, 벽에 회칠을 하는데 키가 작아서 석회물이 온 몸에 뿌려지고 빨아도 석회가루가 지워지지 않던 수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만약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그런 일을 시킨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희가 어렸을 때 하던 일들이어서 잊고 싶은 추억이지만 지금도 북한의 초등학교 아이들이 우리가 어려서 하던 일들과 같은 일들로 혹사당하기에 한국의 아이들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자식이 아동학대를 당해도 우리 어머니들은 원래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고, 가슴 아파도 아이들을 지켜줄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한국은 아이들의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입는 것 그리고 말 한마디도 아이들의 심리적 변화를 생각하면서 하게 된답니다.
아이들에게도 인간의 권리가 있다는 말이지요.
추워지는 날이 되면 누구보다 북한의 아이들이 생각이 나는 것은 이제는 반백의 세월을 살아온 엄마이고, 손자 손녀를 거느린 할머니의 마음이 되었기에 그 아이들이 소중한 것을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유대한민국에서 세상에 부럼 없이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북녘의 아이들도 여기 아이들처럼 노동착취, 아동학대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