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들의 설날은 오늘이지요. 2023년 설 명절도 오늘까지 다 끝났습니다. 옛 어르신들은 설 명절 전날을 그믐밤이라 불렀는데 그믐에는 새날이 되기 전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했지요. 그래서 그날 밤은 내리 감기는 눈을 잡아 뜯으면서 밤 12시를 기다렸던 어린시절 기억이 새롭습니다.
올해는 새해 첫날과 음력설 모두 떡국을 해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손녀가 할머니, 우리는 떡국을 두 번이나 먹었으니 나이 두 살이나 먹는 거예요? 해서 웃었답니다. 우리 민족에게 예전부터 내려오던 이런 이야기도 손녀가 저를 통해서 알아가듯이 풍습과 관습을 어른들을 통해서 배워간답니다.
언젠가 신문에 난 기사를 봤습니다. 한국의 무료급식소에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식사를 받아서 드시는 모습이 해외에 특종으로 실린 것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강국이 되었는데 부끄럽게 왜 그런 사진이 찍혀서 외국에까지 기사로 나가게 하냐면서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서 저는 오히려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시고 젊은 세대에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내리물림해주신 분들이 연세가 들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한끼 식사도 해결하기 어려울 때 나눔이라는 또 다른 문화를 통하여 그들의 식사를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무료급식소는 한국에서 지역마다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선교단체나 자원봉사 단체들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서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거나, 집에서 생활을 하지만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여러 곳이 있답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도 “사랑의 빨간밥차”라는 이름으로 주 2회 또는 3회씩 지역주민들에게 무상으로 식사를 제공해 주고 또 어떤 국수집에서는 매 주 토요일마다 65세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식사하러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에는 못 먹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싶어서 의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한국은 온 가족이 함께 사는 대가족이 아니고 부모와 자녀가 따로 생활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혼자서 식사하는 것보다는 여러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좋아서 나와서 드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국가가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가 싶었는데 지역의 사회복지 기관들에서 그들에서 숙식을 제공하지만 그들이 누구에게 속박되는 것을 싫어해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어찌되었던 한국에 노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아니면 무료급식소에 줄을 서서 식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은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라는 구호를 부르짖는 북한에서는 수 많은 꽃제비와 거지가 있어도 그들을 위한 아무런 구호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탈북민 중에서도 한국에 산 세월이 10여년을 넘기면서 한국의 어르신들처럼 국가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된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매달 어르신들의 혈압과 맥박을 재어보고 아픈 데가 있으면 바르라고 붙이는 통증반창고를 나눠드리고 병원에 가려고 미리 물어보면 어디가 아프면 어느 병원으로 가라고 알려줍니다.
또 복지기관들에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서 하루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고 병원까지 모시고 다니는 수고도 해주네요. 거기에 한국에서는 어려운 생활을 하는 어르신들이 식사를 거를까봐 매일 도시락을 해서 집까지 배달해주기도 합니다.
한국이 북한과 다른, 점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이웃이 불상사를 당해도 알길이 없다는 겁니다. 모두가 바쁘게 살고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보니 혼자 집에 있던 노인들은 누구라도 집에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주면 너무 좋아하지요.
그래서 또 이런 어르신들을 위한 말벗 도우미라는 것도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지역에서 어르신들이나 장애를 가진,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고 맛동무가 되주는 사람을 말하는데요. 이런 분들에게는 일한 시간만큼 국가에서 월급을 받습니다.
좋은 나라는 노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혜택이 잘돼있습니다. 특히 젊은시절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친 어르신들 세대를 이제는 쇠하고 약해졌다고 외면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바로 자신들에게 내려집니다. 개인은 자신이 노후에 돈 때문에 어려운 경우를 겪지 않기 위해 국가에 자신의 생활을 담보하고 저축을 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우리 부모님의 노후를 생각해보면 과연 올바른 국가적 처우였나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군요. 젊음을 받쳐 일군 정부에서 준 대가가 쌀 1kg도 사먹지 못할 돈과 사회보장 대상자로서 국가에 아무것도 바랄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국가를 향해서 자신들의 노후는 고사하고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나도 역시 북한에서는 그들과 다를 바 없이 살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끔찍함을 느낍니다. 희망의 나라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두나 공감할 수 있는 나라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