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장애인과 비장애인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계절은 바야흐로 봄이 시작되는 입춘을 지나서 저 하늘의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오르는 정월보름을 맞았습니다. 정월 보름에는 말렸던 나물들을 꺼내서 반찬으로 만들고 또 오곡밥을 지어서 먹기도 하지요. 한국에서는 보름달이 떠오르는 시간에 맞춰 달집 태우기를 하고 또 쥐불놀이도 한답니다. 쥐불놀이에는 우리 조상들이 지혜가 깃들어 있는데 언덕과 강 주변에 억새 등 잡초에 불을 놓아 벌레들도 죽이고 또 곡식에 해로운 쥐도 박멸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북한에서는 보름을 크게 쇠어 본 적이 없는데 한국에서 명절처럼 보내니 고향에서는 대보름에 무엇을 했던가 생각해 봅니다. 이날은 해마다 김정일의 생일이어서 산에 가서 진달래를 꺾어 집에 와서 곱게 꽃을 피워서 동상에 들고 나가던 생각이 나는군요.

저는 정월 대보름을 보내면서 여러분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고민하다가 북한에서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서 얼마만큼 인간적으로 대했던가를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지금도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지만 어렸을 때 동네에 중풍으로 말을 더듬고 손과 발을 지팡이에 의지해서 겨우 후들거리는 다리로 거동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계셨답니다. 북한에서 장애인을 병든 몸이라고 비하하던 관례대로 말을 더듬는 사람을 꺽꺽이라고 놀리기에 저도 그 할아버지를 “꺽꺽이”하고 목청껏 불렀지요. 그래서 그 할아버지가 노하셔서 저의 집에 와서 문을 잡아당기자 더럭 겁이 나서 문을 안으로 걸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고 결국 그 할아버지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셨지만 그날 저녁 할아버지를 놀려댄 저와 오빠는 아버지에게 매를 맞고 벌을 서는 등 호된 야단을 맞았습니다.

그러면 한국에서 장애인들은 어떤 삶을 살아갈까요?

녹취 :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선생님,,,안녕하세요. 제가 먼저 전화 드려야 하는데.

민경이 내일부터 보낼까요? 그러면 다음주부터 시작할 수 있을 까요? 다음 주 토요일…

네, 이렇게 한국말도 유창하게 구사하는 선생님은 저의 손녀 과외를 맡아주시는 과외 선생님입니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 보기에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1미터 30정도의 작은 키를 가졌고 두꺼운 도수안경을 껴서 얼핏 보기에도 장애를 가졌구나 하고 생각을 하겠는데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이 선생님은 저의 지방에서는 일러주는 영어과외 선생님입니다. 미국에서 23년을 살다 오신 선생님은 미국의 유명한 대학에서 동아리 회장을 할 정도로 야무진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더욱이 그래서 우리 사회의 장애인 문제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요. 물론 제가 한국에 입국하여 대학에서 전공한 것이 사회복지이고 현재 사회복지사로도 활동을 하기에 한국과 북한의 장애인에 대한 처우와 정부지원에 대하여 고민해보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제가 북한에서 살 때만해도 북한은 장애인들 인격을 무시하고 인간적인 대접을 하지 않았죠. 지금도 역시 그러하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은 외국인이 수시로 다니는 평양에는 거주하지 못하게 하고 지방으로 내려 보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살던 곳에도 평양에서 살다가 키가 작다고 난쟁이로 분류가 되어서 쫓겨 내려와서 살던 사람들이 있었답니다. 또 미숙아로 태어나 엉덩이 꼬리뼈가 자라서 걷지 못하는 장애아가 있어서 지방에서 살게 되었죠. 그런 북한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장애우들을 위한 특수학교도 있고 교회도 장애우들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곳이 있답니다.

그리고 장애 아동이 있는 가정에서는 국가의 재정도움을 받아 자녀를 양육할 수도 있고 학교도 보내지요. 어떤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장애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그들의 장점을 살려서 한 분야의 전문가로 키우기도 하는데요. 그런 경우는 사회적인 지지와 응원이 따른답니다.

예로 드라마 “맨발의 기봉이”의 경우에 나이는 40세이지만 지능은 8살밖에 안 되는 달리기 잘하는 기봉이가 온 마을의 지지와 응원으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고 또 북한의 장애우들에게 통일염원 편지를 쓴 4손가락의 이희아 씨와 같은 피아니스트도 있답니다. 그리고 팔다리가 없는 장애를 가지고 수영장에서 돌고래처럼 수영을 하면서 장애를 극복해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뿐만이 아닌 미국과 동남아시아 등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장애를 가졌지만 용감하게 극복하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그렇기에 세계 올림픽경기에서도 모든 경기가 끝나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끼리 경기를 치르는 패럴림픽 즉 국제 신체 장애인 올림픽도 있답니다.

지난 동계 올림픽은 대한민국에서 치렀는데 한국에서는 아이스하키라고 부르는 빙상호케이 선수들이 2등을 하자 한국의 애국가가 울리지 못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선수들이 빙상 경기장 안에서 둥그렇게 서서 애국가를 부른 감동적인 일도 있습니다. 그 중에는 두 다리를 잃고 탈북한 탈북민 선수도 있었고, 제가 다니는 교회의 성도도 선수로 함께 하는 감동적인 사건이었답니다.

북한에서 장애우를 사람들이 놀리고, 인격모독을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놓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두 똑 같이 소중한 생명이고 존중 받아야 하는 인격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장애인과 일반인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합니다.

둥근 달을 보면서 모두의 건강을 빌면서 북한의 모든 장애를 가진 분들도 평등하게 대우받고 편리성을 보장받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