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교통사고와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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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저는 이 세상 사람 모두가 행복하고 걱정없이 웃으며 살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짜증나고 힘든 일도 있고 참 당황스런 일도 자주 접하게 됩니다.

한국에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수 많은 차가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광역시를 비롯하여 제가 사는 경상남도까지도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만 되면 차가 막혀서 사람들은 약속을 잡아도 차가 붐비는 시간만큼은 피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자동차와 우리 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한국사회에서 운전 중 벌어지는 교통사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걱정거리입니다. 그건 우리 탈북민에게도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일인데요. 어느 하루 고향 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 앞차하고 나하고 , 내차는 그냥 앞에 넘버 ( 번호판 ) 정도나 , 가로 찌그러들었고 …"

전화를 걸어온 이유가 설 명절을 혼자 집에서 보내기가 적적해서 친구 집에 다녀오던 길에 고속도로 입구에서 다른 사람의 차를 쳐 놨다고 저에게 자문을 구한다는 거였습니다. 저도 15년간 운전을 하면서 여러번 차 사고를 냈기에 저의 일을 잘 아는 언니가 위급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워서 한 전화였네요.

저는 비 내리는 고속도로 굽인돌이에서 속도조절을 못해서 중앙분리대를 받고 차 앞 바퀴가 옆에 보행자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물인 가드레일을 넘어서 멈춰 섰고 또 한번은 브레이크 즉 제동기를 밟는다는 것이 가속페달을 밟아서 신호를 기다리는 앞차를 들이받은 적이 있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웃기고 어이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어떻게 처리할 지를 몰라서 허둥거렸던 모습이 생각이 납니다.

한국은 이렇게 교통사고가 나면 보험 회사에 연락을 하고 누가 잘못했는지 잘잘못을 따지고 그에 따른 합의금이나 벌금을 정하게 됩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고 자기가 사고를 유발시키고도 “나 누군지 알아?”, “너가 먼저 끼어들었으니 네가 사과해” 등으로 막무가내였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목청을 높이는 시대가 지나갔습니다. 교통사고 때마다 책임을 면하고자 사람들의 논쟁이 심해지자 어느때부터인가 차량마다 블랙박스라고 하는 자기 차가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앞차와 뒷차가 어떻게 운전을 하는지 일일이 다 촬영하고 녹음과 저장까지 하는 기계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한 사실 여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게 돼서 개인이 현장에서 말다툼을 하게 되는 일은 없게 된 것이죠.

그래서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벌어지지 않는 한 경찰에까지 가는 일은 극히 드물고 보험사를 통해서 서로 합의하고 차량 수리비와 사고로 인한 치료비를 내어줍니다. 이런 일 때문에 한국에서는 차를 구매하면 바로 의무적으로 자동차 보험에 가입을 해야 합니다.

만약 차 보험에 들지 않을 경우에는 경찰에서 단속하고 무보험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게 되면 벌금을 물거나 큰 상해 시에는 감방에 갈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초보운전자의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험료를 보통 1년에 1,200달러정도를 합니다. 그래서 부담이 되어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를 간혹 보는데 이것은 불법입니다.

차는 내가 운전을 잘 하여도 상대방이 운전미숙이면 언제 당할 지 모르는 것이 교통사고이기에 법으로 정한 쉽게 말해 꼭 들어야 하는 보험이지요. 차량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또한 보험가입 없이 타고 다니다면 안됩니다.

고향 언니는 보험에는 다 가입이 되어 있는데 자신의 부주의로 앞서가는 차를 뒤에서 박았는데 공교롭게도 언니가 사고 낸 차는 한국에서 꽤 일러주는 외제차였다네요. 소형의 작고 싼 가격의 언니 차는 240달러정도의 수리비가 나왔는데 상대차 수리비는 언니보다 30배가 넘는 수리비가 나왔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거기에 차 수리만 비용이 나가는 것이 아니고 운전자도 놀라고 상했을 터이니 병원에 가서 X-ray를 찍는다고 합니다. 만약 조수석에 사람이 타고 그들이 크게 다쳐서 병원에서 몇 주간의 진단을 내린다면 언니가 물어내야 할 합의금은 더 늘어나겠죠. 그래서 언니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고속도로에서 차가 밀린 상태도 아니었는데 앞 차가 서있는 것을 모르고 브레이크를 콱 밟아야 하는데 슬며시 밟아서 그렇다고 하는군요.

요즘 한국의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한블리라고 하는 교통사고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것을 보면 고속도로를 비롯해서 운전 중 사고가 나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이 잘 나와 있습니다.

한국의 고속도로에서는 100% 한쪽의 잘못이 없는데 교통법규나 차량보험에 아직 경험이 없는 언니는 상대가 무조건 뒤에서 박았으니 당신 잘못이라고 하니 그냥 네 하고 자기가 다 안고 합의금을 마련한다고 하네요.

너무 속상해서 “언니, 고속도로에서 차가 밀리지도 않았는데 그 사람은 왜 거기에 정차를 했고, 갓길에 대지 않고 버젓이 주행차로에 비상깜박이도 안 넣고 서있었대요?” 하니 “나 그런거 몰라서 따질 생각을 못했어” 합니다.

혼자서 열심히 살아가던 언니에게 내가 아는 상식을 총동원해 매달 내야하는 보험료가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해 보험가입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등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나니 저 자신이 너무나도 허탈합니다.

자유로운 땅에 와서 잘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나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자유도 보장 받아야 하고 나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상대의 인권도 존중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주절주절 넉두리를 하는 것은 많은 것들이 넘쳐나는 땅에서 이것저것 가려가면서 자신에게 이롭고 유리한 것들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란 겁니다. 법이란 내가 이해하지 못하고 나에게 불리하게 적용이 된다고 해서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죠. 법은 나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