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우리나라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지요. 예전엔 그냥 무심코 들었는데 한국에 와보니 친구를 따라 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한국까지 같이 오는 친구들도 보게 됩니다. 또 한국에 살면서 주변 친구들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어디로 가면 함께 가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며칠전 가까운 동네에 사는 탈북민 언니하고 아침 일찍이 전화통화를 하는데 언니가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병원에 가보겠다고 합니다. 저 역시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미루고 있던 차여서 언니가 병원 간다는 말에 냉큼 같이 가자고 따라 나섰네요. 보통 병원은 함께 다니지 않는데 저는 친구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녹취:
한국은 집 가까운 곳에 동네병원도 있고 또 의원이 아닌 큰 병원도 있습니다. 병원도 중 종합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이 있는데 제가 살고 있는 시골같이 작은 동네에도 엔간한 종합병원에는 쉽게 갈 수가 있습니다. 병원이 있어도 자주 찾아가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언니가 가는 김에 묻어 나섰네요.
언니도, 저도 늘 아픈 몸 여기저기를 물리치료도 하고 또 봄이라 처진 몸 상태를 회복하느라 영양제 주사도 맞습니다. 몇 년째 몸을 등한시 해놔서 영양제도 좋은 것으로 맞았습니다.
언니는 허리가 아프다고 꼬리뼈 쪽에 놓는 통증완화 주사를 맞았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둘이서 나란히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저는 오십견이라고 아픈 팔과 허리 등을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여러 가지 기계를 번갈아가면서 사용해 치료를 해줍니다. 몇 개월 전 팔을 아예 못 들어서 한방병원에 갔을 때에는 도수치료라고 사람이 직접 팔을 주무르고 누르고 했는데 기계가 해주는 치료는 가격이 싸고 레이저 치료를 함께 해줍니다. 레이저를 쏘고 두드려주고 풀어주고 이 모든 것을 기계가 해주는군요. 다리도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긴 장화 같은 것을 신고 스위치를 눌러주니 조물조물 시원하게 눌러줍니다.
병원침대도 누워있으니 안마기계가 두드려주듯이 우당탕 우당탕 여기저기 안마를 해주는군요. 너무 좋아서 아, 살 것 같다 하니 옆 침대에 누우셨던 할머니가 웃으시면서 처음 와보냐고 묻습니다. 아직까지 물리치료를 받아는 봤어도 이렇게 전신을 모두 두드려주는 물리치료는 처음 해봤다고 했더니 할머니도 집에서 넘어지셔서 낙상으로 처음 오셨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놀랐죠.
왜냐면요, 한국은 어르신들이 병원마다 찾아다니면서 의료쇼핑을 한다고 하거든요. 의료쇼핑이란 것은 오늘은 이 병원, 내일은 저 병원 하고 찾아다니면서 치료를 받는 것을 말하는데 그러다보니 국가에서 지급해야 하는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재산이 별로 없고 나이가 65세 넘으면 어르신들이 정부지원금을 받게 되는데 그런 분들은 치료를 받게 되어도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거나 또는 적은 금액의 자가 부담금을 내고 병치료를 합니다.
어르신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건강이 안 좋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 기초수급자가 되면 의료보호 1종으로 국가가 치료비를 지원해줍니다. 그러다보니 의료쇼핑으로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무작위로 치료를 받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이렇게 병원에서 하루를 주사도 맞고 영양제도 맞으면서 아픈 곳 여기저기 두드리는 신선놀음을 하다보니 북한에서는 이렇게 아플 때는 어떻게 참고 지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렸을 때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 어머니가 가슴을 부여잡고 딩굴던 모습을 봤던 기억이 나네요. 어쩌면 가슴앓이를 했을 것 같은데 자주 비슷한 증세를 보여왔던 터라 친구도, 친구 아버지도 의례히 아파도 병원을 안가고 집에서 아프기만 해야 하는 병인줄 알았지요.
제가 하도 오십견을 요란하게 하다보니 고향 친구들도 다 알게 되었는데 친구들 중 한명이 하는 말이 자기 아버지도 오십견을 했는데 그때 병원에는 그냥 신경통이라고 혼자 집에서 나을때까지 참고 지내셨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이렇게 약간만 아파도 병원을 가고, 응급실 달려가서 링거 맞고 하는데 그때 그 열악한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에 한번씩 우리끼리 말합니다. 우리가 북한에 있으면 살아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같이 병원에 간 언니와 저는 처음 보는 물리치료 기계들이 신기해서 아픈 곳을 치료받는 것보다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이것 해주세요 저것 해주세요 하면서 주문도 많이 넣습니다. 창피함은 나중 일이고 처음으로 가본 곳에서 말투가 다른 우리가 주문을 이렇게 저렇게 해도 짜증내지 않고 일일이 다 들어줍니다. 이미 많은 탈북민들이 치료받으러 다녀가면서 여기저기 많이 아픈 것을 알고 있는 병원 측의 배려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살고 있는 내 부모형제들도 이런 신선 같은 생활을 함께 해봤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아파도 병원을 못가보고 병원에 가도 장마당에서 약을 사들고 가야 하는 그런 병원 말고 급할 때 달려가서 치료받고 거뜬한 몸으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병원을 말이지요.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