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이제 곧 아이들의 겨울 방학이 끝나갑니다. 예전에는 방학숙제를 내주고 선생님이 받는 식이었다면 지금 아이들은 방학에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하고 숙제는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손녀딸의 공부 수준을 올리고자 서점에서 다양한 문제집들을 구매했습니다. 책 제목도 쎈수학, 디딤돌, 족집게 과외 이런식으로 공부에 도움이 되고 또 본인이 원하는 책으로 구매를 했는데 긴긴 방학동안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의 학업과 생활을 검사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생활을 가장 잘알 수 있는 것이 문제집을 얼마만큼 풀었는가와 핸드폰 사용이지요. 한국은 아이들의 잦은 핸드폰 사용 때문에 어른이 핸드폰을 관리 할 수 있도록 정부와 통신사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해서 저의 집은 아이가 키즈플레이라고 하는 핸드폰을 사용합니다. 핸드폰으로 아이가 다니는 위치를 추적해볼 수도 있고, 아이가 사용하는 문자와 프로그램들을 어른의 핸드폰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겁니다.
요즘 핸드폰에 빠져있는 아이가 무엇을 하나 싶어서 열어보니 아이들이 즐겨하는 대화방이 여러 개가 열려져 있습니다. 대화 중에 보면 서로 부모님께 핸드폰을 많이 해서 혼났다는 둥, 휴대폰 몇 시까지 금지라는 등의 글들도 가득합니다.
저만 공연히 아이가 휴대폰 금지되어서 자기 친구들 눈치를 볼까봐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는 아이들의 심정이나 아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얼마만큼 알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또래 아이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가 싶어서 보다 보니 단 마디로 하는 대화가 가득합니다.
나이가 든 사람이차면 육하원칙을 사용해가면서 시작에 첫 인사를 하고 필요한 대화를 하겠는데 단 마디로 하는 대화를 보니 이해가 안갑니다. 첫 시작이 “야,” 하네요. 그 다음에는 “머함?”입니다. 그러면 대답이 “나 밥 먹음”, 또는 “멍 때림”입니다. 보통 “ㅇㅇ” “ㅋㅋ”등의 초성도 많이 사용을 하는데 그런 초성은 나이드신 분들도 이해를 합니다.
어쩌면 한국의 문화는 모든 것이 빠른 것을 선호하다 보니 말도 줄여서 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줄여서 말하는 세대는 보통 나이든 세대가 아닌 신세대 아이들인데요. 그런 아이들을 한국에서는 MZ세대라고 부릅니다.
보통 인간이 태어나 자식을 낳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0년 정도라고 보고 이것으로 세대를 나눌 때 현재 60대 좌우를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부릅니다. 이 말의 뜻은 위로는 어르신을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책임감을 공유하는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이란 말이죠.
MZ세대는 2020년 초반을 중심으로 20대부터 40대 사이를 밀레니엄 세대라고 부르고 10대에서 20대를 Z 세대라고 하는데 이를 묶어서 MZ세대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 MZ세대가 저의 집에는 두 명씩이나 있어서 요즘 아이들이 쓰는 유행어를 자주 듣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무슨 일이냐고 하는 것을 숫자를 넣습니다. 숫자 129를 넣으면 “머선 129”라고 하고 또 차마 말을 잇지 못한다고 해서 “말잇못”, 할 말은 많은데 다 안한다고 “할말많안”, 중요한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다를 “중꺽마” 이런 식으로 말을 합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아이들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해서 당황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처음 그런 말을 들을 때에는 알아듣지 못하는 외계어를 쓴다고 많이들 혀 가름을 차셨지요. 또 어떤 분들은 우리말을 바르게 쓰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한글이 왜곡되어가는 듯한 현실에 슬프기는 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문화가 되었으니 어쩌면 그저 받아들여야만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자신의 언어표현을 생략해서 간단하게 전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어쩔티비” 라고 하는 단어이지요. “어쩔티비, 저쩔티비”는 요즘 아이들의 교육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유명한 아동심리학자도 “어쩔티비”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해야 하는 부모 행동요령을 만들어서 전수를 할 정도입니다.
부모가 아이들을 훈육을 하면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말대꾸를 하죠. 예전에 우리들은 부모님에게 말대꾸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특히 저희 가정은 부모님이 교사여서 더욱이 엄격하게 가르치셔서 부모님께 감히 대들 엄두도 못냈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자기 주관이 확실하고 어떤 부모들은 아이를 훈육하다가 오히려 아이에게 끌려가는 경우도 보게 되지요. 그런 가정 들에서 보통 보게 되는 단어가 “어쩔티비” 라고 한다고 합니다. 또 친구들 사이에서도 뭔가 맘에 안들거나 내키지 않으면 “어쩔티비, 저쩔티비”라고 사용하는데 그 뜻은 어쩌라고, 가서 티비나 봐 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네요. 아이들이 똑똑해지면 해질수록 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 배워야 할 것이 넘쳐납니다. 나이 차이는 많지 않아도 세대 차이가 나는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늘 제가 부모님의 속을 썩였을 그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귀밑 머리는 우리 자식들 때문에 희여졌구나, 새삼 느껴지는 겨울 밤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나이 들고 아이들이 자라면 그 아이들이 또 우리가 부모님을 추억하듯이 우리를 추억하겠지요.
곧 봄이 옵니다. 한국의 제일 남단인 부산 경남에는 벌써 매화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자라는 모습을 감히 매화꽃에 비유하고 싶네요. 겨울 속에서도 움을 틔워서 활짝 피어 열매를 맺는 매화처럼 아이들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여 자기들의 열매를 잘 영글게 하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죠.
아마도 그것이 어제의 우리 부모님의 마음이고, 오늘날 자녀를 키우는 우리 마음이고 또 내일날 부모가 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겠지 생각해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