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한국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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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정이 열리게 됩니다. 남한에선 3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통령 선거란 말이 없었고 대의원 선거였기 때문에 대통령은 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었죠. 그런데 남한 대통령은 5년마다 새로운 인물이 국민에 의해 선출돼 국정을 이끌어 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과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십여 년 전만해도 탈북민들에게는 선거는 남의 일이고 탈북민은 정치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눈치를 봐가면서 했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치가 우리의 삶과 신변에 큰 영향을 가져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탈북민들도 정치적인 발언과 사회적인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도 탈북민 출신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구에서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고부터는 정치에 관심을 더 두게 됐는데요. 지난 총선거에서는 다리와 한쪽 팔을 잃은 지성호 국회의원과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였던 태영호 국회의원이 배출되면서 탈북민들의 정치열의는 다른 때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현 정권하에서 어선을 타고 와서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청년 두 명을 안대를 하고 포박을 한 채로 판문점을 통해서 북송 시킨 사건이 있었기에 탈북민들은 신변안전에 대한 걱정과 함께 우리의 의견을 정치권에 전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 지지하는 대통령이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여당 후보를 또 다른 한편에서는 야당의 후보를 지지합니다. 그래서 탈북민들의 목소리가 둘로 나뉘고 탈북민 사회도 둘로 갈라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이런 사회에서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대통령 후보를 지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놓고 볼 때 민주주의 안에서는 사회주의 이념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사회주의 안에서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다던 말이 문뜩 생각이 나는군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률의 제정하는 입법부와 그 법을 적용하는 사법부 그리고 법 집행을 하는 행정부가 있습니다. 삼권 분립이라고 하는데요.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장치입니다. 그리고 정당도 북한처럼 조선노동당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는 집권하고 있는 여당과 그 외 여러개의 당이 있답니다. 물론 그 중에는 탈북민들이 만든 당도 있지요.

이 당들에는 각자 당 대표가 있고, 대통령 후보도 내지만 선거 때면 무소속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는 15명의 대통령 후보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14명이 대선 후보로 나왔습니다. 탈북자인 저는 이번에 남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을 보면서 북한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오면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잠깐 생각을 해봤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매일같이 대통령 선거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각 후보와 정당에서는 자신들이 내세운 후보자의 선출을 위해 전국을 돌면서 연설을 하고 홍보에 열을 올린답니다. 지원 유세를 보면 대중에게 잘 알려진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율동도 하고 당을 대표하는 색상의 옷과 모자를 입은 젊은 사람들이 춤도 춥니다. 아침저녁 퇴근길에서는 각 후보의 이름이 박힌 단체복을 입고 서서 손에 구호 판을 들고 인사도 합니다. 자신을 지지하고 투표해달라고요.

한국에 와서 세 번째 대통령 선거와 여러번의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거를 경험했는데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북한에서 와는 너무 다르다는 겁니다. 학교 다닐 때에는 어린 나이에 선거철만 되면 얼마나 싫던지, 추위에도 접이식 꽃을 해들고 반끼리 줄을 지어서 “몇 월 며칠은 대의원 선거의 날이다. 모두다 선거에로!” 또는 “대의원 선거에 모두다 찬성 투표하자!”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녔지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러 투표장에 줄지어 선 사람들을 봅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이방인이 아닌, 자유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당당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올바른 공약을 내세운 후보에게 저의 소중한 한 표가 갑니다. 그리하여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민의 손으로 뽑습니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투표를 하여 국민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나갈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합니다. 비록, 지지하는 후보는 다르지만 나라를 위하는 마음은 모두 하나라고 믿습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