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성시대 김태희입니다. 현재 남한에는 4만 여명에 가까운 탈북민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많은 탈북민들 말고도 해외에 정착한 탈북민도 많이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북한의 어디에서 살았건 또 한국의 어디에서 살던지 만나려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건 우리에게 휴대폰이라는 좋은 통신 기능이 있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도 탈북하여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빼놓을래야 빼놓을 수 없는 국정원 조사기관과 교육기관인 하나원이라는 기관이 있어서이겠죠.
남한입국 후 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울면서 나오는 사람도 가끔은 있었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사흘간의 조사기간에 맛있는 것을 먹고 미지의 세계나 다름없던 한국생활에 대한 꿈을 꿀수 있는 짧고도 황홀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응 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의 교육은 사회에 나가면 남보다 더 열심히 뛰기 위해 지금부터 시간을 아끼고 열심히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제일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필기를 해가던 귀중한 시간이었답니다.
한국에 입국한 근 4만여명의 탈북민들이 하나원 교육을 받고 남한생활을 합니다. 어쩌다 모임들이 있어서 만나서 탈북민이면 같은 출신이어서 반갑고, 또 고향이 같으면 더욱 반가운 사람들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야, 얼굴 보자, 아니 놀러 왔는데 내가 어디 알아야 데리고 다니지 …”
어제 가까이 사는 탈북민 언니가 반가운 사람이 왔다고 전화연락이 왔습니다. 언니들은 나이도 같아서 늘 친구처럼 가까이 지냈다고 하네요. 그래서 경기도 파주에서부터 대한민국 남쪽 도시인 부산까지 놀러왔습니다.
파주에서 서울까지, 서울에서 경상남도까지 자동차로 5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아마도 북한이라면 며칠을 기차를 갈아타면서 와야 할 거리인지 감히 계산이 안나는 군요.
지난해 제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 온 언니가 주변을 몰라서 길 안내를 해주었으면 한다고 해서 마침 휴일인 남편과 함께 언니들을 태우고 부산으로 갔습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태종대라는 곳을 갔지요. 태종대는 신라시대 태종 무열왕이었던 김춘추가 자주 활을 쏘기 위해 찾았던 곳이라 하여 그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과히 왕이 활쏘기위해 찾기 좋을 만큼 산세도 좋은 지형이지만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가슴이 확 트이게 하는 남해의 시원한 바닷바람 입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 소식이 있었지만 감사하게도 비대신 바람만 불어서 유람선은 타지 못했지만 오륙도가 바라보이고 저 멀리로는 거제도와 일본의 대마도까지 바라볼 수 있는 태종대 전망대에서 사진도 한장 남기면서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놀러온 탈북민 언니도 우리 셋 모두 고향이 회령이라 바다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한국생활을 오랫동안 해오고 특히나 바닷가가 가까운 곳에 살아도 바다는 늘 나를 반기는듯 하고 그곳에 오면 모든 시름을 훌훌 털어내는 듯합니다.
북한에서 처음으로 바라본 바다는 청진 어드멘가 김정숙이 다녀간 곳이라고 유적지라며 부르는 연분진이라는 곳이었고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다녀본 어대진의 저 멀리 수평선이 전부였는데 한국에서는 한번씩 답답함을 느끼면 차를 몰고 바닷가로 향합니다.
그래서인가 고향이 북한이고 더욱이 한 고장인 회령에서 살아온 우리는 파도가 세찬 바다를 바라보면서 가슴을 활짝 열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한껏 안아주는 산기슭의 소나무도 멋있었고, 소리치며 달려오는 파도의 몸부림에도 끄떡 않고 다 받아주는 바위의 위력 또한 우리에게는 장관이었습니다.
관광객을 위해 세워놓은 조형물은 언니들 입에서 어머, 어머 하는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애국 충신들을 모셔놓은 군상 앞에서 언니들이 또 한번 놀랍니다. 그들 중 80 퍼센트가 북한 출신입니다. 평양에서 태어난 분도 있고, 회령에서 태어나서 일본 동경으로 유학 갔다가 나라를 위해 운동하신 분들도 보입니다.
숨이 차서 헉헉 대면서도 저 아래 끝 기슭까지 내려갔습니다. 거기에는 바다에서 바로 건져낸 자연산 바다생물을 잡아서 회로 파는 곳이 있습니다. 모두 나이가 지긋하신 어머니들인데 여기까지 왔다가 회를 안먹고 가면 아쉽겠죠? 그래서 모듬회로 한접시를 시켰습니다.
한국 돈으로 5만원, 달러로 치면 38달러정도만 주면 큼직한 접시에 여러 가지 종류들로 꽉 채워줍니다. 산낙지를 잘게 탕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 낙지 탕탕이, 조개껍질을 주워서 귀를 대면 파도 소리가 들린다는 소라며 바다의 삼인 해삼과 봄철에 제 맛인 멍게 등으로 한 접시를 받아서 바다가 바라보이고 파도소리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를 골라서 앉았습니다.
살아서 꿈틀대는 낙지에 참기름을 듬뿍 찍어 바르고 입에 넣으면 입센 낙지의 빨판이 입안 옆 볼에 짝짝 들러붙습니다. 하루를 즐기다 저녁까지 함께 먹고 돌아서니 어느덧 자정이 다 되어왔습니다. 사람이 좋아서, 산천경개가 좋아서 다니다보니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는 말이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생활은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또 즐겁게 놀수 있는 생활의 연속입니다.
북한주민 여러분도 하루 한끼를 위해서가 아닌, 내일을 위해, 먼 앞날을 위해 설계하고 즐길 수 있는 보람찬 삶이 주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입니다.
진행 김태희,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