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특별한 선물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주말 부활절이라고 불리는 기독교 명절을 보냈습니다. 부활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셔서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가 3일 만에 다시 살아나 부활했다 이런 뜻을 말하는데요. 늘 이맘때면 탈북민들을 위해 기도로 선물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십니다.늘 우리 탈북민을 위해 아침마다 기도를 해 주십니다.

특별히 우리를 챙겨주시는 분을 전도사님이라고 부르는데 전도사란 기독교 대학을 나와서 목사가 되기 전에 부르는 사람인데 이분은 이제는 팔순이 넘으셔서 목사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니고 나라를 위한 기도와 탈북민들을 위해 섬기는 봉사를 하고 계십니다.

해마다 부활절이며, 성탄절 등 기념일이나 절기마다 기름이며, 찹쌀이며 또 돼지고기 등을 구매해서 함께 나눠주러 다녔는데 이번에는 방울토마도를 준비 했습니다. 남한분인 전도사님은 탈북민 언니가 어느 식당에서 아는 분과 식사를 하는데 말투가 이북 말투여서 가까이 오셔서 물어보시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서 우리가 처음 한국에 온 후부터 꾸준히 탈북민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데 이분께 감사를 드릴 수 있는 방법은 주말에 한번씩 함께 식사를 하는 일뿐입니다.

늘 기도 제목이 남에게 얻어먹게 말고 남을 사주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시는 분이시기에 우리를 만나면 항상 자신의 지갑을 엽니다. 어쩌다 먹은 것을 우리가 앞질러 계산을 하게 되면 꼭 물려야만 그 자리를 뜨시는 분 때문에 이제는 만나면 사주는 것을 먹어야 되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사주시고는 우리 덕에 맛있는 것을 잘 먹어서 고맙다고 합니다.

저번에는 해물 찜이며 간장게장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전도사님 건강을 생각해서 전복 집으로 갔습니다. 예전에는 왕들만 먹었다는 전복이 한국의 바다에서는 양식이 되면서 가격도 많이 싸지고 이제는 집에서도 전복을 가지고 졸임도 해먹을 수가 있습니다. 전복집에서는 전복을 가지고 돌솥밥도 해주고 전복탕도 해주는데 마지막 누룽지에 물을 부어 먹으면 정말로 한끼 식사를 고급지게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줍니다.

제가 인터넷에 먹는 사진들을 올리면 많은 분들이 나를 맛있게 먹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까끌거리는 강냉이 밥이 맛이 없어서 밥상에서 숟가락을 뜨적이면서 흰쌀이 섞인 아버지의 밥그릇을 넘겨다보았던 시절도 있었고 또 혼나거나 기분이 언짢으면 밥을 안먹는 것으로 항변하곤 했지요.

북한에서 늘 외우던 구호가 생각이 납니다. 착취 받고 압박받던 지난날을 잊지 말자! 과연 우리가 북한에서 외웠어야만 했던 구호일까요?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북한에서의 아픈 기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맛있는 식사가 끝나고 가까운 동네부터 일일이 전화해서 전도사님이 부활절 선물을 사주셨다고 언니가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한사람 한사람 명단을 확인하고 가져 온 방울토마토를 나눠줬습니다. 큰 선물이 아니어도 이렇게 찾아가서 나누고 알아보고 이야기 하면서 어느덧 탈북민들은 전도사님을 부모님인양 끌어안고 손을 맞잡고 반깁니다. 병으로 인해 사람을 가려보기 어렵게 된 사람들도 전도사님의 마음을 아는지 그분은 잘 알아보시네요. 그럴때면 마음 한 켠이 뭉클해납니다.

곧, 사흘만 있으면 김일성의 탄생일이군요. 내가 유치원 시절부터 시작된 김일성의 생일 선물이 있었습니다. 처음 받았던 그 선물의 감동스럽던 감정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처음에 받아 안았던 나이롱 세터와 치마, 비닐 신발, 나이롱 양말바지, 스카프 리본 그리고 주었던 사탕과자 등 그 선물을 받아 안고 학교 운동장에서 기념사진까지 찍었습니다.

두 번째 강제북송 때 다행히 아직 남아있던 사진들 중에서 중요한 사진들만 가져오다보니 그 가족사진은 아직도 저에게 소중히 간직되어 있지요. 기념선물이 귀중해서가 아닌, 유독 온 가족이 모두 살아있던 모습이라서요.

선물이라고 다 같은 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여기서 탈북민들에게 주는 자그마한 선물은 여전도사님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아끼던 돈을 꺼내서 우리를 위해 사주시는 온정이 넘치는 선물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에 주는 선물과, 설날에 주던 딱딱해서 먹기 힘든 사탕과 과자들, 그것조차도 넉넉지 못해서 아이들은 어른들 눈을 피해 하나라도 더 먹어보려고 했지요.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사탕과자를 아이들 먹이지 말라고 난리입니다. 이가 썩어나가고 살찐다고요. 그런 사탕과자를 북한에서는 없어서 못먹었다니 너무나도 대조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자식들 사탕과자 변변히 못먹일 정도였을까? 해마다 바치던 충성미와 개가죽, 토끼가죽과 심지어 송이캐다 바치고 줄당콩 심어 바쳤던 그 많은 노고들은 다 어디로 가고 우리는 북한이 만들어낸 명절에 주는 1kg짜리 사탕과자 선물에 그리도 열광을 했을까?

곧 다가올 김일성의 생일은 사랑하는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슬픈 날입니다. 해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아닌 김일성의 생일이 먼저 생각이 났는데 올해는 어머니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내 어머니가 딸이 이렇게 부러운 것 없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너무나도 기뻐하실 것 같군요.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