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얼마 전 산불로 난리가 난 남쪽 강원도 지역인 동해에 다녀왔습니다. 한 두 사람의 실수로 인해 대한민국의 등어리가 불에 시커멓게 탔고 국민들의 마음도 새까맣게 그을렸습니다. 특히 산불로 집이 다 타버린 이재민들은 여기저기 수련원이며, 여행자를 위한 호텔 즉 팬션을 임시숙소로 잡고 생활 합니다. 오늘은 제가 속해있는 “탈북민여성연합”의 이름으로 구호물자를 전달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산불로 고생하는 강원도의 한 지역을 찾게 된 데에는 이번에 대통령 당선자가 피해 지역을 찾을 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던 만큼 고통을 함께 분담하고 빠른 복구를 기원한다는 마음도 있었고 우리도 북한에서 살 때 산불 현장을 누구보다 많이 봐왔고 그 피해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답니다.
탈북민여성회 연합의 여성들이 십시일반 집에서 물건들을 내놓고 쌀이며 자금들을 모아서 1톤 트럭에 한 가득 구호물품을 싣고 찾아갔습니다. 비록 적은 물품들이지만 탈북 여성들의 마음을 모았기에 시의원과 지역 관계자들이 나오셔서 인사를 하고 안내를 해주셔서 나름 뿌듯했답니다.
이어서 저희는 이번 산불 진화에 고생한 소방서를 찾아서 우리의 마음을 담은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소방서 울타리에 달아드렸답니다.
소방 서장님을 비롯한 대원들이 저희를 보고 얼마나 반가워하시면서 사진을 찍어주시던지 이재민들에게 물건을 부리고 일부 음료수만 찾아 들고 간 우리로서는 오히려 민망하기 그지없었답니다.
그런데 저희가 찾아간 날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께서 우리와 서로 마음이 통했는지 산불피해를 본 울진과 동해를 방문하셨답니다. 구호물자를 전달 하고 나서 저희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대통령 당선자께서 오신다는 곳을 찾아서 차 머리를 돌려 달렸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러 대의 차가 움직이면서 주소를 잘못 찍은 바람에 늦어서 저희는 윤 당선인과 악수를 못했지만 먼저 도착한 탈북민들은 당선인과 악수도 하고 회령에서 왔다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답니다.
현장음 :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이렇게 한국은 북한처럼 대통령이 와도 조직적으로 외치는 일은 없지만 너무나 반갑고 감격한 나머지 목청들이 한껏 올라가고 스스로 윤석열 대통령을 외쳤답니다. 당선인과의 만남 후 탈북민 저희들은 북한 같으면 대통령 1호 접견자라고 가문의 영광은 물론이고 출세 길이 튼다고들 한 목소리씩 높였지요.
그렇게 동해에서 이재민들에게 구호물품을 전달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요. 갑작스런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재난지역에서 웃고 떠들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정말 뜻밖에 대통령 당선인의 방문으로 인해서 저희들이 가슴이 뿌듯해지고 어깨가 올라갔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재난 현장을 보면서 지금 한창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떠올렸답니다.
그것이 자연재해든 인재이든 일상생활이 파괴되면 제일 힘든 것은 여성과 특히 아이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한국의 산불피해 지역은 집들이 타 번지자 아이들은 외갓집이나 친가 집으로 부모와 떨어져 지내기도 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보는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군의 포탄이 산부인과 병원에 떨어져서 아기들도, 여성들도 다치는 일이 발생했지요. 그리고 북한이 연이어 쏘아 올리는 미사일을 보면서 우크라이나의 현재 모습이 머리 속에 겹쳐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걱정은 아닐 겁니다.
이번에 산불피해 현장을 찾은 탈북민인 저희는 모두 일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내서 함께 했는데요. 집에 여분으로 있는 물품들을 가지고도 오고, 저는 세수 수건 한 박스와 여성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이며, 머리 감는 샴푸 종류와 쌀 등을 가지고 갔고, 다른 지방에서 오는 탈북민들도 집에 있던 가전제품이며 화장지, 옷, 신발 등을 가지고 왔답니다. 그리고 또 십시일반으로 돈을 내어서 필요한 식품들도 상점에서 구매를 해서 트럭에 싣고 갔지요.
새벽부터 출발하는 걸음이라고 강원도에서 사는 탈북민은 식당 문을 닫고 우리를 위해 식사준비를 하고 또 함께 재난 현장도 찾았는데 마음 따뜻한 우리의 모습에 국민 모두가 박수를 쳐주었답니다.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은 국가에서 재난지역으로 선포를 하고 일정 금액 보상과 함께 빨리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해주게 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해와 산불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도 서로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아져서 어려운 일도 능히 감당해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태희였습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